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제일교회는 어떻게 500억원을 받게 되었나

9월14일 찾은 서울 성북구 장위2동 골목은 번잡하면서도 고요한 곳이었다. 공사 차량과 인부들이 쉴 새 없이 가설 방음벽을 드나들었다. 주민이나 승용차는 보기 어려웠다. 살던 이 99%는 일찌감치 이곳을 떠났다. 구린내가 먼저 코를 찌르면 어김없이 골목의 쓰레기더미가 보였다. 태극기 스티커를 붙인 차량, 이승만 포스터, ‘문재인을 감옥에 보내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이곳의 ‘비범함’을 드러냈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의 ‘아성’ 풍경이다. 최근 전 목사는 도저히 이길 수 없을 듯하던 싸움을 ‘반칙’으로 이겼다.
사랑제일교회는 500억원을 받는다. 교회가 있는 장위2동이 재개발되면서 얻는 보상금이다. 장위2동이 포함된 장위10구역은 2008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2013년 사업시행 인가, 2017년 관리처분 인가를 받았다. 사랑제일교회는 교회를 허물고 새로 짓는 비용으로 563억원을 요구했다. 장위10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재개발조합)은 과도한 요구라며 맞섰다. 서울시 토지수용위원회는 양측 의견을 듣고 감정가액 82억원을 내놓았다. 조합이 이 금액을 법원에 공탁했으나 교회는 수용하지 않았다. 재개발조합은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까지 간 소송전에서 전 목사는 모두 패했다. 판결에 따라 법원이 6차례 강제집행을 시도했지만,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은 물리력으로 저지했다. 책걸상으로 입구를 틀어막고 소화기를 뿌렸다. 결국 9월6일 재개발조합은 임시총회를 열어 보상금 50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사실상 항복 선언이다. 지난 7월 예배 도중 전광훈 목사는 보상금 500억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하나님의 종이 말하면 하나님은 다 들어주신다”라고 주장했다.
소송에서 진 사랑제일교회가 어떻게 요구를 관철할 수 있었을까? 법적으로 사랑제일교회는 기댈 구석이 없다. 재개발조합이 제기한 소송은 명도소송이다. ‘명도(明渡)’란 토지·건물을 점유한 자를 퇴거시키고 권리를 가진 자에게 인도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재개발조합은 법원에 ‘사랑제일교회가 부당하게 점유한 땅과 건물을 조합에게 달라’고 했다. 2020년 5월 1심, 2021년 10월 2심, 지난 1월 3심까지 사법부는 모두 조합 손을 들었다. 사랑제일교회는 재개발구역 내 종교 부지를 교회 땅과 교환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22부(부장판사 마용주)는 “사랑제일교회가 제시한 건축비가 객관적으로 산출됐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결했다. 전 목사 측은 강제집행 정지를 신청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조합이 500억원 합의한 이유

전광훈 목사도 나름의 논리는 있었다. 지난해 4월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의 집행 시도가 “불법 교회 철거”라고 주장했다. “2009년 서울시가 제정한 ‘뉴타운지구 등 종교시설 처리 방안’ 조례안”을 근거로 들었다. 재개발 계획을 수립할 때 종교시설은 존치를 우선 검토하고, 꼭 이전해야 할 때는 존치에 준하는 계획을 수립하는 등, 종교시설은 ‘특수’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목사뿐만 아니라 재개발 지역에 있는 다수 교회가 분쟁 시 꺼내드는 문서다. 일부 개신교 언론도 서울시가 이 조례안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2009년 오세훈 시장 시기 작성된 해당 문서는 ‘조례’가 아니라 서울시 내부 방침에 지나지 않는다. 따르지 않아도 불법이 아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사IN〉에 이 문서가 “조례보다 하위 지침이다. 참조해서 최대한 따르되, (어긴다고) 법적 제재를 받진 않는다. 정비계획을 세울 때 내부 기준으로 삼는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판례도 있다. 2016년 한 교회와 지역 재개발조합 사이에 이 지침을 두고 소송이 벌어졌다. 교회는 서울시가 지침에 따라 보상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를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부장판사 김국현)는 이렇게 판결한다. “이 사건 지침은 (…) 내부 지침에 불과하고, 피고가 구속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지침에 따라 보상받은 종교단체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대외적 구속력을 갖추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사랑제일교회가 승리한 것은 법이나 당위가 아니라 조합원들이 처한 현실적 어려움 때문이다. 9월6일 총회 전후 장 아무개 조합장을 비롯한 재개발조합원들은 〈시사IN〉의 취재를 거부했다. 조합원들을 접촉한 한 개신교 매체 기자는 그럴 만한 상황일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조합원 중 고령층이 많다. 이들은 ‘죽기 전에 새로 지을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서울시나 성북구청이 자신들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원망도 드러냈다. 일을 더 끌어 시간·비용 손해를 보느니 500억원에 합의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랑제일교회를 제외하고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조합원들로서 고려할 만한 선택지가 아니었다고 그는 전했다. “위치상 단지 입구에 교회가 있다. 소음을 유발하는 흉물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법적으로 강제집행은 온전히 법원 집행관의 영역이다. 서울시와 성북구는 재개발 추진 경과를 관리하고, 조합과 교회 간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만 한다. 경찰관과 소방관의 협조를 받지만, 그 역할은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는 데 머무른다.
사랑제일교회는 현재 교회 건물의 6배에 달하는 새 교회를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광훈 목사는 새로 지을 교회를 아들(전 목사는 그를 “독생자”라고 부른다)에게 물려줄 예정이다. 이미 그는 교회 핵심 외부 사업을 대부분 아들에게 위임했다. 전 목사의 아들 전에녹씨는 올해 들어 간증, 설교 등 공개석상에 부쩍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7월17일 예배에서 전 목사는 “내가 죽으면 교회는 1년 만에 해체될 것이라 아들을 세울 수밖에 없다” “‘세습’은 북한이 한국 교회를 무너트리려 만든 용어다”라고 주장했다. 9월11일 설교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언론이 ‘전광훈이 헌법 위에 군림하는 놈’이라고 하던데, 그걸 이제 알았어?”
전광훈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사랑제일교회를 찾았으나 입구에서 제지당했다. 전 목사 측 변호인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