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도보 여행 추천코스
청동기시대의 고인돌 유적, 고려시대 왕릉과 건축물, 외세 침략에 맞선 조선시대의 돈대, 격동의 근대와 분단의 아픔까지 이 모든 역사가 집약돼 있는 곳이 인천 강화도 입니다. 그야말로 섬 전체가 ‘지붕 없는 박물관’입니다. 특히 강화 원도심 고려도성은 최근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며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원도심은 수도권에서 강화로 들어오는 강화대교와 가장 인접한 관광지로 고려시대 역사의 흔적인 고려궁지 터부터 1960~70년대 근현대사를 엿볼 수 있는 직물공장까지 도심 곳곳에 시간이 축적돼 있습니다. 강화 원도심으로의 여행! 정책주간지 'K-공감'과 함께 하시죠.
방주 모양의 성당?
돌무덤 공원?
숨은 역사 찾기
용흥궁에서 시작하는 역사 여행
“강화도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으로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역사의 축소판으로 불릴 만큼 우리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현장입니다. 오늘 저와 함께 구석구석에서 강화의 매력을 느껴보길 바랍니다.”
강화 원도심 여행은 ‘해설사와 함께하는 도보해설 투어’로 시작됐습니다. 오전 10시 30분 용흥궁공원에 모인 관광객에 섞여 용흥궁에서 강화도 여행의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용흥궁은 조선 25대 왕인 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살았던 집으로 철종이 왕위에 오르고 나서 강화유수가 건물을 새롭게 짓고 이름을 용흥궁이라 명명했습니다. 별전, 내전, 외전으로 구성된 각 채들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독립된 공간을 가집니다. 해설사가 가까이 다가와 담장 너머 건물을 보라고 손짓했습니다. 야트막한 담장 위로 고개를 돌리니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옥으로 지은 건물 한 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1900년 대한성공회의 초대 주교인 고요한이 건립한 강화성당이에요. 한옥으로 지은 건물이 사찰 같아 보이죠? 외부는 동양의 불교 사찰을, 내부는 서유럽의 바실리카양식을 따른 독특한 건물입니다. 함께 가볼까요?”
골목골목 숨은 이야기를 찾아
용흥궁 뒷문으로 빠져나가 돌계단을 오르자 사찰의 일주문과 천왕문을 연상케 하는 문이 관광객을 맞았습니다. 문에 새겨진 십자가가 없었다면 사찰이라 해도 믿을 법했습니다. 성당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커다란 보리수나무 밑에 선 해설사가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이곳에서 바라본 성당 터가 어떤가요. 배의 형상 같지 않나요? 마치 노아의 방주처럼.”
말을 듣고 보니 공간 전체가 아늑한 배의 형상으로 보였습니다. 용흥궁공원에서 바라보면 높은 지대에 세워진 방주처럼 성당이 우뚝 서 있기도 합니다. 강화성당 건물은 수령 100년 이상 된 백두산 소나무를 신의주에서 구해 뗏목에 싣고 와 지었다고 하니 거친 파도에도 거침없이 나갈 튼튼한 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해설사가 “한옥 지붕 위 12조각의 용머리는 12사제를 상징한다”고 설명하며 성당 안으로 관광객을 이끌었습니다. 팔작지붕에 기와를 얹은 성당 안은 전혀 다른 세상처럼 고요하고 이국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높은 천장의 창에서 볕이 쏟아져 들어와 십자가 위로 닿았습니다. 경이로움에 절로 숙연해졌습니다.
강화성당에서의 감흥을 품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돌담을 따라 강화에서 일어난 대규모 만세운동을 기념한 강화 3·1 독립만세 기념비를 지나 언덕길을 5분여 오르자 거대한 궁문이 반겼습니다. 고려궁지는 고려 때 지어진 도읍터입니다. 고려가 1232년(고종 19년) 몽골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도읍을 강화도로 옮기며 지었습니다. 1270년(원종 11년) 개성으로 환도할 때까지 39년간 사용됐다가 몽고의 침략과 병자호란 등 여러 차례 전란을 겪으면서 궁궐과 성은 무너졌습니다. 현재는 행정 관아인 강화유수부 동헌과 이방청 등 조선시대 건물만 복원됐습니다.
고려궁지 안 외규장각은 1782년 정조가 왕실 관련 서적을 보관할 목적으로 강화도에 설치한 도서관입니다. 주로 왕실이나 국가 주요 행사를 기록한 의궤를 비롯해 왕실 서적을 보관했는데 이 또한 병인양요 때 약탈당하고 화재로 소실됐습니다. 지금은 2003년 일부 복원한 ‘정조건릉천봉도감의궤’를 볼 수 있습니다.
고려궁지의 가장 높은 곳, 외규장각 뒷동산에 오르니 강화 원도심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뒤로 마니산이 우뚝 서 있습니다. 마니산은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돌로 제단을 쌓았다는 참성단이 있는 명산입니다. 지금도 그 뜻을 이어 개천절마다 제사를 지냅니다.
고려궁지에서 다시 용흥궁공원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강화 원도심을 둘러봤습니다. 1·2층 건물이 옹기종기 모인 거리 곳곳에 역사의 흔적들이 표지석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한국 천주교의 노동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첫 사건을 기념한 노동사목 표지석, 강화 직물 이야기를 소개한 이화견직 담장길, 강화 독립운동의 현장인 강화중앙교회, 합일초등학교 독립운동길, 강화의 전통이었던 직조산업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소창체험관 등 숨겨진 흔적을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히 소창체험관과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는 근현대기 강화도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의미 깊은 장소입니다. 강화도의 직물 전통은 1910년대부터 시작됩니다. 당시 직물 직기가 만들어지며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해방 전후에는 강화읍을 중심으로 공장형 직물산업이 들어서며 번창기를 맞았습니다. 그러다 1970년대 중반 합성섬유 생산이 대구에서 이뤄지며 직물산업이 대구로 옮겨갔고 강화도의 직물공장은 하나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풍미했던 강화도 직물산업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세워진 체험관이 바로 소창체험관과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입니다. 이곳에서는 바느질과 염색 체험, 차 시음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된다면 차로 10분 거리의 조양방직 카페까지 둘러보는 것을 권합니다. 일제강점기인 1933년에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대 방직공장으로 지금은 레트로 감성의 카페로 변신해 있습니다. 휴일에는 줄을 서서 기다릴 만큼 사람들로 북적이는 ‘핫플레이스’입니다. 과거 공장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작업도구 등 공구를 이용해 만든 탁자와 의자, 곳곳의 인테리어들이 실내외 곳곳에 비치돼 근사한 포토존으로 빛을 발합니다.
공원 한가운데 거대한 돌의 정체
원도심 도보 여행을 마치고 차를 타고 근교로 나섰습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원도심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강화 부근리 고인돌군입니다. 강화 고인돌 유적은 고인돌의 밀집도가 높고 형식이 다양해 2000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습니다. 그중 사적 제137호로 지정된 강화지석묘는 우리나라 거석기념물의 상징이자 탁자식 고인돌의 대표적 유적입니다. 넓은 공원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강화지석묘를 가까이에서 보니 그 웅장함에 입이 쩍 벌어집니다. 동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고인돌은 넓적한 돌판을 두 개의 거대한 돌이 받치고 있는 형상인데 전체 높이가 2.6m에 이를 만큼 큽니다. 지석묘를 시작점으로 삼아 솔밭을 따라 탐방로를 걷다보면 16기의 가지각색 고인돌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고인돌 유적지 바로 옆으로 강화역사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도 있어 강화도 역사를 깊이 있게 탐구해볼 수 있습니다.
원도심 여행의 마지막은 갑곶돈대로 잡았습니다. 강화대교와 가까이 있는 돈대로 강화도 섬을 둘러싸고 자리한 54개 돈대 중 동북쪽을 지키고 서 있습니다. 돈대는 해안가나 접경지역에 돌이나 흙으로 쌓은 소규모 관측·방어시설을 말합니다. 조선시대 강화도에는 외적의 침입에 대비해 5개의 진과 7개의 보, 54개의 돈대를 세웠습니다.
역사의 현장을 찾아 떠난 강화도 여행은 고려도성에서 시작해 강화 고인돌군, 갑곶돈대까지 반나절을 알차게 채웠습니다.
강화 원도심 여행하고 커피 쿠폰 받아가세요
강화 원도심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스탬프 투어’ 이벤트에 참여해보세요. 강화군청 문화관광과에서는 ‘강화 원도심 모바일 스탬프 투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댓스탬프’ 애플리케이션에 로그인한 후 강화군이 지정한 강화 원도심 6곳의 위치정보시스템(GPS)을 인증하면 커피 쿠폰이나 편의점 쿠폰 등의 완주 기념품을 줍니다. 스탬프 투어에 해당하는 6곳은 소창체험관,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 조양방직, 용흥궁공원, 성공회 강화성당, 고려궁지 등입니다. 행사는 11월 30일까지입니다.
‘K-공감’은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을 격주로 소개합니다. 한국관광 100선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우리 국민과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꼭 가봐야 할 한국 대표 관광지 100곳을 2년에 한 번씩 선정해 홍보하는 사업입니다. 2023~2024년 한국관광 100선에는 유적지·건축물·놀이동산시설 등의 문화 관광자원 61곳과 숲·바다·습지 등 자연 관광자원 39곳이 선정됐습니다. 권역별로는 수도권 24곳, 강원권 10곳, 충청권 13곳, 전라권 17곳, 경상권 30곳, 제주권 6곳이 있습니다. 여행이 있는 주말, 한국관광 100선을 따라가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