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늘어난 도로 위, 킥보드 사고만 20% 줄었다

최진홍 기자 2026. 7. 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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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무법자' 오명 벗나…지표는 좋아지는데 규제는 거꾸로
PM 사고 감소 속도, 도로 전체 평균의 10배…규제 강화 속 지방 사고는 폭증

개인형 이동장치(PM)의 사고 위험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물론 도로의 무법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체 '킥라니' 비판과 전기자전거 길막 논란도 여전하지만 분노의 행간에서 발견되는 전체 안전성 자체는 극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퍼스널모빌리티산업협회(이하 한국PM산업협회)는 한국도로교통공단의 2025년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통계를 분석한 결과 PM 전동킥보드 사고 감소세가 한층 뚜렷해졌다고 9일 밝혔다.

실제로 TAAS 통계에 따르면 2025년 PM 가해 사고는 1915건으로 전년 대비 14.2%(317건) 감소했다. 사고가 정점을 찍었던 2023년과 비교하면 19.8%(474건) 줄어든 수치다. 부상자 수와 중상자 수도 전년 대비 각각 14.9%(370명), 9.1%(58명) 감소하며 사고 건수와 피해 규모가 동반 개선됐다. 2년 연속 감소인 데다 감소 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 등락이 아닌 추세 전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개선 속도는 도로 전체와 비교하면 더 도드라진다. 경찰청과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5년 전체 교통사고는 19만3889건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하는 데 그쳤고, 부상자는 2.4% 줄었지만 사망자는 2549명으로 오히려 1.1% 증가했다. 고령인구 급증으로 고령운전자로 인한 사망자가 10.8%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12년 연속 이어지던 사망자 감소세가 꺾인 해였다. 

도로 전체의 안전 지표가 정체 내지 후퇴하는 국면에서 PM만 사고 건수 14.2%, 부상자 14.9%, 중상자 9.1%의 동반 감소를 기록했다. 전체 평균의 10배가 넘는 개선 속도인 셈이다.

이용 규모 대비 사고 확률로 보면 위험도는 더 낮아진다. 한국PM산업협회는 2025년 공유 PM 이용 횟수를 지바이크, 빔모빌리티코리아 등 주요 4개 회원사 기준 약 9800만건, 미가입 업체를 포함하면 최소 1억건 이상으로 추산한다. 이를 기준으로 한 공유 PM의 사고 발생 확률은 약 0.0008% 미만, 약 13만번 이용에 사고 1건 꼴이거나 그보다 낮은 수준이다.
사진=지바이크

유사 이동수단과의 비교에서도 PM은 낮은 위험도를 보였다. 2025년 전체 교통사고 가운데 PM 비중은 1.0%에 그쳤고, PM 치사율은 자전거의 0.75배, 이륜차의 0.48배로 유사 이동수단 중 가장 낮았다. 보행자 피해 측면에서도 자전거와 이륜차의 보행자 가해 사고가 PM 대비 각각 1.7배, 2.3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킥라니'라는 오명과 실제 데이터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사고 감소의 배경으로는 산업 차원의 질서 유도 노력과 공유 PM 업체·지자체가 협력한 안전 캠페인의 효과가 맞물린 점이 꼽힌다. PM이 일상적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이용 문화 자체가 성숙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정책이다. 사고 지표가 전방위로 개선되는 동안 제도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왔기 때문이다. 

당장 PM 대여업을 제도권에 편입하는 PM법은 21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된 뒤 22대 국회에서 재추진돼 지난해 12월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당초 법안에 담겼던 대여 시 운전면허 확인 의무는 업계에서 공유 서비스 가입자의 70%를 차지하는 2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이용이 급감해 산업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만 16세 이상 나이 확인과 안전 교육 이수 확인을 의무화하는 대안으로 조정됐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헌법재판소가 전동킥보드 이용 시 면허와 보호장구 착용을 의무화한 도로교통법 조항에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국토위가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됐던 PM법을 회수해 수정 논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쟁점은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이상 소지 의무와 보호장구 착용 규정을 법에 명시할지 여부로, 사실상 원점 회귀 국면이다. 앞서 국회 공청회에서는 전문가들이 면허제보다 온라인 시험 등을 통한 자격제 규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주행속도를 낮추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면허제 도입을 놓고는 실효성과 효율성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데이터가 아닌 여론이 입법의 진자를 흔들고 있는 셈이다.

규제의 역설도 심상치않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16일부터 전국 최초로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와 서초구 반포 학원가 2개 구간에 전동킥보드 통행을 금지하는 '킥보드 없는 거리'를 운영 중이며, 불법 주정차 킥보드는 신고 접수 즉시 견인해 4만원의 견인료와 30분당 700원의 보관비를 부과하고 있다. 인천시도 송도 학원가 2개 구간과 부평 테마의 거리 1개 구간 등 3개 도로를 통행금지 구간으로 지정하며 전국 두 번째로 제도를 도입했다.

당장 시장이 반응했다. 업계 2위 지쿠가 서울 철수를 시작했고, 8만대의 기기를 보유한 선두 더스윙마저 매출보다 견인 과태료 부담이 더 크다며 서울 서비스를 전격 중단했다. 견인 조례라는 우회 수단이 사실상 퇴출 장치로 작동한 것이다.

재미있는 대목은 그 다음이다. 규제가 사고를 없앤 것이 아니라 옮겼다는 점이 확인됐다. 실제로 수도권 단속을 피해 기기들이 밀려든 지방에서는 같은 기간 PM 관련 교통사고가 부산 32.8%, 강원 46.2%, 전남 60.6% 등 일제히 폭증하며 규제가 강화된 수도권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서울과 달리 불법 주차 기기를 강제 견인할 조례가 없는 지방이 거대한 규제 사각지대가 된 것이다. 특정 지역의 금지·견인 위주 규제는 총량을 줄이는 게 아니라 위험을 관리 역량이 취약한 곳으로 밀어내는 풍선효과를 낳는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전국 단위 사고가 감소하는 와중에도 지역별 편차가 벌어지는 배경이며, 금지가 아닌 관리 중심의 전국 공통 규율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한편 업계에서는 킥보드 및 자전거 등을 포함한 PM이 마이크로 모빌리티 전반의 큰 흐름을 잡아가면서 나아가 그 이상의 큰 그림을 그려야 스마트 시티의 비전에 닿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 중심의 도시 설계에서 벗어나 골목까지 안전하게 연결하는 모빌리티 라스트 마일이 B2C는 물론 B2B 전반의 의미있는 핵심 인사이트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서 PM을 마냥 금지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장 이탈리아는 2024년 PM 보험 의무가입 법을 도입했고 스페인도 2026년부터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등 퇴출 대신 제도 편입으로 방향을 잡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국내 PM법에도 대여사업자의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공공보험·보상 제도의 근거가 담겨 있는 만큼, 안전망을 갖춘 관리형 규율로 가는 토대는 이미 마련돼 있다는 평가다.

박판열 한국PM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PM은 지난 2년간 모든 사고 지표에서 주목할 만한 개선을 이뤄냈으며 치사율과 보행자 피해도 자전거·이륜차보다 낮다"면서 "데이터가 명확한 개선 추세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일부 지자체에서는 PM만을 겨냥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국회에서 논의 중인 PM법 역시 이용자 안전 강화와 질서유지 조항은 도외시된 채 전 세계 유례가 없는 탑승 시 운전면허 인증 같은 과도한 규제가 논의되고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업계도 안전 문화 정착을 위한 자체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PM 논의가 데이터를 근거로 균형 있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운영사 지바이크의 윤종수 대표는 "안전을 최우선에 둔 서비스 개발과 운영, 민관 협업 기반의 안전교육과 캠페인을 꾸준히 이어온 노력이 이번 통계와 같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더 건강한 PM 이용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이용자 보호와 안전 문화 확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