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한 달째..."책임진다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분통 터뜨린 아버지
참사 한 달째...침묵하는 '윗선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아버지 이 모 씨는 "아직 아이 할머니가 아이의 죽음을 모른다"며 얼굴과 이름은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했습니다. 지난 22일 열린 첫 유가족 기자회견에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유가족 만나고 싶었지만 알 길 없어"
이 씨는 딸의 남자친구로부터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이태원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그곳에서 아스팔트 바닥에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딸도 목격했습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딸의 시신이 체육관으로 옮겨지고, 의정부 소재 병원으로 이송되는 동안 "실종 신고를 하고 기다리라"는 현장 담당자의 말 외에는 어떤 연락도, 지침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어렵게 딸을 찾아 장례를 치른 뒤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씨는 "장례 이후에도 정부로부터 별다른 연락은 없었다"며 "같은 슬픔을 가진 유가족들과 아픔이라도 나누고 싶었지만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11월 중순이 돼서야 변호사 단체를 통해 다음 유가족들을 처음 만났습니다. "아이에 대한 회상, 우리 아이가 어떤 아이었다는 추억도 이야기하고, 황당한 심정에 대해 토로하며 서로 공감하고 다독였다"고 떠올렸습니다. 그러면서 "유가족들이 원했던 것은 정부가 유가족들을 모아 '사고가 난 상황, 향후 대책에 관해 설명해주려 한다' 는 말 한마디였지만 그런 연락은 전혀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2차 가해, 두고만 볼 건가"
참사 한 달이 지났지만, 희생자들을 향한 2차 가해도 여전합니다. 참사 직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피해자를 향한 인신공격, 성희롱성 발언, 근거 없는 유언비어들이 떠돌았습니다. 보다 못한 경찰이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이 씨에겐 인터넷을 보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럽습니다.
이 씨의 딸은 내년 가을에 있을 결혼식을 준비하기 위해 참사 당일 웨딩드레스 업체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한남동 부근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태원을 지나쳐 가던 중이었습니다. 술을 마시지도, 이태원의 다른 주점에 들리지도 않았고, 우연히 그 골목을 지나다 변을 당했다고 이 씨는 설명했습니다.
참사 한 달...말 아끼는 책임자들
참사 발생 한 달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수사는 실무진을 향하고, 윗선을 향한 수사는 더디기만 합니다. 김광호 서울청장,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해선 아직 소환조사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사고에 책임을 통감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고위 공직자도 없습니다. 정부도, 국민도, 유가족도 경찰 수사 결과만 바라보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 씨는 참사 이후 한 달간 정부의 대처를 지켜보며 "유가족에 대한 배려는 하나도 없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법과 정치를 다 떠나서 인간적으로, 도의적으로 '공직자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에 좌절감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민변 주도로 만든 유가족 협의체에 이 씨도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기다리다 못해 직접 목소리를 내기로 한 겁니다. 행정안전부는 오늘(30일)에서야 뒤늦게 '유가족 협의회 설립 지원 TF'를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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