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인 척 선 허수아비, 제 기능 못한 공권력 빗대”
이춘재 연쇄살인 재조명… 최종 시청률 8.1% 선방
“범죄물 장르적 쾌감보다 피해자 고통 집중해 연기”
“피해자들 아픈 현실 감안해 ‘사이다 결말’ 못했다”
박준우 감독 “범죄실화 3부작 구상… 이게 출발점”
지난달 26일 종영한 ENA 드라마 ‘허수아비’의 최종 시청률 8.1%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9%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채널 접근성과 장르적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었음에도, 끝내 유의미한 상승 곡선을 그려냈다.

박해수와 이희준이 최근 진행된 종영 인터뷰에서 “흥행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밝힌 대목도 이런 이유다. ‘허수아비’는 범인을 쫓는 장르적 쾌감보다, 그를 둘러싼 구조적 실패와 개인의 윤리적 균열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두 배우는 “드라마는 당시를 살아낸 사람들, 특히 억울한 누명을 쓴 이들과 피해자 가족들이 지금까지 안고 살아가는 고통을 조명했다”며 “아픔을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휴먼 드라마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깨닫는 과정까지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는 형사 강태주(박해수)와 검사 차시영(이희준)이라는 대비되는 인물을 통해 같은 시스템 안의 서로 다른 선택을 드러낸다. 과오를 인정하고 진실을 바로잡으려는 강태주와, 끝내 책임을 외면한 채 자기합리화에 머무는 차시영은 공권력의 양면을 상징한다. 특히 고문과 조작, 은폐로 점철된 수사 과정은 과거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 실패로 제시되며, 공권력 역시 또 다른 가해자로 기능했음을 드러낸다.

더불어 ‘허수아비’는 단순한 무능의 은유를 넘어, 인간인 척 서 있으나 아무것도 지키지 못하는 존재, 혹은 인간성을 가장한 채 비인간적 선택을 반복하는 존재들에 대한 총체적 비판으로 확장된다.
그래서 드라마는 7화에서 진범의 얼굴을 공개하는 과감한 선택을 한다. 범인을 추적하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기존 스릴러 구조와 충돌하는 설정이다. 이는 ‘누가 범인인가’라는 질문을 ‘그 이후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라는 질문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박 감독은 “후반부는 실화에 기반한 이야기인 만큼, 잘못된 수사를 단순 회고하는 방식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며 “방송사에서는 ‘사이다 결말’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이 사건은 현실에서 통쾌한 응징이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인 만큼 그 방식(사이다 결말)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다행히 시청자의 공감대를 얻은 것 같다”고 밝혔다.
결국 ‘허수아비’는 범인을 처벌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범죄 이후에도 지속된 방치와 침묵, 그리고 구조적 책임을 끝까지 묻는 작품이다.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다층적이고도 오류투성이인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그로 인해 발생한 피해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환기한다.
박 감독은 향후 1990~2000년대 한국 사회를 되짚는 범죄 실화 3부작을 구상 중이다. ‘허수아비’가 그 출발점. 그가 구상하는 3부작은 동시대에 대한 지속적인 질문의 연장선이다.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윤성여 선생님, 김용복 선생님처럼 여전히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피해자들이 계십니다. 저희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그분들이 이 작품에 얼마나 공감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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