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혁신의 아이콘'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다빈치모텔서 밝힌 디자인 철학은?
2024 현대카드 다빈치모텔 개최
정 부회장, '디자인을 대하는 태도, 디자인을 하는 태도' 주제로 진행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우리가 같이 오감을 느끼고 머리에서 생각하고 하는 것들을 실현할 수 있는, 지성과 감성을 아우르는 3일이었다라는 얘기를 듣는 것이 (이번 다빈치모텔 행사가 끝난 뒤에) 가장 성공적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은 '2024 현대카드 다빈치모텔'이 끝난 뒤 고객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냐는 관객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현대카드는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이태원 바이닐앤플라스틱·언더스테이지·뮤직라이브러리·스토리지·아트라이브러리 등 현대카드 구역 일대에서 '2024 현대카드 다빈치모텔'을 개최하고 있다.
행사 이름인 '다빈치모텔'은 르네상스 시대 예술·과학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자동차 모텔에서 각각 영감을 얻어 지었다. 장거리 운전자들이 모텔에서 잠시 쉬며 휴식을 취했던 것처럼 3일간 다양한 지성·감성의 재충전을 제공하는 자리다.
28일 오후 5시 10분께 정태영 부회장이 직접 진행한 비즈니스 인사이트 세션은 지난해 관객들의 큰 호응에 힘입어 정례화됐다.
정태영 부회장은 지난해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김봉진 전 대표와 '브랜딩하는 최고경영자(CEO) vs 경영하는 디자이너'를 주제로 대담을 펼친 바 있다. 이번 행사에선 이상엽 현대자동차 부사장과 함께 '디자인을 대하는 태도, 디자인을 하는 태도'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정 부회장은 "저희가 오늘 사실 하나도 대본을 안 짜고 왔다. 제 스타일도 아니고 부사장님 스타일도 아니고 해서 정신을 좀 잡아가며 얘기하고 있다"고 말해 시작부터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현대카드의 디자인과 혜택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정 부회장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대한민국 카드 디자인의 역사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는 지난 20여 년간 디자인 철학을 고수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변화를 추구해 왔다. 플레이트 디자인을 통해 신용카드 본질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상엽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스토리도 좋지만 디테일에서 항상 현대카드가 멋지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며 "미국에서 8년 전에 들어올 때 제가 크레딧 카드가 8개였는데 카드를 없애는 게 목표였다. 그래서 사실 많이 없앴는데 현대카드는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가 디자인도 물론 좋지만 혜택도 있다. 사실 혜택 경쟁을 하는데 이걸(디자인을) 강조하다 보면 디자인만 보이는 면이 있어서 저희도 좀 조심스럽긴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나 다른 제품들이 디자인에 집중할 때 '이건 그냥 디자인 위주로 뽑았구나'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며 "어떤 요소가 너무 강조되면 사람들은 쉽게 특정 카테고리로 묶어버린다. 이를테면 '이 사람은 육상 선수야', '이 사람은 씨름 선수야'처럼 말이다. 그래서 현대카드는 금융이 약하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디자인뿐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끊임없는 도전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됐다. 이 부사장은 "성공 스토리라고 하는데 사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면서 더 단단해진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저는 20대 때부터 디자인을 해서 지금까지 디자인들을 해오고 제가 가장 좋아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지만 한 번도 쉬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저도 실패라는 것을 해보고 싶은 조금은 도발적인 성격"이라며 "그런 분들을 좋아하는 이유가 뭔가 재미난 일들은 그분들에게 벌어지는 거다"라고 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결합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정 부회장은 "사람들이 온라인이 중요하다고 말할 때, 오프라인이 불필요하다는 오해를 한다. 저는 OFF와 ON이 결합되어야 하며, 둘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ON도 발전하고 OFF도 여전히 빛난다고 생각한다"며 "리테일 업계에서도 온라인이 대세라고 하지만, 실제로 성공하는 건 코스트코나 월마트 같은 오프라인 기반의 회사들의 주식이 최근 오르고 있다"고 부연했다.
프레임에 대한 생각으론 이 부사장은 "스토리를 만들고 어떤 기획을 할 때 이게 사람들한테 어떤 식으로 가겠다에 대한 그런 고민을 먼저 하고 그 스토리를 대화로 풀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이 된다"며 "이렇게, 이 프레임을 해서, 여기다 맞추는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우리가 그런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의 그 기획 단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 부회장은 "저는 직원들과 자주 얘기하는데, 프레임만큼 위험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프레임은 세상을 단순화시키지만, 그만큼 위험하다. 사람들을 특정 범주에 가두는 것이다. 세상에서는 고급, 중급, 남성, 여성 같은 프레임이 너무나 쉽게 적용된다"며 "프레임을 대할 때 저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본다. 그 프레임을 깨거나, 아니면 맞춰가는 것이다. 어느 경우든 선택이 필요하다. 어떤 때는 프레임을 깨는 것이 답이 될 수 있지만, 어떤 때는 그 프레임에 맞춰주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시장에서 상품을 내놓을 때, 고급과 중급 같은 프레임에 맞추면 사람들이 금방 이해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중립적인, 어느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경우에는 오히려 사람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면서 "프레임을 따르는 것이 항상 안전한 선택은 아니다. 가끔은 프레임을 깨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하는데, 이는 굉장히 큰 도전이다. 하지만 이런 도전이 성공했을 때, 정말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과 경영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이 부사장은 "디자이너와 경영자를 왔다 갔다 하셔야 되기 때문에 그런 것들도 사실 큰 도전이자 챌린지가 아닌가 싶다"고 물었다.
이에 정 부회장은 "겸손한 것도 아니고 일단 디자인을 갖다가 이해한다는 거지 아는 사람은 아니다. 디자인에 관심은 많지만, 디자인 전문가가 아닌 사람으로서 책임을 지기보다는 옆에서 맞춰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부사장도 "디자이너는 사람을 돕는 과정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시각적인 요소가 디자인이 되는 것이면 안 된다"며 "디자인도 시각보다 오감을 같이 섞어서 만들면 굉장히 파워가 세진다. 공간 안에서 눈을 감았을 때 공간이 주는 느낌, 어떤 결정체가 디자인임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다빈치모텔에는 총 39개 팀이 참여해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선사하는 가운데 기존 공연과 강연에 더해 프로그램 구성이 다양화됐다.
주변 업장들과의 협업 또한 크게 확대됐다. 이태원 지역 협업 매장 수는 지난해 20곳에서 올해 총 36곳으로 크게 늘었다. 다빈치모텔이 진행되는 3일간 인근 레스토랑, 바와의 협업을 확대해 다빈치모텔 티켓 구매 관객이 해당 티켓을 제시하면 협업 레스토랑, 바에서 전 메뉴를 10% 할인받을 수 있다.
현대카드 바이닐앤플라스틱에서는 이마트, 올리브영, 런던베이글뮤지엄, 뉴믹스, 818데킬라, 헤네시, 선악과즙, 조스개러지바이유니페어, 하이브로우 등 패션·라이프스타일·뷰티·F&B 각 영역을 대표하는 브랜드 9곳과 협업해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올해는 NFT 마켓 플레이스인 콘크릿(KONKRIT)에 글로벌 패치를 적용함으로써 해외 관객들도 회원 가입·성인 인증·결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 다빈치모텔에 참여하면 한정판 티셔츠를 받을 수 있다. 이 티셔츠에 탑재된 NFC를 태깅하면 팝업·스트리트 참여 브랜드의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쿠폰을 NFT로 지급받을 수 있다.
한편, 현대카드는 올해 다빈치모텔의 모든 프로그램에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을 제공해 해외 관객을 포함해 현장에 방문하지 못한 관객들이 다빈치모텔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다.
어도어(Ador) 민희진 대표를 비롯해 비(Rain), 선미, 자이언티, 더콰이엇 등 K팝을 이끌어가는 글로벌 아티스트들의 토크와 공연은 해외 관객들의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지난 27일 진행된 민희진 세션의 유튜브 실시간 동시 접속자 수는 3만5000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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