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 중 방문해보면 좋은 가게 7

안녕. 얼마 전 짧게 교토 여행을 다녀온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기간은 짧았으나 이왕 가는 거 제대로 누리고 싶었던 나는 떠나기 몇 달 전부터 신나게 구글 맵을 채웠다. 역사와 전통을 느낄 수 있는 사찰과 정원은 당연하고, 이 도시의 현재를 보여주는 크고 작은 로컬 숍을 종류별로 목록까지 만들어 저장해 뒀다. 과연, 열심히 여행한 교토에는 기대 이상으로 흥미로운 가게들이 넘쳐났다.

그중에서도 7곳의 가게를 추려 소개해 본다. 레코드 숍부터 야키토리 집까지. 먹고, 마시고, 구경하고, 읽고, 입어보고 다할 수 있는 리스트다. 교토 여행을 앞둔 이들에게, 특히 대표 명소 방문 외에는 별다른 계획이 없는 P형 여행자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되기를.


[1]
레코드

Meditations

작지만 큰 임팩트를 안겨 줬던 레코드 숍. 뽀빠이 매거진 ‘교토 시티 가이드’ 편에서 발견하고부터 방문을 고대했던 곳이다. ‘meditaions’의 뜻은 명상록. 상호에 걸맞게 취급하는 음반부터 인테리어, 굿즈, 심지어 사장님의 모습까지 매장 전반에 고요하고 평온한 분위기가 감돌던 기억이 난다. 레코드 숍에서 다양한 종류의 젬 스톤과 인센스 스틱을 판매하는 게 재밌었고, 군데군데 자리한 종교적 상징과 구석에 마련한 손을 씻을 수 있는 개수대 역시 눈길을 끄는 요소였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메디테이션즈는 그간 앰비언트나 사이키델릭, 미니멀리즘 같은 장르를 중심으로 여러 비주류 음악을 소개해 왔다. LP를 비롯해 CD와 카세트테이프도 진열돼 있어 낯선 음반들을 하나하나 들춰 보며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내가 구매한 건 귀여운 초록색 카세트테이프. 매장에 흘러나오던 곡이 너무 좋아 음악 검색 앱 ‘Shazam’을 켰더니 조금 전 만지작거리며 살까 말까 고민했던 Sam Wilkes의 ‘DRIVING’이라고 뜨는 게 아닌가. 운명을 거스를 수 없는 나는 바로 카드를 긁었다. 사장님도 고개를 끄덕이며 눈짓으로 말했다. ‘뭘 좀 아는 놈이구만

.’ Meditations

  • 주소 253-3 Demizucho, Kamigyo Ward, Kyoto
  • 영업시간 11:00-19:00 (화요일, 일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meditations(https://bit.ly/46NhxAY)

[2]
예술 엽서

Benrido(便利堂)

교토에 1년간 거주한 경험이 있는 포토그래퍼 친구에게 물었다. “어디 좀 근본 있는 로컬 매장 없을까? ” 그때 추천 받은 데가 여기다. 방대한 양의 엽서 제품을 만날 수 있는 예술 엽서 갤러리, 벤리도. 단순히 예쁜 엽서 모아 두고 파는 가게로 생각하면 서운하다. 무려 1887년에 설립돼 1905년부터 ‘콜로타입’이라는 인쇄 기법을 전문으로 취급해 온 역사와 전통이 있는 회사니까. 이미지 프린트 방식에 관심이 많은 포토그래퍼가 적극적으로 영업한 곳인 만큼 믿고 가볼 수 있었다.

동양의 전통미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사진부터 그림까지, 벤리도의 콜로타입 기술을 활용한 오리지널 엽서부터 일본 유수의 미술관에서 나온 작품 엽서까지 영롱한 자태를 자아내는 예술 엽서들의 향연이다. 파일, 노트, 메모지, 코스터 등 정갈한 디자인의 문구류와 굿즈는 엽서와 함께 선물용으로 구매하기 손색없다. 바로 옆 건물은 벤리도에서 운영하는 콜로타입 갤러리. 전시 중인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운 좋으면 작은 창문 너머로 한창 인쇄 작업 중인 현장도 구경할 수 있다.

* 콜로타입collotype : 사진의 연속적인 톤을 판화로 옮길 수 있는 기법 중 최초로 상업성을 확보한 판화 과정. 유리나 금속판에 감광 처리된 젤라틴을 발라 네거티브 필름을 통해 빛을 쪼인다. 필름의 검고 투명한 부분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투과량을 이용해 부드럽고 섬세한 결과물을 구현할 수 있다. (출처 : 세계미술용어사전)

Benrido便利堂

  • 주소 302番地, Benzaitencho, Nakagyo Ward, Kyoto
  • 영업시간 10:00-19:00 (목요일, 일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benrido.atelier(https://bit.ly/3t8WcnP)

[3]
빈티지 의류

Three Star Kyoto

니시키 시장 인근에 자리한 빈티지 숍. 야외 데크를 채우는 행거들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엄청난 양의 의류 진열장이 반겨준다. 일단 물량으로 압도한다. 옷이 너무 많아서 이걸 다 둘러볼 수는 있을까 긴장 바짝 하게 만드는 첫인상이다. 그래도 걱정하지 말자. 높은 층고와 널찍한 면적, 밝고 쾌적하게 유지되는 매장 내부 상태 덕분에 머무는 내내 편하게 쇼핑할 수 있으니까. 어둡거나 답답하지 않고, 구제 매장 특유의 퀴퀴한 냄새도 거의 없는 편이다.

파카, 재킷, 셔츠, 팬츠 등 진열장 상단에 카테고리를 구분해 표시해 둔 점이 눈에 띈다. 쓸데없이 시간 낭비 체력 낭비하지 말라는 이 사려 깊은 구획! 매의 눈으로 원하는 품목부터 집중적으로 들춰보자.

평소 빈티지 의류에 관심이 많은 동행인은 미친 듯이 매장 구석구석을 뒤지더니 기어코 근사한 스웨이드 베스트를 건졌다. 부드러운 샌드 컬러에 더할 나위 없는 핏, 그걸 3만 원도 안되는 가격에.

Three Star Kyoto

  • 주소 Mimatsu Kaikan Bldg. 583-2, Nakano-machi, Nakagyo-ku, Kyoto
  • 영업시간 매일 11:00-20:00
  • 인스타그램 @threestar_kyoto(https://bit.ly/3uUkQJm)

[4]
커피

Nijo-koya (二条小屋)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거처로 지어진 니조성 인근, 한적한 분위기가 감도는 동네 모가미초 골목 안쪽에 작은 단층 카페가 보인다.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 니조코야. 낮은 지붕과 짙은 색의 나무 기둥, 제멋대로 뻗은 넝쿨과 ‘COFFEE’라고 적힌 귀여운 모양의 간판 아닌 간판까지 외관부터 기대감 가득 불러일으켰던 곳이다. 숲속의 산장 혹은 바닷가 옆 오래된 펍을 연상시키는 낡고 투박한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어딘가 멀리 떠나온 기분이 든다.

커피 바를 둘러싼 스탠딩 테이블에 한쪽 팔을 얹고 섰다. 말없이 천천히 커피를 내리는 주인장의 모습을 구경하며 내부를 풍성하게 채우는 재즈 기타 연주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6-7종의 싱글 오리진 커피와 코야 블렌드 커피를 즐길 수 있고, 우유 넣은 커피를 좋아한다면 카페오레를 주문하면 된다. 메뉴판에 표기된 원두의 가볍고 무거운 정도를 참고해 나는 두 번째로 가볍다는 ‘에티오피아’ 원두를 선택했다.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향미보다는 그윽하게 퍼지는 단맛과 시간차를 두고 부드럽게 올라오는 산미가 돋보였다. 이 차분한 카페 분위기와 더없이 잘 어울리는 커피였다.

Nijo-koya (二条小屋)

  • 주소 382-3 Mogamicho, Nakagyo Ward, Kyoto
  • 영업시간 월, 수, 토 11:00-18:00 목, 금 11:00-20:00 (유동적이므로 인스타그램 게시물 참고)
  • 인스타그램 @nijokoya(https://bit.ly/3t2YZPv)

[5]
야키토리

Yakitori Otonari

일본 여행 가면 꼭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 매일 밤 작은 로컬 식당이나 이자카야에 앉아 생맥주 한 잔을 마시는 것. 첫째 날 밤에는 소고기와 매운 우엉을 넣은 우동과 함께 아사히 나마비루(生ビール 생맥주)를 마셨으니, 둘째 날 밤에는 어디서 뭘 먹으면 좋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그래, 맥주에 야키토리 조합은 한 번 가줘야지! 그렇게 구글 맵에서 발견한 야키토리 집으로 향했다.

야키토리 오토나리는 관광객보다는 단골손님 비중이 훨씬 높은 동네 가게다. 다행히 딱 두 자리가 비어 있어 기다란 카운터석에 앉을 수 있었다. 성격 좋아 보이는 사장님이 땀을 뻘뻘 흘려가며 열심히 꼬치를 굽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나름 명당이랄까?

허기를 기대로 달래며 삿포로 나마비루와 진저에일에 10개 꼬치 세트를 주문. 모래주머니, 허벅지, 가슴살, 목, 연골 등 여러 닭 부위 중에서 그날그날 사장님이 골라서 내어주는 구성이다. 삿포로 한 모금에 이미 정신이 나간 나는 차례대로 나오는 꼬치들을 야만적으로 해치웠다. 그릇은 순식간에 비워졌고, 우리는 표고버섯과 닭 & 아스파라거스 꼬치에 닭 껍질 튀김까지 추가 주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친김에, 술도 못 먹으면서, “치타 하이볼 구다사이!” 아름다운 밤이었다.

Yakitori Otonari

  • 주소 30-1 Higashihashizumecho, Higashiyama Ward, Kyoto
  • 영업시간 17:00-00:00 (화요일 휴무)

[6]

Seikō-sya Books (誠光社)

낯선 도시에 가면 꼭 서점을 가본다. 무슨 말인지도 모를 책들이 대부분이어도 상관없다. 서점이라는 장소가 주는 무조건적인 안정감이 좋거니와, 다양한 종류의 개성 강한 출판물에 둘러싸여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자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방을 거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이번에 방문한 곳은 여러 경로로 추천을 받았던 세이코샤 북스다. 교토를 대표하는 서점 ‘케이분샤 이치조지’에서 오랜 시간 점장을 맡았던 ‘호리베 아츠시’가 2015년에 오픈한 매장이다.

카모 강 옆 한적한 동네 다와라야초. 주택가에 자리한 서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좌-우-중앙 할 것 없이 나무 책장이 내부 공간을 빼곡하게 채운 모습이 펼쳐진다. 넓지 않은 통로를 천천히 거닐며 책들을 살피는 동안 느껴지는 원목의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좋다. 도장을 찍듯 서가 위쪽에 카테고리를 표기한 것도 재밌는 디테일. 여러 장르의 단행본부터 잡지, 아트북, 레코드, 굿즈 등 매장 규모에 비해 풍성한 제품군이 구비돼 있다. 안쪽에서는 작은 전시를 열기도 하는데 방문 당시에는 일본 사진가 ‘오가와 나오히로’의 사진전이 진행 중이었다.

Seikō-sya Books (誠光社)

  • 주소 437 Tawarayacho, Kamigyo Ward, Kyoto
  • 영업시간 10:00-20:00 (화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seikoshabooks(https://bit.ly/4afYWQT)

[7]
스트리트 패션

Bench

서브컬처와 스트리트 패션을 기반으로 하는 매장도 몇 군데 들렀다. 쿨한 그래픽의 후디 혹은 귀엽고 위트 있는 모자를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안고서. 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이 니조 거리에 위치한 벤치다. 쾌적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매장과 친절한 사장님, 유명 글로벌 브랜드에서 일본 스몰 브랜드까지 아우르는 다채로운 제품 라인업. 아쉽게도 ‘나랑 집에 가자!’ 싶은 물건은 못 건졌지만 천천히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던 셀렉 숍이다.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건 감각적인 매장 인테리어다. 특히 밝은 색상 원목을 베이스로 군데군데 스틸 소재를 활용해 만든 진열장. 입구 쪽부터 카운터와 창가에 이르기까지 입체적인 구조를 살려 만든 디자인 덕분에 아이템 하나하나가 더 멋있게 보였다. 칼하트나 챔피언, 아크테릭스야 다른 데서도 많이 볼 수 있을 테니, ‘Laser Barcelona’와 ‘Nothin’special’처럼 비교적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 제품을 주목해보자. 셀렉 숍에 갈 때마다 그 매장의 굿즈도 빼놓지 않고 살펴보는 나 같은 이들이라면 중앙부 행거를 유심히 들춰 보는 걸 추천한다.

BENCH

  • 주소 472-2 鵜野田ビル, Hinokuchicho, Nakagyo Ward, Kyoto
  • 영업시간 13:00-21:00 (수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bench_nza(https://bit.ly/3RdG50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