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작 ‘전, 란’ 선보인 부산국제영화제 열흘간의 항해 시작…폐막작 ‘영혼의 여행’까지, 279편의 향연
다큐멘터리 관객상 신설, 아시아 청소년 기획 등 새 시도
AI 체험 라운지와 기술 융합 콘텐츠도 주목할 만
부산=이승륜 기자
매년 가을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 대표 영화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지난 2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네필(영화광) 몰이를 시작했다. 올해 영화제는 새로운 시도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다큐멘터리 관객상을 신설했고, 아시아 10대 청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체험 라운지, 코파일럿 시연 등 기술과 콘텐츠를 융합한 도전적 콘텐츠도 다양하다.
배우 박보영과 안재홍이 사회를 맞아 지난 2일 열린 영화제 개막식에서는 김상만 감독의 사극 영화 ‘전, 란’을 개막작으로 선보였다.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와 그의 몸종 천영이 왜란 속에서 무관과 의병으로 만나 대립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최초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배우 강동원·박정민·차승원·김신록 등이 출연했다.
개막작으로 선보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전, 란’ 시작으로
폐막작인 에릭 쿠 감독의 ‘영혼의 여행’까지 279편 상영
주요 작품으로는 ‘아노라’, ‘더 룸 넥스트 도어’, ‘룰라’ 등
개막식 당일 발표하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는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큐어’(1997) ‘회로’(2001) ‘절규’(2006) 등 뚜렷한 개성이 가득한 작품으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 기요시 감독은 사회 속 보이지 않는 악의와 공포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 ‘클라우드’와 프랑스·일본·벨기에·룩셈부르크 합작 스릴러 영화 ‘뱀의 길’ 2편의 신작을 상영한다.
한국영화공로상 수상자는 영원한 ‘나의 아저씨’ 고(故) 이선균 배우가 선정됐다. 고인의 전작을 소개하는 영상이 시연될 때 개막식 관람석은 숙연해졌다. 일부 눈물을 보이는 관객도 있었다. 영화제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 코너를 마련해 드라마 ‘나의 아저씨’ 5화, 영화 ‘기생충’ 등 그의 대표작 6편을 상영한다.
이번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11일까지 총 279편의 국내외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특히 주요 국제영화제 수상작과 거장의 영화가 대거 준비돼 영화 팬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션 베이커의 ‘아노라’ △스페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첫 영어 장편 영화로 틸다 스윈튼, 줄리앤 무어가 주연을 맡은 ‘더 룸 넥스트 도어’ △올리버 스톤과 롭 S. 윌슨 감독이 공동 연출한 정치 스릴러 다큐멘터리 ‘룰라’ △인도 여성 최초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파얄 카파디아의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등이 관객을 만난다.
‘고독한 미식가’와 BTS의 리더 RM은 부산국제영화제 야외상영관에서 관객과 만난다. 일본 TV 시리즈 ‘고독한 미식가’는 평범한 직장인 남성이 홀로 맛집을 찾아 음미하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주연인 마츠시게 유타카가 직접 연출까지 맡았으며, 일본과 한국으로 오가는 이야기로 눈길을 끈다. ‘알엠: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는 BTS의 리더 RM의 두 번째 솔로 앨범 제작기이자 입대 전 8개월 간의 사적인 기록을 담았다.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관객은 영화의 전당에서 심야 시간대에 3편의 스릴러, 액션 영화를 연달아 보는 영화 마라톤을 체험할 수 있다.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는 올해 초청된 작품의 감독과 배우가 영화를 소개하는 ‘야외무대인사’와 ‘오픈토크’ 등의 부대행사가 펼쳐진다. 별도의 비용 없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민락수변공원, 다대포 꿈의 낙조분수 등 부산 곳곳에서 무료 상영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라라랜드’ ‘상견니’ ‘육사오’ 등 다양한 영화를 무료로 상영한다.
영화제의 대미를 장식할 폐막작은 싱가포르 에릭 쿠 감독의 ‘영혼의 여행’이다. 세상을 떠나고도 영혼이 이승을 떠도는 주인공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묻는다. ‘쉘부르의 우산’으로 친숙한 프랑스 배우 카트린 드뇌브가 주연을 맡아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커뮤니티 비프는 7주년 맞아 다양한 영화 상영과 체험 프로그램 준비
부산 곳곳에서 무료 상영과 함께, 영화제 기획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올해 영화제에서도 시민과 함께하는 영화제인 ‘커뮤니티 비프’가 풍성하게 준비됐다. 올해로 7주년을 맞은 커뮤니티비프는 메가박스 부산극장, 부산영화체험박물관, 한성1918에서 영화 54편(장편 38편, 단편 16편)을 상영한다. 이밖에도 주민들이 영화감독에게 교육을 받아서 만든 결과물과 제작 과정을 공개하는 ‘마을영화만들기’ 단편 11편(메이킹 다큐멘터리 4편 포함)도 부산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다. 비프광장 야외무대에서도 영화 9편(장편 4편, 단편 5편)을 상영해 남포동에서만 총 74편(장편 42편, 단편 32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토크 사이 깜짝상영도 준비되어 관객을 설레게 할 예정이다.
올해의 주요 키워드는 ‘미래’로, SF 영화와 AI, 뉴미디어를 심층탐구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K-콘텐츠 축제 ‘청춘SEA-NEMA’도 개최된다. 관객에게 영화제를 기획 운영할 기회를 제공하는 ‘리퀘스트시네마: 신청하는 영화관’을 비롯해 ‘올데이시네마’, ‘블라인드시네마’, ‘마스터톡’ 등 주요 프로그램에는 이준익·장항준·윤제균·최동훈·정형석·김지운·정성일 감독, 이준기·안재홍·정성화·류준열·방은희·강두·김재화 배우, 강혜정 제작자, 장정일·박찬일·김탁환·곽재식 작가, 신형철 문학평론가 등 문화·영화계 인사가 대거 참여한다.
부산 청년이 주도하는 영상 제작 체험, 토크 콘서트, 공연 등 다채
‘남포피날레’로 커뮤니티 비프 대미 장식할 예정
비프광장 야외무대 거리 행사인 ‘커비로드’에는 누구나 감독과 배우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시민 영상 제작 체험, 영화를 테마로 소품을 손수 만들어보는 공예 체험 등이 부산청년종합커뮤니티 주도로 펼쳐진다.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4인4색 캐릭터 분장을 한 배우들의 거리 이벤트가 시민들을 즐겁게 할 예정이다. 커뮤니티비프가 선택한 아티스트를 초대하는 ‘커비컬렉션’에서는 에픽하이와 함께하는 떼창, 배우 홍경, 뉴미디어 아티스트 멜트미러, AI 영화 선두주자 권한슬과의 시간이 마련되며, ‘한성파티시네마’에서는 모그, 구혜선, 손수현, 장하은 등이 참여해 가을밤 기타 라이브와 릴레이 토크 콘서트가 진행된다. 이외에도 밤새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며 자유롭게 즐기는 색다른 심야상영 ‘취생몽사’, 키즈 프로그램 ‘커비랑키즈랑’도 마련됐다.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는 비프광장 야외상영작 라인업도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한국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 인기작으로 등극한 푸바오와 주키퍼들의 ‘안녕, 할부지’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꿈꾸는 카라 출신 박규리 배우, 백재호 감독의 ‘인생은 고양이처럼’ 배우 출신 감독 구혜선이 직접 작곡한 피아노 뉴에이지 음악 기반의 자전적 단편 다큐멘터리 ‘스튜디오 구혜선: 그리고 봄’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떡볶이와 사랑에 관한 손수현 배우의 단편 ‘맛있는 엔딩’ 이태원의 고교생들이 난민들의 요리를 먹으며 고단한 삶을 맛보는 단편 ‘용산의 맛’ 등이 상영되고 GV도 마련된다. 또 ‘늑대의 유혹’‘사랑과 영혼’ ‘시월애’가 비프광장에서 매일 저녁 상영돼 관객에게 추억을 선사한다.
커뮤니티 비프 폐막 축제 ‘남포피날레’는 밴드 ‘정불타와 일세션스’를 이끄는 래퍼 정불타, 걸스힙합 스트릿 댄스 크루 TEAM H의 축하공연, 시상식과 사투리 경연대회, 지난해 시민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끈 영화퀴즈대회 등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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