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교 3년 동안 홈런이 딱 1개였다. 프로 데뷔 첫해인 지난 시즌 1군에서도 홈런 하나 없이 62타수 5안타, 타율 0.081로 존재감을 남기지 못했다.
그런 박재현이 5월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홈런 5개를 쏘아 올렸다. 마지막은 9회 역전 투런포였다. 상대 마무리를 상대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저 없이 방망이를 돌린 결과였다.
아무도 예상 못 했던 장타력

박재현은 2025 KBO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25순위로 KIA에 지명됐다. 당시 내세운 장점은 빠른 발과 정교한 컨택이었다. 홈런 타자를 기대할 만한 프로필이 아니었고,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도 46경기에서 홈런 3개에 그쳤다. 올 시즌 초반 백업으로 출발해 4월 5일 NC전에서 처음 선발 출전했을 때만 해도 외야 한 자리를 꿰찰 거라고 내다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5월 들어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이달 13경기에서 홈런 5개, 타율 0.370, OPS 1.128. 외국인 타자 해럴드 카스트로(2홈런)와 제리드 데일(1홈런)을 넘어 팀 내 홈런 2위(6개)에 올라섰다. 팀 내 1위는 김도영(12홈런)이다. 지금 페이스면 시즌 21홈런-28도루가 가능하다는 계산도 나온다.
15일 역전포의 장면

15일 대구 삼성전은 박재현이라는 선수를 가장 잘 보여준 경기였다. KIA는 6회까지 3-1로 앞서갔지만 8회말 성영탁이 전병우에게 2타점 역전 적시타를 맞으며 3-4로 뒤집혔다. 삼성 팬들이 승리를 확신한 9회초, 선두 타자 김태군의 2루타로 1사 2루 찬스가 만들어졌다. 마운드에는 삼성 마무리 김재윤이 버티고 있었다.

2볼 1스트라이크 카운트에서 김재윤이 146km 몸쪽 높은 속구를 던졌다. 박재현은 주저 없이 방망이를 돌렸고 타구는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었다. 역전 투런포, 시즌 6호였다. 9회말에도 2사 1·2루 위기가 왔지만 우익수 박정우가 펜스에 몸을 부딪히며 김헌곤의 타구를 낚아채며 경기는 5-4 KIA 승리로 마무리됐다.
몸이 달라졌다

박재현의 체구는 겉보기엔 호리호리하다. 그런데 팬들 눈에 똑딱이 느낌이 전혀 없다. 나성범이 웨이트를 함께 시키며 몸을 끌어올렸다는 이야기가 팬들 사이에서 돌고, 실제로 시즌 전 몸을 상당히 키웠다는 후문도 있다. 나성범과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을 보면 체구가 비슷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KIA는 지난 겨울 최형우가 FA로 삼성에 돌아가면서 타선에 큰 공백이 생겼다. 그 자리를 메울 거라 기대받던 선수들이 대부분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아무도 예상 못 했던 신인 2년차 박재현이 등장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시즌 타율 0.318, OPS 0.883, 현재 KIA에서 가장 뜨거운 방망이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