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스바겐 전기밴 'ID.버즈'

기아가 내놓은 전기 목적기반차량(PBV) 'PV5'기아가 내놓은 전기 목적기반차량(PBV) 'PV5'와 폭스바겐의 감성 전기밴 'ID.버즈'가 비슷한 형태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인 방향성의 차이로 시장에서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PV5는 상업적 활용을 전제로 한 모듈형 플랫폼 중심의 실용 차량이고, ID.버즈는 승차감과 감성 중심의 패밀리 밴으로 설계됐다.
기아는 지난 22일 'PV5 테크데이'에서 적용된 기술을 공개하며 전기차 기반 PBV 시장 공략에 본격 착수했다. 폭스바겐은 이미 지난해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ID.버즈를 투입하며 전기 미니밴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형태는 유사하지만, 두 차량은 개발 목적과 핵심 기술, 타깃 고객층이 명확히 갈리는 구조다.

폭스바겐 전기밴 'ID.버즈'

기아 'PV5'PV5는 기아가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S 기반 모델로, 전장 4695mm, 휠베이스 2995mm, 전륜구동 구조를 갖는다. 최고출력 120㎾(약 163마력), 배터리 용량 71.2㎾h,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복합 358~~377㎞ 수준이다.
반면 폭스바겐 ID.버즈 롱휠베이스 모델은 MEB 플랫폼 기반에 전장 4962mm, 휠베이스 3300mm, 후륜구동 구조를 기본으로 한다. 최고출력은 RWD 기준 282마력, AWD 모델은 335마력까지 올라가며, 배터리 용량은 86㎾h, WLTP 기준 주행거리는 423~~475㎞에 달한다.
승차감 측면에서도 두 차량의 차이점이 드러난다. ID.버즈는 고급 세단 수준의 멀티링크 후륜 서스펜션과 하만카돈 오디오, 전동 슬라이딩 도어 등을 갖춰 레저와 패밀리 이동 수요에 최적화된 구성을 택했다.

폭스바겐 전기밴 'ID.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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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PV5는 토션빔 후륜 서스펜션에 벤치형 2열 시트 등 상용차에 가까운 구조로 설계됐다. 애드기어(Add Gear) 방식의 부착형 액세서리 플랫폼을 통해 택배, 물류, 휠체어 리프트 등 다양한 업무환경에 맞춰 변형 가능한 구조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별점은 활용성이다. ID.버즈는 5~7인승 구성과 넓은 적재공간을 바탕으로 다인승 이동에 초점이 맞춰졌고, PV5는 다양한 비즈니스 환경에 맞춘 모듈형 설계를 택했다. 기아는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과 '이지스왑(Easy Swap)' 기술을 통해 하나의 플랫폼에서 캠핑카, 푸드트럭, 화물밴, 승합차 등 다양한 목적형 차량으로 확장이 가능하다.

기아 'PV5'

기아 'PV5'

기아 'PV5'모빌리티 활용 가능성에서도 PV5가 더 다양한 확장성을 보여준다. 기아는 향후 PV5를 기반으로 물류 라스트마일 운송, 자율주행 로보택시, 캠핑카 등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 중이다. 실제로 하이루프, 컴팩트 바디, 휠체어용 차량(WAV)까지 포함된 총 7종의 라인업이 공개됐고, 향후 PV7, PV9, 초소형 PBV인 PV1까지 라인업이 확대될 예정이다.
ID.버즈는 아직 국내 출시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주로 판매되고 있다. 기아 PV5는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한다. ID.버즈의 롱휠베이스 모델은 7000만원대 수준인데 반해, PV5는 4000만원대 중반부터 시작돼 상용 수요를 타깃으로 한 국내 시장에 적합한 포지션을 확보하고 있다.

폭스바겐 전기밴 'ID.버즈'

폭스바겐 전기밴 'ID.버즈'다만 감성이나 승차감, 프리미엄 구성에선 ID.버즈가 우위다. 폭스바겐은 ID.버즈에 해양 폐기물 기반 재활용 섬유(SEAQUAL), 12인치 디스플레이, IQ.DRIVE 운전자 보조 시스템, 플러그 앤 차지 기능 등 친환경성과 첨단 기능을 동시에 탑재했다.
기아는 PBV 전략의 중심을 유럽 시장으로 잡고 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까지 글로벌 PBV 25만대 판매를 목표로 제시했고, 이 중 13만3000대를 유럽에서 팔겠다는 계획이다. 탄소 배출 규제가 엄격하고 도시별로 배출가스 제로존이 많은 유럽 시장은 PBV 특화 차량의 최대 격전지다.

기아 'PV5'

기아 'PV5'현재 전기 상용차와 미니밴 시장은 유럽과 중국 브랜드의 공세가 거세다. 르노는 이미 '캉구 Z.E.'와 '마스터 E-테크' 등 전기밴 라인업을 구축했으며, 차체를 화물용 픽업트럭이나 승객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푸조 'E-파트너', 시트로엥 'E-베를링고'도 PV5와 유사한 크기와 용도를 지닌 경쟁 모델로 꼽힌다.
중국 업체들도 BAIC, 상하이자동차, 우링 등을 중심으로 소형 전기밴을 1500만원대에 판매하며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가 내년 2월 스타리아 전기차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기아는 화성 EVO플랜트에서 PV7 생산을 위한 신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기아, 폭스바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