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30cm 외나무다리, 지금도 건넙니다” 고요함과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여름 여행지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 사진=ⓒ한국관광공사 양지뉴필름

누구나 한 번쯤은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을 꿈꾼다. 소란한 알림과 화면 속 세상에서 벗어나, 오직 자연과 전통이 들려주는 고요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은 날.

경북 영주에는 그 바람을 이뤄줄 마을이 있다. 내성천이 마을을 감싸며 천연 요새처럼 만들어낸 ‘물 위의 섬’ 무섬마을이다. 이곳은 단지 오래된 고택과 다리를 지닌 옛 마을이 아니다.

그 안에는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삶의 숨결과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시간이 존재한다.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복현

무섬마을의 첫 인상은 단연 150m 외나무다리다. 너비는 어른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고, 아래로는 내성천이 유유히 흐른다. 아슬아슬하게 놓인 나무 다리를 조심스레 건너는 그 순간, 방문자는 일상을 벗고 과거로 향하는 문을 통과하게 된다.

이 다리는 단순한 관광 포인트가 아니다. 과거 마을 사람들에게 이 외나무다리는 학교로, 장터로, 인생의 시작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통로였다.

장마철이면 떠내려갔다 다시 놓고, 혼례 행렬이 조심스럽게 건넜던 그 길에는 세월의 무게와 공동체의 따뜻함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무섬마을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외나무다리를 건너 마을에 발을 딛는 순간, 풍경은 더욱 깊어진다. 자갈이 섞인 골목과 낮은 담장 사이로 ‘ㅁ자형’ 고택들이 조용히 줄지어 서 있고, 정갈한 마당에는 여전히 장독대가 놓여 있다.

무섬마을은 1666년 박수 선생이 터를 잡으며 시작됐고, 이후 그의 후손과 사위인 선성 김씨가 함께 마을을 이뤄 박씨와 김씨, 두 가문이 수백 년간 함께 살아온 집성촌이다.

40여 채의 고택 중 30여 채는 조선 사대부가의 전형을 간직하고 있으며, 지금도 실제 후손들이 살고 있는 ‘살아있는 전통 공간’으로 존재한다.

특히 만죽재 고택은 360년의 역사를 품고, 항일 의병 격문과 혼서지 등 귀중한 유물이 발견된 곳이다. 또 다른 고택인 해우당은 흥선대원군의 친구였던 김낙풍이 살던 집으로, 사랑채에는 대원군이 직접 쓴 현판이 걸려 있어 고택에 새로운 무게감을 더한다.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무섬마을은 단순히 ‘옛 것을 보존’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이곳의 전통은 지금도 살아 움직이며, 해마다 열리는 무섬외나무다리축제를 통해 한층 더 생동감을 얻는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전통 혼례 행렬이다. 신부가 가마를 타고, 신랑과 하객들이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장면은 마치 조선시대 한 장면을 눈앞에 재현한 듯한 감동을 준다.

축제 기간에는 고택을 배경으로 한 야외 음악회, 전통놀이 체험, 고가 내부 관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방문객은 단지 관람자가 아닌 전통을 직접 ‘체험’하는 주인공이 된다.

이러한 경험은 축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무섬마을에서는 평소에도 한옥 숙박 체험이 가능하다. 실제 후손이 거주 중인 고택에서 하룻밤 묵으며 조선 사대부가의 생활 양식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다.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 사진=ⓒ한국관광공사 양지뉴필름

무섬마을의 또 다른 매력은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라는 점이다. 입장료는 없고, 마을 입구에는 무료 주차장도 넉넉히 마련되어 있다. 부담 없이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이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다.

자갈길을 걷고, 외나무다리를 조심스레 건너고, 천천히 고택을 둘러보는 그 과정은 마치 시간을 천천히 감아 되돌리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마을 한편에 마련된 무섬문화촌에서는 천연 염색, 도자기 만들기 등 전통공예 체험도 가능하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도 교육적이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지로도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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