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야, 동주 형이랑 서현이 형은···” 정우주의 가을 씨앗 ‘봄의 대화’

안승호 기자 2025. 9. 3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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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정우주. 한화 이글스 제공



시즌 초반이던 지난 봄의 어느 날이었다.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한쪽에서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던 한화 정우주에게 김정민 배터리코치가 다가갔다. 찰나의 눈빛 소통을 한 김 코치는 “힘내자”는 습관성 격려 대신 스무살 신인투수의 마음까지 닿을 만한 얘기 하나를 꺼냈다.

“우주야. 동주 형, 서현이 형 둘 다 지금 너무 잘하지. 그런데 말이야. 저 형들 입단 첫 시즌 초반에는 그렇지 않았어, 너보다 못했어. 네가 더 빠른 거야.”

2025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를 다투다 2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정우주는 스스로 기대가 컸다. 2022년과 2023년 각각 한화 1라운드 신인 출신 문동주와 김서현만큼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던 모양. 생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자 낙심하는 표정을 종종 보이던 때였다.

담당코치는 아니지만 배터리코치로 투수들과 스킨십 기회가 많은 김 코치는 정우주의 속을 읽고 최대한 눈높이를 맞춰 덕담을 꺼낸 것이었다. 여러 사람이 동경하는 프로 유니폼을 입어도 스무살은 스무살이다. 잠시의 대화를 사이로 정우주는 조금은 편안해진 마음을 표정으로도 드러냈다.

우완 파이어볼러인 정우주는 개막 이후 1군 첫 5경기에서 불펜투수로 4이닝을 던지며 4실점 평균자책 9.00을 기록했다. 어느 쪽으로도 평가를 받을 만한 표본도 수치도 아니었지만, 정우주로서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김정민 코치가 정우주를 위한 스토리 하나를 창작한 것 또한 아니었다. 문동주와 김서현은 올시즌 각각 선발과 마무리로 팀의 기둥이 돼 있지만 프로 첫 출발은 아찔했다. 문동주는 데뷔 시즌인 2022년 5월에 1군에 합류해 8경기에서 2홀드에 평균자책이 8.38에 이르렀고, 김서현은 2023년 개막 이후 4월까지 5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 4.50으로 경기별 편차가 컸다. 두 투수 모두 첫해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한 시간이었다.

김정민 한화 배터리 코치.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정우주. 한화 이글스 제공



지난 29일 대전구장. 정우주는 한화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전날 경기가 비로 취소되는 과정에서 미리 몸을 푼 에이스 코디 폰세의 대체 카드로 전격 선발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정우주는 3.1이닝 동안 평균구속 151.8㎞의 싱싱한 포심패스트볼을 던지며 삼진 3개포함 1안타 무실점으로 정규시즌 우승 확정까지 매직넘버 1을 남겨뒀던 LG전 초반 흐름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안방에서 LG가 우승 플래카드를 펴는 것 역시 막아냈다.

정우주의 첫 시즌은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의 색깔 변화처럼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올시즌 벌써 2차례 선발 포함 50경기에 등판해 3승 3홀드에 평균자책 2.91을 기록하고 있다. WHIP 1.04로 한화 투수 가운데 폰세(0.93) 다음으로 좋다.

정우주와 김정민 코치와 나눴던, 그날 ‘봄의 대화’도 아득한 일화가 돼가고 있다. 롱맨 또는, 다른 어떤 보직···. 한화는 가을야구를 앞둔 지금 정우주라는 ‘히든카드’ 하나를 손에 넣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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