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정신 멀쩡할 때 말했어야지”...성폭행 충격에 ‘4살’ 된 20대의 죽음
30살 가까이 차이 나는 지인의 딸을 성폭행하고, 피해자가 숨지자 범행 사실을 은폐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7일 대전지검 논산지청에 따르면 강간치상, 강제추행 치상,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50대 A씨가 지난 6월 구속기소 됐다.
A씨는 2021년 11월 피해 여성 B(21)씨를 수차례 성폭행해 그 충격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한 혐의를 받는다. 운전면허 주행 연습을 가르친다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스튜어디스를 꿈꾸던 취업준비생으로, 6살 때부터 A씨를 ‘삼촌’이라고 부르며 가깝게 지냈다.
B씨는 믿었던 사람에게 성폭행 당하자 그 충격에 인지능력이 ‘만 4세’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병원 진단을 받았다. 입원 치료를 받은 B씨는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서서히 일상을 되찾아갔다. 그러다 지난해 6월 우연히 마트에서 A씨를 마주쳤고, 기억이 되살아났는지 힘들어하다 두 달 뒤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모의 고발로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A씨는 허위 사실을 퍼트린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지역 동호회 등에 “합의로 성관계했고 B씨는 아버지의 폭행으로 사망했다” “B씨의 정신적인 문제가 나 때문에 발생했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담당 검사 “단 한 번만 피해자와 만나서 대화해 보고 싶었다”
B씨의 사망으로 피해자 진술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검찰은 증거가 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다시 확인했다. 이준태 대전지검 논산지청 검사는 충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사건을 배당받았을 때 가해자 처벌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성폭행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은 핵심 중 핵심인데,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영원히 진술을 들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고 했다.
이 검사는 B씨의 부모가 검찰청에 찾아와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꼭 처벌하겠다”는 말 대신,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야근은 물론, 주말 출근도 마다하지 않고 수사한 결과 B씨의 기억이 돌아올 때마다 부모가 녹음한 파일, B씨의 일기장, 노트, 블랙박스 영상 등 증거를 찾을 수 있었다.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서는 A씨의 주장을 뒤집을 만한 자료도 찾게 됐다. A씨는 “보고 싶다” 등 여러 차례 메시지를 보냈지만, B씨는 “이제 그만”이라고 거절 의사를 표한 내용이 남아 있었다.
이 검사는 “수사 기록 검토 과정에서 막히는 순간마다, 딱 한 번만 피해자와 만나서 대화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핵심 증인인 피해자 부모는 딸의 사망으로 정신적으로 무너진 상황이었다. 그런 부모를 상대로 생전 딸의 모습, 말한 내용을 묻는 건 정말 죄스럽고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망자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피해자 부모를 달래고 설득하면서 필요한 진술을 확보하게 됐고, 수사가 끝난 후에는 부모님으로부터 ‘끈질기게 수사해 줘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고 했다.
이 검사는 B씨 사망으로 중단된 사건에서 A씨가 그루밍(심리적 지배) 수법으로 수차례 성폭행하고 범행 은폐를 위해 허위 사실까지 유포했음을 밝혀내 올해 상반기 대검찰청의 ‘형사부 우수 검사’로 선정됐다.
◇”A씨 손 안 거쳐 간 가슴이 없다”
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A씨의 지인들은 그가 “여자를 좋아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지인은 “나이 먹어서 추태를 부렸다”며 “말도 성희롱적이고, 잦은 터치, 가슴 터치가 좀 심했다”고 했다. 자신도 피해자라는 여성은 “겉으로 봤을 때는 친절하고 자상한 사람”이라며 “여자를 밝힌다. 손을 만진다든지, 허벅지를 만진다든지, 볼에 뽀뽀한다든지 하는 스킨십은 그냥 기본이었다”고 했다.
◇사과한다던 A씨 “많은 돈으로 합의볼수록 내가 불리해”
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는 A씨의 아내는 B씨 부모에게 사과한다며 합의금을 건네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고 한다. A씨의 사과는 진심이었을까.
A씨는 구치소 접견에서 “내가 성폭행해서 합의 보는 게 아니고 도의적인 책임 때문이라서 돈을 많이 주면 안 되고, 최상한 가가 1000만원”이라며 “높이 합의 보면 볼수록 나한테 불리하다”고 했다.
A씨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확신하는 듯한 태도였다. 그는 “B씨 아버지 진술 외에 마땅한 증거가 없다”며 “정신 멀쩡할 때 강간당했다고 했어야지, 안 했잖아. 사후에 편지 가지고? 피해자 측은 한방이 없다”고 했다. 이어 “나는 염려 안 한다. 충분히 나가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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