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 "모두가 진실만 말하고 나만 거짓말 할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인터뷰M]
진실의 주둥이로 두 번째 배꼽사냥을 하러 온 라미란을 만났다. 영화 '정직한 후보2'의 '주상숙'을 연기한 라미란은 전편 '정직한 후보'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코미디 퀸'으로 인정을 받았었다.
언론 시사회에서 갑작스럽게 눈물을 보여 화제가 되었던 라미란은 "너무 감사해서 흘린 눈물"이었다며 그때의 심경을 고백했다. "'걸캅스' 개봉 후 말도 안 되는 이슈가 많았다. 그러다 '정직한 후보'도 개봉했는데 너무 관객분들이 친정엄마 같은 호의적인 마음으로 영화를 봐 주시더라. 고생했다고 제 어깨를 토닥여주시고 위로해 주시는 것 같아 제가 너무 놀랐고, 영화를 본 뒤에 써준 리뷰들도 99%가 따뜻한 글들이어서 감동을 받았다. 그 덕에 우리가 2편도 만들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감정이 올라왔다."라며 새삼스럽게 전편의 개봉 이후 긍정적인 리뷰에 많이 힘을 얻어 속편까지 제작하게 된 상황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코미디 퀸으로 '정직한 후보'시리즈를 통해 보여주었던 화통한 모습을 생각하고 만난 라미란이었지만 직접 만난 라미란은 조곤조곤 수줍은 모습도 있어 반전이었다. "다들 제가 유쾌하고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하시는데 극 중에서 보여드리는 모습은 제 원래 모습과 많이 다른 지점이 있다. 저는 좀 샤이하고 말도 조곤조곤 한데 극 중의 텐션 높은 모습이 많이 물타기가 돼서 개인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며 "식당에서도 왜 이렇게 조용히 먹고 가냐고 하시더라. 밥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 건지 고민되는 순간이긴 한데 저의 이런 이미지들은 다 감독님이 만들어 주신 것이고, 그런 이미지로 호감을 받는다는 건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라며 대중이 생각하는 이미지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라미란은 '정직한 후보 2'에서도 전편을 넘어서는 엄청난 텐션과 연기, 코미디로 '역시 라미란!'이라는 이름값을 증명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라미란은 "언제까지 제 호흡이 먹힐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번에는 다 읽힌 것 같다"라며 소심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확실히 1편을 함께 했던 배우와 스태프여서인지 첫 촬영의 느낌도 들지 않고 늘 하던 거 하는 느낌으로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연기도 1편 때보다 더 거침없이 할 수 있었다. 다른 영화였다면 이렇게 못 했을 것이다. 많이 오버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이상한 것도 많았다. 그런데 전체적인 수위를 맞추기 위해 감독님이 많이 조정을 하셨을 것이다."라며 1편 때보다는 편안한 환경에서 촬영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좋아 보인 건 모두 감독의 덕이라며 공을 돌렸다.
라미란은 "시간의 흐름도 빠르고, 1편 때보다 캐릭터에게 닥치는 일도 많다. 몇 해의 시간이 지나는 걸 짧은 시간 안에 보여주다 보니 헹가래 세 번 치고 우주로 올라갈 때의 제 모습이 너무 기괴하게 보이더라. 처음 볼 때는 너무 흐름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완성본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며 "이번에는 환경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바다가 나오고 수중촬영 분량이 많았다. 물에서의 연기는 훨씬 힘들었다. 또 이번 작품에서는 행정관의 일상을 보여줬다. 포지션만으로 봤을 때 몸이 덜 힘든 건 국회의원 같더라. 행정관은 신경 쓸 것, 결정해야 할 것 등 업무의 양이 엄청 많았다. 실제 강원도 도지사께서 현장에 방문을 하셨었는데 왜 그렇게 바짝 마르셨는지 이해가 되더라"라며 전편에 비해 표현하고 연기해야 할 분량이 훨씬 많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수중 촬영도 힘들고 워낙 몽타주 촬영도 많아서 고생했다는 것 말고 정말로 라미란을 힘들게 했던 고민은 바로 진정성이었다고 한다. 그는 "거짓말을 못하는 상황이 될 때 얼마나 진실을 말할까 그게 제일 큰 숙제이고 고민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5:5일 것이다. 진실도 말하고 분위기나 관계를 위해 거짓말도 하며 살아갈 텐데 그게 5:5가 아닌 0이나 10이 된다면 정말 코미디가 될 것 같았다. 완전히 그 상황에 빠져들지 않고서는 순간순간 계획해서 리액션을 하거나 연기를 하는 건 불가능했다"라며 코미디 연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닌 상황에 완전히 몰입해서 리얼한 실제 상황을 그려내려는 노력을 엄청나게 했음을 이야기했다.
기자들에게도 만약 거짓말을 못 하게 되거나 거짓말만 하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떤 쪽을 택하겠냐고 물은 라미란은 "저는 저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라는 말을 해 현장을 폭소하게 했다.
이런 게 바로 라미란의 매력이 아닐까 싶은 순간이었다. 모두가 진지하게 상황에 빠져들게 만들고는 혼자서만 쏙 상황을 비틀어 빠져나가는. 극 중에서도 라미란의 이런 매력은 수차례 보인다. 무엇보다 가장 큰 웃음을 안기는 청와대에서의 장면에 대해 라미란은 "김 위원장과 통화하는 장면은 위험하니까 제가 빼자고 했었다. 원래는 그 장면에 제가 한 대사가 없었다. 대본에는 '수화기를 든다'가 마지막이었고, 과연 '주상숙'이 뭐라고 이야기했을지 궁금하게 두 자도 했었는데 감독님이 촬영할 때 컷을 안 하시더라. 뒤에 뭘 하길 바라신 것 같아 몇 가지를 했는데 그중에 가장 수위가 낮은 걸로 영화에 쓰셨더라. 영화의 쿠키로 쓰인 장면도 사실 그 통화 직후에 이어지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뚝 잘라서 쿠키로 쓰니까 마지 제가 통일부 장관이 되는 것처럼 보이더라."라며 즉석에서 만들어 낸 재치 있는 대사와 감독의 절묘한 편집으로 첫 시나리오에서는 계획되지 않았던 다른 재미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2년 전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솔직히 찍어 놓은 작품이 없어 2년여간 쉬는 것처럼 보이게 된 거라는 라미란은 "저는 매번 찍고 바로 개봉하고 찍고 바로 개봉하며 지내왔었다. 수상 당시 '시민덕희'를 촬영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여건이 좋지 않아 그 영화를 1년 동안 촬영했다. 그래서 수상 이후에 나올 영화가 하나도 없었다. 작년에 5개의 영화를 촬영했는데 지금 이렇게 '정직한 후보 2', '컴백홈'의 영화가 우르르 나오게 되었다. 저는 오래 묵혀두는 작품이 없는 게 오히려 다행이고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2년간의 근황을 밝혔다.
그러며 "수상 이후 대중들의 기대감은 사실 무겁지 않더라. 저도 작품을 보면 여기 열광했다가 새로운 게 구미가 당기면 언제 내가 이걸 미친 듯이 좋아했지 할 정도로 또 다른데 집중하게 된다. 가볍고 쉽게 잊히는 게 대중의 관심이라는 걸 알고 있고 저에게 항상 가지는 기대감이 아니니까 별로 크게 무게감을 가지지 않으려고 한다. 사실 대중이 저에게 기대를 하는 것도, 이후의 평가도 이미 저의 손을 떠난 뒤에 벌어지는 일이지 않나."라며 굉장히 해탈한 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작품을 하지 않는 공백기에는 거의 모든 드라마와 예능을 다 섭렵한다는 라미란은 "많은 걸 알고 있다. 음악도 top100 위주로 들으며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나름 노력한다."라는 이야기를 하며 "저는 이기적인 사람이라 제가 먼저 행복해야 주변 사람도 같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살다가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싶게 살고 싶어서 벌어서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사는 중이다. 노후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그렇게 여한 없이 재미있는 거 하면서 사는 게 저의 목표다. 연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일이 너무 재미있고 좋아해서 참 만족도 높은 삶을 살고 있다."라는 말로 즐기며 연기하는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긍정적인 사람이 한 코미디 연기이니, 즐겁지 않은 게 이상한 거 아닐까? 라미란은 "팝콘과 버터구이 오징어 세트를 구매하시고봐주시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전작보다 호흡이 빨라서 살짝 놓치면 못 따라갈 수 있으니 두세 번 보시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라며 관객들의 관람을 독려했다.
화려한 복귀의 기회를 잡은 전 국회의원 ‘주상숙’과 그의 비서 ‘박희철’이 ‘진실의 주둥이’를 쌍으로 얻게 되며 더 큰 혼돈의 카오스로 빠져드는 웃음 대폭발 코미디 '정직한 후보2'는 바로 오늘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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