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츠 감독이 감히 오타니를 탓해?

사진 제공 = OSEN

“스윙이 너무 커졌어”

별 일이다. 데이브 로버츠(52) 감독 말이다. 전에 없던 코멘트를 남겼다. 자기 팀 선수를 비판한다. 그것도 공개적으로.
대상이 더 놀랍다. ‘무려’ 오타니 쇼헤이(30)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매일 칭찬해도 부족하다. 왜 아니겠나.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야구 잘하지, 인기 많지, 인간성 좋지….

솔직히 덕도 많이 봤다.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가 생겼다. 그래서 4년 추가 계약도 얻어냈다. 연평균 810만 달러(약 116억 원)의 최고 대우를 받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CF 단독 광고도 찍었다. 고향 오키나와에서는 상도 받았다. ‘특별 영예 시민’이라는 명목이다. 그야말로 영웅 대접이다.

그런 그가 못 마땅한 표정이다. 바로 어제(한국시간 24일) 얘기다.

“지금의 오타니는 우리에게 꽤 낯선 모습이다. 너무 의욕이 앞선다. 자꾸 뭔가를 보여주려고 한다.”

아쉬운 패배의 뒤끝이다. 11안타를 치고도 졌다(스코어 6-7). 컵스와 원정 2경기를 모두 내줬다. 초반 파죽지세는 사라졌다. 16승 9패의 평범한(?) 공동 2위일 뿐이다.

선수 탓은 이어진다. 타석 하나하나에 트집을 잡는다.

“분명히 볼넷을 골라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스스로 그르친다. 오늘(24일) 9회 마지막 타석이 좋은 예다.” (변화구 2개에 거푸 헛스윙, 삼진)

또 있다. 6회 타격도 지적한다. 득점 기회를 유격수 뜬공으로 날린 상황이다.

“볼 카운트가 1-1이었다. 거기서 빠른 공이다. 평소라면 좋은 타격을 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스윙이 너무 컸다. 안타 1개면 충분했는데….” 쓴 입맛을 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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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휴가의 여파

여기까지면 다행이다. 다음 한 마디가 폐부를 찌른다.

“오타니가 조금 달라졌다. 예전 같으면 (타석에서) 참고 기다렸을 것이다. 그래야 더 좋은 공이 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걸 쳐야 확실하다. 그런데 요즘은 아니다. 평소 같지 않다. 자꾸 뭔가를 보여주려고 한다.”

로버츠의 말에는 뼈가 있다. 시기를 강조한다. ‘요즘’이라는 시제를 주목해야 한다. 출산 휴가를 다녀온 다음을 뜻한다.

며칠 전이다. SNS에 작은 발 사진 하나가 올라왔다. 슈퍼 스타의 가족이 늘어났다. 아기 아빠도 아내 곁을 지켰다. 더 없을 소중한 시간이다.

사흘이 지났다. (출산) 휴가 복귀가 이뤄졌다. 그런데 다 돌아온 것은 아니다. 타격감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로버츠 감독이 말하는 부분이다.

복귀해서 3게임을 치렀다. 첫 2경기는 침묵했다. 그나마 사흘째인 24일에 첫 안타가 나왔다. 합하면 12타수 1안타다. 타율로 따지면 8푼 3리(0.083)다. 삼진만 5개 당했다. MVP의 기록 치고는 너무 초라하다.

가뜩이나 개막 초반이 시원치 않다. 자연히 시즌 성적도 내리막이다. 타율이 0.261, 타점은 8개뿐이다. 도루도 5개에 그쳤다. 출루율 0.358, 장타율 0.489, OPS가 0.848이다.

활약도는 영 작년만 못하다. 특히 홈런(6개)이 문제다. 리그 전체는커녕, 팀 내 선두 자리도 토미 에드먼(8개)에게 내줬다. 한편으로 로버츠의 초조함이 이해된다.

오타니 쇼헤이 SNS

잠을 위해 훈련 시간도 줄이는데…

물론 소중한 생명의 탄생이다. 그 자체로 위대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감히 어떤 현상과 연관 짓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

그럼에도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 그것 역시 로버츠 감독의 입을 통해서 세상에 회자됐다. 출산 소식이 전해질 무렵이다. 축하 코멘트와 함께 이런 말을 남겼다.

“그 친구(오타니)는 감정 전환과 몰입을 아주 잘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타석에서 집중한다.”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칭찬이다. 다만, 한 가지 의문 부호가 붙는다. 흥미로운 지점이다.

“잠자는 것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루에 10시간 이상은 자야 한다는 생활 패턴을 유지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면서, 그러기는 쉽지 않다. 그 점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가 관심거리다.”

맞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오타니 하면 ‘잠’이다. 숙면이 핵심이고,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원정 때는 베개와 매트리스까지 갖고 다닌다. 후원하는 침구류 기업이 맞춤 제작한 제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동부 원정 때는 시차(3시간) 계산까지 한다. 잠자는 시간이 바탕이다. 모든 일정의 기준이 거기서 비롯된다.

유명한 일화도 있다. WBC 때 동료였던 라스 눗바의 저녁 약속도 거절했다. “잠을 자야 해서”라는 이유였다. 심지어 맨해튼 거리도 나가본 적이 없다. 몇 년간 뉴욕 원정을 10차례 이상 갔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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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육아 슬럼프?

오타니는 여러 차례 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한 연습 탓에 체력적으로나 감각적으로 무너지는 경험을 몇 번 했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시즌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회복’이라는 점이다. ‘얼마나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그게 1년 전체를 볼 때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논리다. 그렇다면 상식을 뒤집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말이다.

“잠자는 시간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그걸 위해서 훈련하는 양이나, 시간을 줄이는 도전도 얼마든지 할 의지가 있다.” ‘도전’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작년 이맘 때다. 큰 일을 겪었다.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 사건이다.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가장 믿었던 사람의 배신이다. 추정되는 피해액만 200억 원이 넘는다.

여기에 의심까지 받아야 했다.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 아니냐는 싸늘한 시선도 느꼈다. 낮에 검찰 조사를 받고, 밤에는 게임을 뛰는 경험도 했다. 이래저래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았다”는 본인의 얘기였다.

그런 가혹한 시간도 이겨냈다. 와중에 MLB 역사도 새로 썼다. 50-50을 달성하고, 만장일치 MVP에도 선정됐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전혀 다른 국면이다. 그야말로 새로운 도전이다.

숭고한 생명의 탄생, 거기에 따르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육아 스트레스, 혹은 육아 슬럼프. 초보 아빠 오타니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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