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롭지 않은' 에너지 전환, 어떻게 봐야 할까
기후 위기 시대, 저탄소사회로의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정책의 핵심이 되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신기후체제의 출범으로 개도국도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게 되면서, 동남아 국가들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발표하였다. 일부 국가는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폐쇄를 촉진하기 위해 선진국과 함께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파트너십(JETP; Just Energy Transition Partnership)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국가는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이며, 석탄 발전이 국내 전력 생산의 66%를 차지하는 석탄 의존 국가이다. 석탄은 인도네시아 경제와 에너지, 전력 부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이산화탄소 배출에서도 단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인도네시아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 중 전력 생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45%이며, 그중 석탄 발전이 87.8%를 차지하고 있다(2022년 기준, 국제에너지기구 웹사이트).
석탄 의존도가 높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는 온실가스 감축과 탈석탄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43.2% 감축하는 NDC 상향안을 제출했으며, 선진국으로부터 탈석탄 지원을 받는 JETP를 출범시켰다.
인도네시아는 JETP를 통해 두 가지 목표를 제시하였는데, 첫째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억9000만 톤 이하로 줄이고, 2050년까지 전력 부문에서 넷제로를 달성하는 것이다. 둘째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량의 34% 이상을 차지하도록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속하는 것이다. 이는 석탄 발전량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겠다는 인도네시아의 계획을 반영한다. 에너지 전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재원은 선진국과 개발은행, 민간은행 등으로부터 조달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2023년 11월, JETP 기금을 지원받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종합투자·정책 계획(CIPP; Comprehensive Investment and Policy Plan)을 발표하며 개정된 세부 이행 계획을 공개하였고, 이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억5000만 톤으로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34%에서 44%로 늘리는 방향으로 계획이 수정되었는데, 얼핏 보면 기존 계획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거나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문제가 많다.
미국의 환경 전문매체 몽가베이에 따르면 비판의 지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탄소 배출 감축 대상에 '캡티브 발전소'는 제외되었다. 캡티브 발전소는 중앙 전력망에 연결되지 않고 산업시설에서 자가소비용으로 전력을 생산해 사용하는 발전소이다. 최근 10년간 인도네시아에서는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니켈 제련 등 금속 가공 산업의 확장으로 인해 캡티브 석탄발전소의 수가 급증했다. 2013년 1.3기가와트에서 2023년 13.74기가와트로 10배 이상 증가한 이 발전소들은 2030년까지 1억5000만 톤에서 1억 8천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CIPP에서 제시한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넷제로 달성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둘째,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이 대형 수력 및 지열 발전소 건설에 집중되어 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을 44%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지역 사회에서 관리할 수 있는 마이크로 수력발전이나 소형 태양광 발전소와 같은 소규모 재생에너지보다 대규모 재생에너지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기후 운동단체 활동가는 정부가 여전히 대중을 재생에너지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적극적인 시민이 아닌 단순한 소비자로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는 수마트라, 자바, 칼리만탄, 술라웨시 등 주요 섬을 포함하여 1만70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 국가이다. 인구가 분산되어 있고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큰 국가이므로 중앙집중형보다는 분산형 전력 체계로의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은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되지 않았다.
게다가 인도네시아 정부는 바이오매스 혼소 발전 확대도 에너지 전환 계획에 포함하였다. 혼소 발전은 기존 석탄발전소에 목재펠릿이나 톱밥, 기름야자 열매의 껍질 등과 같은 바이오매스 연료를 혼합해 연소하는 방식을 말한다. 계획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혼소 발전은 2030년에서 2050년까지 연간 석탄 화력 발전량의 5~10%를 차지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900만 톤(정부 추정치)에서 1020만 톤(연구기관 추정치)에 달하는 바이오매스가 필요하게 되는데, 충분한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삼림 벌채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마지막은 재원 조달에 관한 것으로, 인도네시아는 보조금, 양허성 차관, 시장금리 대출, 보증 및 민간투자 등의 형태로 JETP 기금을 확보해야 한다. CIPP 초안에 따르면 200억 달러가 필요하다. 미국은 인도네시아에 20억 달러 이상의 자금 지원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이 중 6670만 달러만 보조금의 형태로 제공되고 10억 달러는 시장금리 대출의 형태로 지원될 예정이다. JETP의 한계를 지적하는 전문가들과 활동가들은 10억 달러의 대출에 대해 연간 최소 6830만 달러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는 미국이 제공하는 보조금보다 더 많은 금액이라고 주장한다. 온실가스 배출에 더 큰 책임이 있는 선진국이 개도국의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JETP가 개도국에 더 큰 부담을 주는 셈이다.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의 '정의로운'이라는 개념은 에너지 전환의 이익과 비용이 공평하게 분배되고, 모든 이해당사자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며, 의사결정 시 사회적, 문화적, 인종적, 성별 등에 따른 차이를 인식하고 존중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JETP는 대중의 참여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선진국들이 기후 재원을 통해 개도국에 더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이것이 진정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계획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러한 문제들은 앞으로의 에너지 전환 논의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유예지 서강대 동아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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