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차가 박스형인 이유? '이 것' 때문입니다" 국내에는 없는 경차 모음

일본 차고지 증명제 등 규제 탓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박스형 경차
국내 정식 출시되진 않아
사진 출처 = '혼다'

‘경차’라 하면 국내 소비자 대부분은 작은 해치백이나 경량 소형차를 떠올린다. 하지만 일본에서 경차는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 단순히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생활 속 깊숙이 침투한 도심형 라이프스타일 솔루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차는 ‘박스형 디자인’이 주류를 이룬다. 그 이유는 유행이 아니라 복잡한 도시 인프라와 주차 규제, 그리고 경차 규격 자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왜 전부 박스형?”… 일본 경차 디자인의 이유 있는 선택
사진 출처 = '다이하츠'

일본 경차가 대부분 네모난 박스형 디자인을 고수하는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법적으로 제한된 차체 규격 때문이다. 일본의 경차 기준은 전장 3,400mm, 전폭 1,480mm, 전고 2,000mm 이하로 제한되어 있다. 이 안에서 최대한 넓고 실용적인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수직 형태의 차체 구조가 채택되는 것이다.

특히 요즘 일본 경차 시장에서 주류를 이루는 모델들은 ‘슈퍼하이탑’으로 불리는 전고 1,800mm 이상, 일부는 규격 상한인 2,000mm에 가까운 차도 많다. 좁은 면적에 더 많은 적재 공간과 승객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가능한 한 높게, 네모 반듯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빡빡한 일본 주차 규제… 경차는 유일한 탈출구
사진 출처 = '스즈키'

일본은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구조 탓에 차고지 증명제가 엄격히 시행된다. 도쿄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차량을 구매하기 전 개인이 확보한 주차 공간이 있어야만 등록이 가능하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경차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차고지 증명이 면제된다.

이 때문에 경차는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라 도심에서 차량을 가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되는 셈이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는 젊은 층, 1~2인 가구, 고령층 등 다양한 소비자들이 경차를 실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용성과 운전 편의성 모두 잡은 경차
사진 출처 = '스즈키'

박스형 경차는 외관만 보면 투박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넓은 실내 공간과 편리한 승하차, 높은 시야 확보 등 장점이 많다. 시트 포지션이 높아져 운전 시 전방 시야가 탁 트이고, 고령자나 어린이가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슬라이딩 도어나 낮은 플로어도 적용된다.

이런 구조 덕분에 일본 경차는 패밀리카, 배달용 밴, 캠핑차량, 휠체어 탑승용 차량 등 다양한 용도로 변형되어 쓰이고 있다. 특히 경차 캠핑카는 경량화된 구조에 침대와 간단한 취사 공간까지 갖춰 ‘1인차박족’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일본 박스형 경차들
사진 출처 = '닛산'

▲혼다 N-BOX
일본 경차 판매 1위를 기록한 모델로, 실내 공간과 주행 안정성이 뛰어나고 아이 키우는 가정을 중심으로 높은 수요가 있다.
▲다이하츠 탄토
1,700mm가 넘는 전고, 슬라이딩 도어, 평평한 플로어 설계로 승하차 편의성이 뛰어난 모델. 특히 고령자 운송용으로도 활용된다.
▲스즈키 스페시아
귀엽고 친근한 외관과 실용성이 조화를 이루며 여성 운전자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도 함께 판매 중이다.
▲닛산 루크스
실내 정숙성과 안전 사양이 강화된 경차로 자녀가 있는 가정을 타깃으로 한다.
일본 소형, 경차는 ‘저렴한 차’가 아닌 공간 활용성, 안전성, 디자인까지 신경 쓴 프리미엄 미니카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에도 들어왔던 일본 경차들
사진 출처 = '스즈키'

한국에도 과거 일부 일본 경차가 정식 수입되거나 병행 수입 형태로 들어온 적이 있다. 대표적으로 스즈키 알토, 미쓰비시 미니캡, 다이하츠 무브 등이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차고지 규제가 없고 경차 혜택도 상대적으로 적어 일본처럼 경차가 ‘생활 필수 차량’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또한, 일본 경차는 대부분 우핸들 차량이라 국내 도로환경에 맞지 않고 안전 규격이 다르기 때문에 정식 수입에 제약이 많다. 따라서 지금은 캠핑카 수요를 타고 일부 병행수입된 박스형 경차가 드물게 보이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일본의 박스형 경차는 도심형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라 할 수 있다. 법적 규제를 활용하면서도 실용성을 극대화하고 공간 활용과 접근성을 고려한 설계가 담겨 있다. 국내에서는 고속도로 주행성이나 충돌 안전성 문제로 박스형 경차가 자리잡기 어렵지만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도심 밀집 문제 등을 고려하면 일본식 경차 문화도 다시 주목받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