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북핵 접근법은 톱다운 방식…해리스는 한·미·일 협력으로 대북 압박
지난 10일 ABC방송이 주관한 TV 토론에서 드러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 한반도 접근법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해리스는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반면, 트럼프는 자신의 재임 시절 대북 정책이 성공적이었다고 강조했다. 해리스는 “트럼프가 김정은과 러브레터들을 교환했다”면서 “독재자들이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길 응원하는데, 왜냐면 그들이 아첨과 호의로 (트럼프를) 조종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라”고 응수했다. 자신의 재임 시절 김정은과 세 차례 만나면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동결시켰다는 주장을 부각시킨 것이다. 앞서 열린 민주·공화 전당대회에서도 해리스는 “나는 트럼프를 응원하는 김정은과 같은 폭군이나 독재자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고, 트럼프는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재집권하면 나는 김정은과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두 후보 중 누가 백악관의 주인이 되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와 안보지형은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한·미 동맹에 대한 인식에서도 두 사람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해리스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동맹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협력하려는 외교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트럼프는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워 자국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한국 정부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을 요구할 것이 확실시된다. 특히 트럼프는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를 검토하면서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군까지도 염두에 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한미군을 압박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4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만약 트럼프가 당선돼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열리는 등 한반도 주변 분위기가 달라질 경우 바이든 정부 때 강화됐던 북핵 대응을 위한 확장억제(핵우산) 등이 다소 느슨해질 수도 있다.
경제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중국 견제라는 기본적인 틀이 유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국과 교역 규모가 큰 한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은 미국의 차기 정부에 따라 그 전망이 다소 엇갈린다. 반도체 산업에 있어 해리스는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유지하고, 트럼프는 보다 강화된 자국 반도체 육성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산업에서 해리스는 적극적인 지원을, 트럼프는 지원 반대를 천명했으나 관련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 현재는 다소 완화된 모습이다. 또 트럼프는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중국뿐만 아니라 동맹국들에게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천명해 한국 등을 긴장시키고 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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