‘이태원참사’ 경찰은 유죄, 구청은 무죄…왜?[사사건건]
국민보호 의무 있는 경찰만 유죄
구청장은 직접 책임 없다고 판단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의 법적 책임과 관련한 관할 경찰서장에게 유죄, 구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사고 발생 2년여 만으로 참사 당시 현장 경찰 대응을 지휘한 책임자의 과실이 인정된 것은 처음입니다. 구청장에게는 무죄 판결이 나왔는데, 판결이 엇갈린 지점은 참사 예측 및 대응이 ‘이들의 업무상 주의 의무에 해당되는지’였습니다. 경찰은 인파 사고 예측이 가능했으며 경비 대책을 세우고 현장을 지휘할 의무가 있지만, 구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유·무죄가 갈린 것은 주요 혐의인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직접 책임 소재’ 여부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경찰에만 사전 대응, 사고 임박, 사고 이후 단계 모두 과실이 있다고 봤습니다. 경찰법과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할 의무가 적시된 반면, 지방자치단체에 적용되는 재난안전법 등에는 압사사고 등이 재난으로 분류돼 있지 않은 점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2014년 세월호 이후 우리나라 최대 참사이자 삼풍백화점 이후 서울 도심 최대 인명사고”라면서 “이태원 참사는 인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경찰에게는 축제 혼잡 상황에 대비한 치안 유지라는 구체적인 임무가 부여된다”며 “정보보고와 용산서의 과거 핼러윈 치안대책, 사고 전날 인파 유입상황, 지리적 특성을 종합하면 경사진 좁은 골목에 보행자 생명과 신체에 위험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 전 서장은) 인파 집중을 예방 및 통제, 관리하는 별도 경비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정보 수집이 필요했음에도 단 한 명의 정보관도 배치하지 않았다”면서 “업무상 과살이 성립된다고 봤다. 다만 기동대를 투입했어야 할 주의 의무는 과실로 보기 어렵다며 범죄사실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이번 판결에 불판을 터뜨렸습니다. 일부는 법정에서 오열하거나 법원을 떠나는 박 구청장의 차량을 가로막기도 했습니다.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장은 “159명이 하루 아침에 목숨을 잃었는데 어떻게 구청장이 무죄가 나올 수 있냐”며 “정의를 위해 우리는 다시 싸워 반드시 박 구청장을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번 판결과 관련해서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도 재난·안전관리기본법상 ‘재난 관리 책임 기관’에 해당하는데도, 사고의 책임을 경찰에게만 묻는 것이 가혹하다는 반응입니다. 온라인 직장 커뮤니티 등에서는 1심 판결을 둘러싸고 “그간 경찰관 직무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없었는데 책임을 지울 수 있는 해석이 나왔다”는 이야기부터 “소방·구청은 다 빠져나가고 경찰만 독박이고, 앞으로 경찰 책임이라는 선례까지 생겼으니 답이 없다”는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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