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이 21일 NC를 1-0으로 잡으며 4연승을 질주했다. 팀 창단 후 처음으로 5할 승률을 찍는 순간이었는데, 그 경기에서 8이닝 무실점을 던진 선발이 곽빈도 잭 로그도 아니었다.
5만 달러, 한화로 7500만원짜리 6주 단기 계약 투수 벤자민이었다. 두산 팬들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이 시작됐다. 벤자민이 이렇게 잘 던지는데 플렉센이 7월에 돌아오면 버리기 아깝다는 이야기다.
두산의 선발 로테이션이 원래 이랬나

두산의 원래 계획은 플렉센·잭 로그·곽빈으로 선발 상단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6년 만에 KBO에 복귀한 플렉센은 시범경기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기대를 키웠다. 그런데 개막 직후인 4월 3일 한화전에서 1이닝 2볼넷 1실점만 남기고 등 부위 통증으로 자진 강판됐고, 검진 결과 오른쪽 어깨 견갑하근 손상 진단이 나왔다. 복귀까지 7월 이후가 예상되는 장기 이탈이었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두산이 급히 불러온 게 벤자민이었다. KT에서 2022년부터 3시즌을 뛴 선수로, 첫 계약 기간 동안 5경기 3패 ERA 4.10으로 그리 인상적이지 않은 성적을 남겼다. 그런데도 두산은 5만 달러에 6주 연장 계약을 맺었다.
두산은 어떻게 버텼나

플렉센이 이탈한 상황에서 두산은 잭 로그와 곽빈을 중심으로 선발진을 꾸려왔다. 잭 로그는 무실점 호투와 5실점 이상 부진이 반복되는 기복 있는 시즌을 보내고 있고, 두산 선발진이 안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맥락에서 21일 벤자민의 8이닝 무실점이 더 빛난다. 외인 투수 두 명이 로테이션을 나눠 돌리는 구조에서 벤자민이 이날만큼은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7500만원에 8이닝 무실점

벤자민의 이날 투구는 숫자만 보면 놀라웠다. 78구 8이닝 5피안타 1삼진 1볼넷 1몸에 맞는 볼 무실점. NC 타자들이 2회부터 5회까지 4이닝 연속 병살을 치는 행운도 따랐지만, 위기마다 흔들리지 않고 맞춰 잡는 노련한 피칭으로 팀의 1-0 승리를 완성했다.

8회를 마치고 투구 수 여유가 있었지만 김원형 감독은 9회 마무리 이영하를 선택했고, 이영하가 세이브를 완성하며 경기가 끝났다. 올 시즌 벤자민의 성적은 ERA 3.15, 34⅓이닝으로 연장 계약 이전보다 훨씬 안정된 모습이다.
물론 플렉센이 7월에 복귀하면 벤자민은 대체 투수로서의 역할을 마치고 계약이 종료된다. 그게 처음부터 정해진 구조다. 그런데 벤자민이 이렇게 잘 던질수록 팬들 사이에서는 아깝다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