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오너4세인 윤인호 대표 시대를 연 동화약품이 지난해 경영전략본부 산하의 미래전략실을 없애고도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신사업 투자 및 승계 작업을 마련하는 ‘실세 부서’로 꼽히는 미전실이 사라짐에 따라 당시 이 회사가 목표로 한 전략 수립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3년 당시 ‘승계 명분’ 마련했어야
16일 업계에 따르면 그룹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진 동화약품 미전실이 지난해 4월 돌연 자취를 감췄다. 동화약품에 미전실이 신설된 것은 2023년 7~9월경으로 추정된다. 2023년 11월 공시된 동화약품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윤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성경수 상무는 당시 경영전략본부 미전실장으로 발탁됐다. 한때 미전실에 몸담았던 성 상무는 현재 메디쎄이 대표이사이자 동화약품 경영전략본부장, DWP홀딩스 경영전략부문장 등 요직을 맡고 있다.
미전실이 신설된 해에 동화약품에는 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2023년 8월 베트남 약국 체인 운영 기업인 ‘중선파마’를 인수하고 첫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업계 안팎에서는 윤 대표가 해외 사업을 주도하면서 글로벌 경영 능력을 입증할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등 상당한 호평이 이어진 시점이다.
당시 윤 대표에게는 중장기적으로 ‘신사업 확장’ 등에서 역량을 입증해 승계의 명분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후계구도를 완성하기 위한 지분 작업을 직전 해인 2022년에 완료했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동화약품의 모회사였던 동화지앤피를 지주회사인 디더블유피홀딩스와 합병하면서 동화약품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2019년 11월 설립된 디더블유피홀딩스는 윤 대표 등 특수관계자가 100%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다. 당시 합병으로 디더블유피홀딩스는 동화지앤피의 동화약품 지분 15.22%를 갖게 됐다. 이에 따라 오너일가→디더블유피홀딩스→동화약품으로 재편돼 윤 대표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라섰다.
그리고 이듬해 윤 대표는 미전실을 신설했다. 이후 M&A 추진 등으로 글로벌 사업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신사업에 대해 광폭행보를 보인 동화약품은 같은 해 9월 미용의료기기 회사인 하이로닉 인수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하이로닉 인수를 타진한 것이 미전실이 있었던 시점이라고 예상되는 이유다. 다만 하이로닉 인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동화약품 측이 하이로닉 상세실사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재무적 문제를 발견해 계약 해지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윤인호 대표, 미래전략실 통해 목적 달성한 듯
이런 가운데 제기되는 의문은 통상 기업에서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사업부의 경우 태스크포스(TF) 등 임시조직을 꾸린다는 점이다. 그러나 동화약품은 미전실이라는 정식 부서를 만든 후 1년도 채 운영하지 않고 없애버렸다.
주요 임원들로 구성된 부서인 만큼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좁혀진다. 가장 유력한 가능성은 목적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지분구조와 경영권을 모두 장악해 그룹 내 권한을 더욱 강화한 상태다. 당시 미전실장이었던 성 상무도 이듬해 승진해 현재 동화약품의 요직을 겸하고 있다. 미전실의 성과가 나빴다면 이러한 인사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제약 업계에서 미전실이 존재한다는 것은 굉장히 정치적인 행보”라며 “올해 승계의 마침표를 찍은 윤 대표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를 보좌하는 핵심 인물들이 이 부서를 꾸리고 신사업 투자부터 승계 전략까지 모든 일을 도와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들이 현재 요직에 오른 것은 이를 방증하는 단서로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미전실은 사업다각화 등을 목표로 한 부서였다”며 “당시 미전실장이었던 성 상무는 현재 경영전략본부장이며 미전실은 없어진 부서”라고 말했다.

주샛별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