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해외 업체가 만든 '강남치킨'···K푸드 열풍에 숟가락 얹어

임세원 기자 2024. 10. 1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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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신대륙 '할랄' <하> '미투'와의 전쟁
중기, 규제 탓 할랄 인증 주춤
빈틈 노린 현지·글로벌 기업들
제품에 한글·'한국' 명칭 사용
한국산으로 소비자 착각 우려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엔 한계
"업계 차원 공동대책 마련해야"
인도네시아 현지 업체들이 할랄 인증을 받아 판매하는 제품들. 강남 치킨·한국 양념 닭갈비·서울 바나나우유 등 한글이나 한국 지명이 적혀 있다.
[서울경제]

인도네시아의 할랄 인증 의무화로 국내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렸지만 외국산 ‘짝퉁’ K할랄푸드 대응 문제가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처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K푸드의 제품명이나 상품 패키지를 모방해 할랄 인증을 받은 외국 업체 상품들이 버젓이 인도네시아 할랄 매대에서 K푸드인 것처럼 팔리고 있는 것이다. 일부 중소기업들은 할랄 인증 비용 부담 및 규제 불확실성 등과 관련한 애로사항을 토로하면서 정부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산인 것처럼 둔갑시킨 할랄 식품이 판매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인 벨푸드로얄은 ‘로얄 부산닭날개’, ‘로얄 강남치킨’, ‘홍대치킨’, ‘이태원치킨’을 슈퍼마켓과 미니마켓에서 판매하고 있다. 모두 인도네시아 할랄인증청의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다. 또 다른 기업인 세답은 ‘대한민국 얼큰한 국물맛’, ‘불닭맛’ 라면을 인도네시아 기관 무이의 할랄 인증을 받아 팔고 있다. 현지 기업 인도밀크는 할랄인증청의 인증을 받아 ‘서울 바나나우유’, ‘부산 바닐라우유’, ‘한국 딸기우유’, ‘제주 초콜릿 우유’라는 제품명으로 판매 중이다.

글로벌 기업도 K푸드 바람에 편승했다. 싱가포르의 하이스는 무이 인증을 받은 ‘한국 매운 불고기 양념’을 즉석식품으로 출시했고 트로피카나는 할랄인증청의 인증을 내건 밀키트 제품을 ‘한국 고구마맛 쿠키’, ‘한국 마늘쿠키’라는 이름으로 팔고 있다.

이 같은 ‘미투’ K푸드는 국내 기업 중 할랄 인증을 받은 대상의 종가 김치,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농심의 짜파게티, 빙그레 바나나 멸균우유 등과 경쟁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 중에서는 영풍의 떡볶이 제품, 대천김의 김자반도 할랄 인증을 통해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현지 기업의 제품 일부는 제품명에 한글까지 표기해 소비자들이 한국산으로 착각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해 한국산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제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개별 기업이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식품업계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초기에는 한국 교민 기업이 만든 김치 위주로 인도네시아에서 할랄 식품을 판매했지만 최근에는 현지 기업들도 K푸드와 유사한 제품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 수출기업이 할랄 인증을 받지 못할 경우 인도네시아 수출길이 막히는 ‘무역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중소기업의 경우 특히 할랄 인증을 주저하고 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할랄 제도를 운영하는 동남아 국가의 규제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할랄 인증 비용에 대해 우리 정부는 과거 수출했거나 수출 예정 기업에 대해 최대 70%까지 지원하고 있다. 다만 현지에서는 인증 비용이 최소 100만 원에서 2000만 원까지 격차가 크다. 그나마 현지 인증기관 한 곳을 제외하면 인증 비용을 공식적으로 밝힌 곳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법령에 규정돼 있지 않지만 구두로 존재하는 규제들이 많고 같은 제품이라도 기업 규모에 따라 인증 비용도 천차만별이어서 비용 대비 수익이 얼마일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생산시설이 있는 국가의 인증기관에서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점도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국내 기업이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짓고 할랄 식품을 생산할 경우 현지 할랄인증청의 인증을 받아야 하고, 한국 공장에서 할랄 식품을 생산해 수출하려면 인도네시아 할랄인증청과 상호협정을 맺은 국내 민간 인증기관의 인증을 또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일종의 이중 규제인 셈이다.

잘못 알려진 정보도 걸림돌이다. 일각에서는 할랄 식품을 제조하려면 비할랄 제조시설과 별개 제조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기존 제조 라인에서 교차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기관의 설명이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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