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조명의 세계_ 6편 : 건강을 위한 조명환경의 중요성, 침실조명을 중심으로

조명설계 전문가가 소개하는 건축조명의 세계_ 6편 : 침실조명

조명이 그저 어두운 곳을 밝히는 장치라고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거주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도, 높일 수도 있는 것이 조명이다. 조명설계전문가 차인호 교수를 통해 매월 조명설계의 세계와 실제를 만나본다.


“안녕하세요, 박*원입니다. 새집 인테리어를 반 셀프로 준비하면서 느낀 점은 ‘조명이 가장 어렵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공부해도, 조언을 구해도 길이 보이지 않아 인테리어 전체를 그만두고 싶어질 정도네요. 두통 때문에 빛에 민감하고 재택근무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 조명계획을 완벽하게 세우고 싶은데 쉽지가 않습니다. 교수님 유튜브 영상처럼 빛의 방향과 조명방식을 다양하게 활용해 더는 머리 아프지 않게 설계되었으면 합니다. 조명전문가에게 의뢰하고자 교수님께 메일 드립니다.” (의뢰인 A)
“안녕하세요, 교수님, 저는 현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33세 직장인입니다. 어릴 적부터 조명이나 빛 반사에 민감하여 눈부심을 느끼면 머리가 아프거나, 업무 생산성 감소를 경험했습니다. 심층적인 검사를 해보니 약한 정도의 ‘간헐성 외사시(Exotropia strabismus)’라고 합니다. 일반적인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빛에 민감하고, 조명이나 눈부심에 민감합니다. 전문적인 조명설계와 솔루션으로 도움받고 싶습니다.” (의뢰인 B)

의뢰인 A나 B와 같은 사연처럼 빛에 예민한 광(光)과민성 증후군을 앓고 있거나 잘못된 조명환경으로 불면증, 우울증, 집중력 감퇴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필자에게 건축조명을 의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조명이 어두운 공간을 밝히는 용도 그 이상의 건강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중요성을 알고 계시는 분들이다.

어느덧 장마가 시작되고 무더운 여름이 다가왔다. 에어컨으로 습기와 더위는 막아낼 수 있지만, 실내조명의 불쾌함과 불편함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든다. 갑작스러운 더위는 체온 조절을 위해 우리 신체의 에너지를 소진해 노약자에게는 치명적이다. 더위처럼 빛도 눈부시게 강한 야간조명은 쾌적한 수면을 방해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야간 교대근무가 많은 직종의 여성이 유방암에 걸리는 확률이 높아지거나 심야에도 2,000룩스가 넘는 조명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는 심야의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경우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조명으로 침실이나 LDK 공간에서 더 건강하고 쾌적한 빛의 공간을 연출하여 힘든 여름을 건강하게 이겨낼 방법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90평 한강 뷰의 펜트하우스. LDK에 자연광 유입이 좋은 조건이지만, 넓은 거실의 깊은 곳은 짙은 음영이 드리워진다. 이를 적정하게 조율하기 위해서는 주간에도 조명이 필요하다. 주간조명에 어울리는 벽의 도장 색상을 엄선하고 한강의 물줄기가 실내에 들어오는 느낌을 연결하기 위해 카펫 디자인까지 진행하여 공간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했다.

우리 연구소에 건축조명을 의뢰하시는 분 중에는 불면증이나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 정신적인 분야 이외에도 눈부신 조명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안과적 질환으로 고민하시는 분들도 있다. 필자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조명과 건강의 관계나 조명이 수면의 양과 질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분들이 의뢰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의뢰한 프로젝트가 끝나고 조명환경이 바뀌어서 건강을 회복했다거나 이제는 숙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감사의 전화나 메시지, 이메일을 받는 것도 이 일을 하는 큰 보람이다.

건강한 삶을 위해 잠을 잘 자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보통 잠을 잘 자기 위한 조명환경에 대해 이해와 관심이 낮다. 잠을 많이 자는 사람, 사실은 충분히 건강 수면시간을 지키는 사람에 대해 게으르다거나 경쟁에 뒤지는 사람 취급하는 등 잠에 대해 인색하다. 거기에 더하여 한국의 획일적인 ‘1실1등’ 조명환경에서는 잠들기 전까지 환하게 조명을 켜두고 잠잘 때는 아예 꺼두는 식의 온 앤 오프(On & Off)만 존재한다. 즉, 매우 밝거나 아주 캄캄한 빛의 공간에 익숙해져 있어 쾌적한 수면을 위한 조명환경에 대한 체험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빛의 양보다 질을 추구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대중적으로 좋은 빛의 공간을 경험하기 힘들었고 아직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낮은 것이 현실이다. 건강을 위해 몸에 좋은 유기농 식자재를 엄선하거나 정제 설탕이나 밀가루를 피하느라 신경 쓰는 것보다 잘 자는 것이 우선이다. 잠이 보약이고 꿀잠을 위한 조명환경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위쪽 : 외국계 기업에 11년째 근무하는 의뢰인은 재택근무가 많고 자주 밤낮이 바뀌며 회의하는 일이 잦아 수면 리듬 문제로 불면증을 호소했다. 침실조명환경을 숙면에 도움 되도록 바꾼 뒤 업무 집중도도 좋아지고 실내 분위기도 아늑해졌다며 감사의 말씀을 전해왔다. 뒤로 보이는 욕실 조명과도 잘 연결되도록 설계되었다. // 아래쪽 : 같은 의뢰인의 재택근무가 이뤄지는 침대 옆 책상 주변의 조명환경 사례다. 장시간 근무에 피곤하지 않도록 하고 바로 뒤의 침대에서 잠깐 쉴 수 있도록 공간설계와 빛의 조건을 구성했다. 책상 위로 해외 미국 본사의 현지 로컬시각을 볼 수 있는 시계와 유럽지사의 시계, 한국시각의 시계가 각각 걸려 있다.

건강한 숙면을 위해서는 조명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잠들기 2시간 전부터 어둑한 곳에 있어야 뇌 속의 멜라토닌이라는 수면유도 호르몬이 분비되어 쉽게 잠들 수 있다. 반대로 아침에는 각성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잠을 깨워 활동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인류는 전기조명을 사용하게 된 이후, 밤을 낮처럼 환히 밝히며 생활하게 되었다. 수십만 년 동안 이어 온 빛과 인체의 관계에서, 문명과 기술적 진보에 우리 몸이 적응할 충분한 시간을 가지지 못해 생긴 시차로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한 대안은 가장 자연스러운 그러니까 말 그대로 인공광으로 자연 속 빛의 변화에 가깝게 조명환경을 구성하는 것이다. 빛의 양과 적정 배광의 조합으로 일몰 앞뒤로 눈부시거나 지나치게 밝아 자극적인 빛을 피하도록 하고, 아침에는 각성감(필자의 경우 카페인 조명이라고 부르곤 한다)을 극대화하는 조명환경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한 조명환경을 위해 일조 환경이 좋은 건축공간이라면 아침에 침실 창이나 커튼, 블라인드를 제쳐 자연광을 최대한 확보하기를 추천한다.

유튜브 채널 <차 교수의 조명연구소> 영상의 한 장면. 색온도와 광량조절이 가능한 침실조명설계 예시, 자연광 조건이 좋지 않거나 계절성 정서증후군(SAD) 또는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있는 환자가 아니라면 이런 조명환경 구성은 추천하지 않는다. 가급적 집안에 자연광을 잘 들여오는데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인 조명설계의 해법이다.

때에 따라 ‘LDK’가 아닌 ‘LBB’가 우선이다. 현재 한국 주거공간의 중심은 거실(Living), 식탁(Dining) 주방(Kitchen)이다. 하지만 휴식과 수면 조건으로만 공간을 나누면 거실(Living)-욕실(Bath)-침실(Bed)로 이어지는 LBB가 더욱 중요해진다. 숙면을 위해 침실의 조명환경을 쾌적한 빛의 조건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계되는 실내공간의 전체적인 균형과 조율도 필요하다. 이렇게 숙면을 위한 공간의 시퀀스(Sequence)를 쾌적하게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여름, 길어진 낮 시간대는 강한 햇볕을 가리기 위한 커튼이나 블라인드와 같은 차광(遮光)장치를 고려하며 조명을 계획하기를 권장한다.

침실에서 숙면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잠들기 2시간 전에 멜라토닌 분비가 잘 되는 쾌적하며 어둑한 빛의 연출이 거실에서도 필요하다. 그 느낌으로 종일 흘린 땀을 욕실에서 씻어내고 나와 침실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빛의 흐름이 요구된다. 수면 중에 깨어 화장실을 가거나 거실에 나와 물 한 잔 마실 때도 수면 리듬을 해치지 않고 다시 침대에 누워 편하게 잠들기 위한 빛의 배려가 섬세하게 요구된다. 너무 밝지 않은 공간의 밝기감과 공간 전체를 밝히는 조명의 색 느낌인 색온도를 디자인의 톤 앤 매너에 맞춘 설계가 필요하다.

광장동 펜트하우스 침실 사례. 쾌적한 수면을 위해 야간과 주간이 분리된 조명조명계획으로 욕실조명과의 조화와 균형을 고민하며 설계되었다.
광장동 펜트하우스 사례. 침실과 가까운 욕실의 욕조와 변기 샤워기 주변의 조명을 최대한 미니멀하게 가져가면서도 기능적으로 필요한 밝기감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집중한 설계이다. 마감재 선정에도 최대한 아늑하면서도 탁 트인 공간 이미지를 위해 배려가 필요하다. 금장의 욕조 내부에서 드레스룸으로 향하는 시선을 위한 설계도 되어 있다.
역삼동 래미안 아파트 사례. 책상을 비추는 조명과 주변부를 밝혀 장시간 집중하며 일하면서도 피로도를 낮출 수 있는 조명환경으로 설계했다.

수험생이 있는 가정에서는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일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학습효과를 위해서는 건강한 수면을 위한 조명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뇌에서 낮 동안의 활동이나 학습한 내용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과정은 우리가 잠자는 동안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험생에게는 수면의 양과 질이 중요하다. 위 사진도 필자가 설계한 아파트의 수험생 방이다.

공부방에서 책상이 놓인 부분과 침대가 놓인 부분의 전체적인 밝기감에 차이를 두어야 하며 책상 주변에도 전반 전반조명과 책상 위 데스크 스탠드로 국부조명을 적용하여 전반조명과 국부조명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할 때는 집중할 수 있도록 쉴 때는 공간의 긴장도를 낮추어 장기간 학습이나 업무가 가능하게 해야 하며 잘 때는 쉽게 잠들고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다면 최적의 공부방 조명을 만들 수 있다.

50평 이상 큰 아파트나 전원주택도 LDK 공간과 현관, 복도와 같은 전이공간을 제외하고 난 후 가족 구성원 각자의 방을 만들면 각각의 면적이 작아지곤 한다. 큰 아파트지만 방이 작기에 조명을 목적에 맞게 설치했을 때 본의 아니게 다시 1실1등의 획일적이며 지나치게 밝은 빛의 공간이 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반대로 이를 피하려고 등기구의 배광을 고려하지 않고 광원의 수를 줄이면 불쾌하고 어두컴컴한 방이 될 수도 있다.

자연광 유입조건도 배려해 건축가가 의도한 박공 천장의 구조에 맞는 최적의 배광 조건을 만들도록 건축화조명으로 곡면 코브를 설계했다. 연구소에서 개발한 팬던트 조명으로 침대 옆 독서등을 설치했다(건축설계: 조한준건축사사무소).

주거공간에서 공간의 분위기를 바꿀 때, 조명은 많은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주거공간은 휴식, 수면을 위한 빛의 계획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건강을 위해서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수면 조명환경을 조성하는 데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며 쉬기 위한 쾌적한 삶의 공간에 체계적인 건축조명 인테리어로 아름다운 빛의 공간을 연출하려면 조명전문가에게 의뢰할 것을 추천한다.

침실에서 요구되는 최적의 배광과 ‘ㄱ’자 코니스의 글래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구소에서 많은 목업 테스트를 거친 결과물이다. 침실과 연결되는 복도 공간의 공간감을 살리는데도 효율적이었다(원주 영원재, 건축설계: 자림건축).

공부방에서 책상이 놓인 부분과 침대가 놓인 부분의 전체적인 밝기감에 차이를 두어야 하며 책상 주변에도 전반 전반조명과 책상 위 데스크 스탠드로 국부조명을 적용하여 전반조명과 국부조명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할 때는 집중할 수 있도록 쉴 때는 공간의 긴장도를 낮추어 장기간 학습이나 업무가 가능하게 해야 하며 잘 때는 쉽게 잠들고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다면 최적의 공부방 조명을 만들 수 있다.


글과 사진_ 차인호 교수 : 차인호 공간조명연구소

성균관대학교 교수, 디자인학 박사(Ph.D. 건축조명 + 공간계획) 전문 건축조명설계사인 「차인호 공간조명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권위 있는 IALD(국제조명디자이너 협회)의 최고 레벨인 Professional Member이다.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에서 건축조명디자인 분야의 세계적인 거장 멘데 카오루(面出薰, LPA 대표)를 석사과정 지도교수로 모시고 건축조명디자인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면서 세계적 건축가가 설계하는 싱가폴 도시계획조명, 롯본기 모리타워 등 국제적 대형 건축조명 프로젝트에 참여해왔다. www.inholight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