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어린이 없는 ‘보호구역’… 구미 도로 곳곳 사고 위험 키운다

이봉한 기자 2025. 7. 1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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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원 시설 앞 속도제한·표지판 방치, 운전자 혼란·행정 공백 지적
구미시·교육청·경찰 간 이원화된 관리체계에 통합 행정 요구 높아져
구미시 야은로 폐원유치원앞에 있는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 이봉한기자

구미시 일대 도로에 이미 폐원된 어린이집과 유치원 앞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과 속도 제한 표시가 여전히 남아 있어, 운전자 혼란을 초래하고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북일보 7월 9일 6면 보도)

형식만 남은 규제가 실질적인 교통안전 효과는커녕 오히려 사고 위험 요소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미시 야은로 폐원 유치원앞에 있는 어린이보호구역 기점 도로 표지판. 이봉한기자

현행 도로교통법상 어린이보호구역은 어린이 통학이 잦은 시설 주변에 지정돼 차량 통행 속도를 시속 30㎞ 이하로 제한하고, 운전자 주의 의무를 강화하는 제도다.

그러나 보호 대상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교통 규제가 여전히 유지되면서 정책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경북일보가 최근 구미시 및 구미교육지원청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3년간 폐원된 어린이집과 유치원 20여 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상당수의 시설이 철거 또는 폐쇄된 상태임에도 도로 위에는 '어린이보호구역' 도색과 표지판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시속 30㎞ 속도제한 표시 역시 철거되지 않은 채 운전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구미시 송정대로 폐원 유치원 앞 도로 속도제한 표지판. 이봉한기자

구미시에 거주하는 50대 운전자 A씨는 "시속 50㎞로 주행하던 중 갑자기 30㎞ 속도 제한 표지판이 보여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며 "뒤차와 충돌할 뻔해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주변을 살펴보니 유치원은 문을 닫은 상태였고, 왜 이런 표지판이 그대로 남아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왕복 6~8차선에 이르는 구미 도심 주요 도로 일부에도 '어린이보호구역 시작·종점' 도색이 그대로 남아 있는 사례가 발견됐다.

교통량이 많은 구간에서 예고 없는 속도 제한은 뒤따르던 차량과의 급감속 충돌을 유발할 수 있어 오히려 사고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처럼 '유령 보호구역'이 곳곳에 방치되는 데는 행정 관리체계의 이원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폐원으로 건물이 철거된 이화유치원앞에 어린이보호구역 도로 표지및 표지판이 설치되어있다. 이봉한기자

어린이보호구역 지정 및 해제는 구미시와 교육청이, 도로 표지 및 제한속도 조정은 경찰서가 각각 담당하고 있어, 폐원된 시설의 교통 정비에 있어 실질적인 현장 대응은 지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민 B씨는 "어린이가 다니지 않는데도 승하차 도색, 표지판, 과속방지턱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며 "이런 상태로 방치된다면 교통질서만 흐트러지는 게 아니라 정작 필요한 보호구역의 신뢰성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도로 위 교통표지는 운전자에게 즉각적인 판단 기준이 되는 중요한 요소"라며 "현실과 괴리된 보호구역은 실효성을 잃을 뿐 아니라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문제 해결의 핵심은 '책임 떠넘기기'가 아닌 '통합 행정'이다. 구미시와 교육청, 경찰서 등 관련 기관 간 유기적 협력 체계를 구축해 일원화된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더 늦기 전에 폐원 시설 주변 교통 표지의 정비 기준을 명확히 하고, 신속한 현장 조치를 위한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어린이 보호는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나 보호 대상이 없는 규제는 교통질서를 흐릴 뿐 아니라 시민 불신을 키운다. '진짜 보호가 필요한 곳'에 정책적 힘이 집중되도록 하는 실효성 있는 행정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