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에 벌레 기어가는 느낌…10명 중 1명 겪는 '수면병'

박정렬 기자 2024. 9. 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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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10명 중 1명은 겪는 수면병이 있다. 다리를 가만히 두거나 잠이 들 때쯤이면 다리가 저리고 불편한 '하지불안증후군'이다. 불면증을 부르는 대표적인 수면 질환이지만 신경통과 구분이 어렵고 증상이 매우 다양해 다른 질환으로 오진하기에 십상이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수면센터(신경과) 교수의 도움으로 하지불안증후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가만히 있을 때 불편함 심해져
하지불안증후군은 단순히 다리가 저리다고 해서 진단하지 않는다. 몇 가지 조건이 있는데 첫째는 다리가 불편한 느낌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들어야 한다. 또 둘째로 이런 증상이 누워 있거나 앉아 있을 때와 같이 가만히 있을 때 발생·악화해야 한다. 끝으로 움직일 때는 증상이 없어져야 하고 유독 밤에, 특히 잠을 자려고 누워 있을 때 악화한다는 특징을 보여야 한다.
다리가 불편하다는 느낌은 환자들마다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다리가 쑤시는 듯 근질거린 거라는 느낌, 잠을 자려고 하면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쑤시고 따끔거림, 타는 느낌, 전기 오는 느낌, 칼로 찌르는 느낌, 가려움 등의 다양한 불쾌한 감각을 호소한다. 불편함이 불면증을 불러 삶의 질이 뚝 떨어진다. 신 교수는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는 왕성하게 활동해야 할 낮에도 피로를 호소하고 의욕 저하, 우울감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며 "사회활동에 지장을 초래하고 삶의 질 향상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철분 많은 땅콩, 호두 등 도움
하지불안증후군은 절반 정도에서 유전적 경향을 보인다. 이와 함께 명확하진 않지만, 뇌의 도파민 부족이 발병 원인으로 추정된다. 도파민을 만드는 아미노산인 타이로신이 뇌에서 레보-도파로 변환시킬 때는 철분도 필요하므로, 철분의 부족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철분이 부족한 빈혈이 있는 경우, 빈혈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임신 중인 경우나 철분 결핍이 흔히 나타나는 만성신장 질환, 요독증 환자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게 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하지불안증후군 가벼운 운동, 발과 다리 마사지나 족욕, 철분 섭취를 통해 호전될 수 있다. 운동은 과하면 안 되고 중등도의 가벼운 운동이 좋다. 유산소 운동은 평소 심박수보다 2배 이내, 시간은 30분 이내가 적당하다. 유산소보다 더 추천되는 것은 요가나 스트레칭으로 잠자기 전 1~2시간 전에 이를 통해 다리를 이완시키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마사지나 찬물과 뜨거운 물을 번갈아 하는 족욕도 추천되는 방법. 다만 몸을 푼다고 뜨거운 물로만 하면 체온이 오르면서 불편한 증상이 더 심해지므로 삼가야 한다. 항히스타민제 등을 포함한 여러 약물, 커피, 탄산음료 등에 들어있는 카페인, 알코올 등의 복용은 자제하는 게 좋다. 반대로 철분이 많이 든 시금치, 조개류, 콩, 두부, 고기, 생선, 통곡물(땅콩,호두), 다크초콜릿은 증상을 줄여주는 데 도움 된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
약물로 80% 이상 치료 가능
이러한 대증요법에도 증상이 낫지 않으면 약물치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도파민 작용제(dopamine agonist) 계열 약물을 복용하면 환자의 80~100%는 증상이 완전히 조절된다. 단, 고용량으로 오래 복용하면 증상이 더 심해지는 증강 효과(Augmentation)가 발생할 수 있어 가급적 필요할 때만, 적은 용량으로 써야 한다. 이밖에 감각자극을 뇌로 전달되는 회로를 차단하는 알파-델타리간드 계열의 통증 조절 약물을 사용할 수도 있다. 철 결핍이 있는 경우 철분 보완 요법을 시행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증상이 매우 다양하면서 허리디스크, 하지정맥류, 야간다리 경련, 말초신경질환 등 다른 질환과 유사한 면이 많다. 신 교수는 "낮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고 아무 움직임이 없는 밤에만 증상이 나타나 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하지불안증후군을 한 번쯤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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