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환경 등 ‘1석 3조’… 특별한 구내식당

광주 북구 구내식당 환경·노인복지 선순환 시스템 눈길
시니어클럽서 운영…‘대장금 어르신’ 16명 즐거운 일터
반찬도 저렴하게 판매 ‘호응’…음식물 쓰레기 절반 ‘뚝’
13일 광주시 북구 직원들이 구내식당에서 배식 후 남은 음식을 구매하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오늘은 탕수만두가 좀 남았으면 좋겠는데.”

광주시 북구청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13일 점심시간 구내식당에서 탕수만두를 ‘찜’했다.

북구가 구내식당에서 자율배식 후 남은 반찬을 직원과 주민에게 저렴하게 판매하기 때문이다.

수익금은 구내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급여에 보탠다.

어르신들은 북구 시니어클럽 대장금 사업단 멤버다.

북구의 잔반 판매는 환경 오염원인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는 것은 물론 폐기 처리 비용 절감, 노인복지까지 실현하는 1석 3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30분께 광주일보 취재진이 찾은 광주 북구 구내식당에는 남은 반찬을 사기 위한 직원과 지역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직원들은 구내 식당 매점 냉장고에서 음식을 골랐다.냉장고에는 이날 구내식당 메뉴인 미역국과 깐밥(누룽지), 탕수 만두 등이 통에 담겨 전시돼 있었다.

이날 남은 반찬으로 마련한 국과 반찬은 15개 였지만 30분도 채 되지 않아 동이났다.북구는 광주 5개 지자체 중 유일하게 구내식당 잔반을 직원과 구민에게 판매하고 있다.

남은 반찬을 판매하기 시작한건 코로나 사태가 이어졌던 2022년 부터. 구내식당을 찾는 직원들의 발길이 줄어 버려지는 잔반이 많아지자 남는 반찬을 팔기 시작했다.

이제 반찬 사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지난 2006년부터 광주 북구 시니어클럽에서 위탁을 맡고 있는 구내식당의 손맛이 좋다고 입소문 났기 때문이다.

또 제육김치볶음 3000원, 멸치 땅콩 볶음 2000원, 오이무침 2000원, 콩나물국 2000원 등 시중가의 3분의 1수준이다.

이날 미역국과 탕수만두를 구매한 김지현(여·40) 북구 보건소 건강증진과 금연상담사는 “퇴근하고 집에 가서 저녁을 차리는 일이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데 가격도 반찬가게보다 3배 가량 저렴하고 맛도 있다”며 “아이들이 구내식당 반찬을 좋아해서 식당 아주머니가 먹여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웃어보였다.

류승혜(여·38) 토지정보과 주무관은 “다른 직원이 추천해줘서 어제 처음 구매하고 만족스러워 오늘 또 왔다”며 “날이 더워서 국 끓이기 힘들 때 저녁거리로 사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북구 직원들은 총무과에서 매일 ‘북구 새올지방행정시스템(행정 전산망)에 올리는 구내식당 판매 반찬메뉴와 가격 게시글을 필독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감량 효과도 크다. 2021년 1만 1520ℓ였던 음식물쓰레기는 2023년 5760ℓ로 절반 넘게 줄었다.

판매 수익금은 노인일자리 어르신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북구 구내식당은 2006년부터 광주 북구 시니어클럽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다.

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시장형 일자리 사업단 ‘대장금’이 운영 주체다.

16명의 어르신들이 노인일자리 방식으로 2교대(오전·오후)로 일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월급은 국가보조금으로 월 평균 19만원에 식권(1인당 5000원) 판매 수익금으로 마련된다.

반찬 판매로 수익금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이들의 월급도 오르게 됐다.

송혜숙 북구 시니어클럽 대장금 사업단장은 “김치 하나까지 국내산 재료를 사용해 직접 담그며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들이 버려지는 걸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남은 음식이 누군가의 번거로움을 덜고, 맛있는 저녁으로 재탄생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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