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만한 경사면에 자리한 64평 규모의 이 주택은 참나무와 과일나무, 광활한 목초지가 펼쳐진 자연 속에 조화롭게 자리잡고 있다. 뒤편으로는 울창한 숲이 우거져 있어 마치 자연이 품은 보석 같은 느낌을 준다.
건축가는 기존의 지형과 화단, 고원의 조건을 세심하게 고려하여 네 개의 개별 건물을 신중하게 배치했다. 만약 하나의 거대한 건물로 지었다면 지하층이 있는 큰 벽처럼 보였을 것이고, 주변 경관과의 조화를 해쳤을 것이다.

아치형 지붕을 가진 네 개의 외벽으로 구성된 이 건물은 구릉진 주변 경관을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건축주인 어머니는 열정적인 식물학자이자 화가로, 평생 꽃과 풀, 야생 동식물을 연구하고 그림으로 담아내는 일에 몰두해왔다. 호박벌과 같은 곤충들, 그리고 식물의 경이로움을 이루는 온갖 정원의 작은 생명체들과의 공생 관계를 탐구하는 것이 그녀의 삶이었다.

처음에는 목재 섬유 단열재 위에 회반죽을 바른 흰색 외관으로 계획되었다. 어머니가 살아있는 정물화를 연구하는 화분을 놓는 패널 역할을 하도록 구상된 것이었다. 하지만 건물의 규모가 커지고 거주자와 미래 세대의 모든 요구를 수용해야 함에 따라 더 섬세하고 질감 있는 목재 패널로 변경했다.

내부 공간은 계단과 가상의 복도를 중심으로 엇갈리게 배치되어 있다. 아치형 천장과 나무, 화단에서 영감을 받은 이 구조는 둥근 아치가 뾰족한 돔으로 변모하고, 가로벽이 문턱을 만들어 다음 방과 기능을 자연스럽게 감춘다.

빌라의 세로축은 웅장한 고딕 성당의 축소판 같지만, 세로 단면은 마치 인형의 집처럼 아기자기하다. 남향의 겨울정원에서 시작하는 복도는 180도 전방위로 공간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

위층의 주방에서 시작하여 웅장한 벽난로가 있는 거실을 지나 맨 끝의 탁 트인 작업실까지 이어지는 동선이 인상적이다. 다락방으로 이어지는 길게 뻗은 계단 끝자락은 아치형 천장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모서리에 설치된 유리창들은 특정 풍경과 나무, 겹겹이 쌓인 풍경을 액자처럼 담아내면서 동시에 다른 부분은 적절히 가린다. 창문은 단순히 외부로 통하는 공간이 아니라 계절과 일상의 변화를 담아내는 액자이자 작은 구멍과 같은 역할을 한다. 모서리에 배치된 창문은 은은한 빛을 퍼뜨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벽면을 비추고 강조한다.

아치 상단의 둥근 작은 구멍들이 만들어내는 빛의 원뿔은 특정 시간에 반대쪽 벽면까지 이어지며, 마치 추리 소설 속 숨겨진 보물을 드러내는 단서처럼 작용한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실내 공간은 웅장한 규모에서 미니어처 규모로 순식간에 변화하는 마법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이 집은 100% 바이오 기반 재료로 건설되었다. 에코코콘 짚단 요소와 외부 티베르 패널, 내부 3겹 합판으로 마감했으며, 글루램 아치는 목섬유 블로우 단열재로 단열 처리했다. 내부는 황마 직물 층으로 마감하여 방음 처리까지 완벽하게 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