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보다 더 비싸네”…무료배달 정착되자 이중가격 논란
소상공인 49.4% 소비자 부담 배달비 올려…최대 4500원까지 비싸
배달업계 무료 경쟁이 시작된 이후 매장과 배달 가격이 다른 이중가격 문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수수료와 광고비 등 배달비 부담이 커지자 배달음식 자체 가격이 더 비싸진 것이다.
직장인 박경현 씨는 평소 자주 먹던 돈가스 가게 가격이 배달앱에서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1주일 전 매장에서 먹었던 1만2000원짜리 등심 돈가스가 배달앱으로 주문하려니 1만3000원이 된 것이다. 가격이 인상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매장에 전화해 보니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이 다르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는 등심 돈가스뿐만이 아니었다. 안심부터 치즈돈가스 심지어 우동까지 적게는 1000원에서 2000원까지 매장 가격보다 비싼 것을 확인했다. 박 씨가 가격 차이가 너무 난다고 항의하자 업체 측에서는 “무료배달이지 않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배달이 무료에서 1000원대로 줄어든 만큼 메뉴를 통해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을 전과한 것이다.
박 씨는 “무료배달이 시행되고 배달비 부담이 줄어서 한동안 기분이 좋았다”며 “그러나 배달로 시키는 메뉴 자체가 비싸지면 배달비가 싸진 것이 무용지물인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과거에는 매장에서 먹는 것보다 배달로 시키는 것이 가게에 더 이득이라 서비스를 주거나 양을 더 많이 줬었는데 완전히 상황이 반전됐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이 배달앱에 입점한 서울 시내 34개 음식점을 조사한 결과, 분식집 12곳과 패스트푸드·치킨 전문점 8곳 등 20곳(58.8%)의 매장과 배달 앱 가격이 달랐다. 매장보다 비싼 배달앱 메뉴의 평균 가격(6702원)은 매장 평균 가격(6081원)보다 10.2%(621원) 높았다. 배달 메뉴 가격이 최대 4500원 더 비싼 경우도 있었다.
소상공인 상당수는 배달앱이 중개 수수료·광고비 등을 올리자 음식 가격과 배달비를 올리는 ‘이중 가격제’를 적용한 것이다. 소비자원이 배달앱을 이용하는 소상공인 1005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소상공인의 49.4%는 배달앱이 중개 수수료를 올린 경우 “음식 가격이나 소비자 부담 배달비를 올리거나 음식의 양을 줄였다”고 답했다.
외식 및 자영업자들도 배달비로 인한 불만은 커져만 가고 있다. 플랫폼에서 배달 시대가 열리고 배달비 부담이 크게 늘어났지만 플랫폼을 이용 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날이 갈수록 자영업자들이 부담하는 배달비와 수수료는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어 음식값 상승이 불가피하단 설명이다.
배달 앱의 배달 방식은 대개 2가지다. 가게가 직접 배달기사를 부르는 방식과 배달 앱이 배달기사까지 중개하는 경우다. 가게가 배달기사를 직접 부르는 경우 음식점이 배달비를 일부 내면서 나머지 금액을 주문 고객에게 부담하도록 할 수 있다.
배달 앱이 배달기사까지 중개하면, 음식점은 메뉴 가격의 약 6~9%를 배달 앱에 수수료로 지급하고 배달비도 2500~3300원 부담해야 한다. 거기에 결제 수수료 3%까지 함께 부담한다.
용산구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족발 대자를 시키면 방문 포장은 25000원, 매장은 3만원 배달은 3만2000원씩 차등 적용을 했는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가게를 운영할 수가 없다”며 “배달비로 인한 자영업자 부담이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는 만큼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배달앱 3사는 이중 가격제를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가격 설정은 자영업자 고유의 권한인 만큼 이를 침해할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배달의민족의 경우 ‘매장과 같은 가격 배지 제도’를 운영하며 소비자들에게 이중 가격을 인지시키고 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가게 사장님들의 권한이라 플랫폼이 참견할 수도 해서도 안된다”며 “다만 소비자들의 알 권리와 연관이 있는 만큼 ‘매장과 같은 가격 뱃지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이해하지만 이중가격제가 답이 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달비 부담으로 어쩔 수 없이 이중 가격제 문화가 형성되는 것은 안타깝지만 결국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배달비 부담을 전과 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며 “소비자들은 결국 언젠가는 이를 알게 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손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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