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아빠, '슈퍼마켓 러버'가 꿈꾸는 미래는

함께 동화되어야 시장에 받아들여진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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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업은 결국 고객에게 뭔가를 파는 일을 합니다. 뉴스레터, <파는 사람들>은 화려한 포장보다는 '파는 사람'의 본질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아래 글은 <파는 사람들>과 서준렬 대표와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슈퍼마켓과 농가를 연결합니다

미스터아빠는 지역의 소규모 농가와 개인 슈퍼마켓을 연결해 농산물 유통의 비효율을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마산부림시장의 작은 슈퍼마켓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대기업 신입사원 시절에는 슈퍼마켓 근무를 자청했던 한 '슈퍼마켓 러버'의 열정에서 시작되었죠. GS리테일에서 12년간 유통업에 종사한 서준렬 대표는 개인 슈퍼마켓의 어려움을 실감하며 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이 특히 신선식품 유통에 큰 필요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근린 상권에서 쇼핑하는 이유는 결국 당장 필요한 소비재를 가까운 곳에서 바로 구매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 저녁에 먹을 깻잎은 지금 바로 슬리퍼를 신고 나가 사 올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온라인이 새벽배송이나 빠른 배송을 제공한다 해도, 신선식품만큼은 여전히 오프라인이 대체할 수 없는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만큼은 슈퍼마켓은 본래 기능을 해야만 하고요.

물론 편의점도 있지만, 공간이 좁고 취급 품목이 제한적인 데다, 슈퍼마켓만큼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슈퍼마켓은 이웃들과 안부를 나누며 담소를 나누는 '단골 비즈니스'가 가능하고, 공간도 넓어 다양한 물품을 구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성장률이 6.7%로 업계 평균보다 높았습니다. 많은 이들이 슈퍼마켓을 레거시 시장으로 여기고 정체된 곳이라 생각했지만, 사실 슈퍼마켓에는 여전히 큰 잠재력이 있었던 겁니다.


데이터로 가치를 만들어 냅니다

미스터아빠는 처음에는 로컬 생산자들의 농산물을 자동화 기기 없이, 흙을 털어 봉지에 담아주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소분'한 농산물을 슈퍼마켓에 공급했더니, 옆집 대기업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리던 고객들이 다시 돌아오는 변화를 직접 목격하게 되었죠.

이처럼 미스터아빠의 핵심은 농산물을 조달해 별도의 저장 창고 없이 ‘소분센터’에서 바로 가공하고, 이를 동네 슈퍼마켓에 공급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효율적인 공급망 운영을 가능하게 한 것은 지난 3년간의 데이터를 활용한 수요 예측 덕분이었습니다. 미스터아빠는 모든 농산물을 DB화하여 규격, 포장 형태, 코드, 생산자, 이력 등 고유한 정보를 기록하고 관리해 왔습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싱부터 소비까지 모든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기존 7~15%에 달하던 폐기율을 거의 제로(0)로 줄였고, 판매 및 공급의 정확도도 크게 높였습니다.

미스터아빠는 소규모 농가와 개인 슈퍼마켓을 연결하여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데이터 기반의 직거래를 통해 미스터아빠는 수수료와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도매시장이나 벤더사를 통해 농산물을 받으면 경매 수수료가 7%까지 발생하고, 운반 및 보관 비용까지 더해져 최대 15~20%가량 더 비싼 가격이 되곤 했는데요. 미스터아빠를 통해 농산물을 구입하면 그 비용을 줄여, 소농이나 슈퍼마켓이 그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로 바꾼 것입니다.

또한, 미스터아빠는 생산지 근처의 유휴 공간을 파트너십 형태로 활용해 오프라인 비용을 절감했습니다. 이 공간들은 소분센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장비와 시스템도 갖추고 있어 효과적이었고요. 더 나아가 도매시장 인근에 소분센터를 배치해 농산물 이동 시간을 50%나 단축시켰습니다. 비용과 시간을 최적화하려면 기존 물류 동선에 맞추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던 거죠.


'레거시'는 '레거시' 관점으로

미스터아빠 소싱의 경쟁력은 지자체나 기관과 협력해 공급처와 판매처를 연결한다는 점입니다. 농산물 유통 스타트업이 많았지만 대부분은 플랫폼이나 IT 기술을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농산물 유통은 레거시 관점에서 접근해야 효과적입니다.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함께 다루어야 진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거든요.

메이저가 없는 농산물 시장에서 메이저가 되는 유일한 방법은, 고객들이 락인되어 있는 확실한 판로를 갖는 것입니다. 미스터아빠는 고객이 '50조 원 규모의 중소 슈퍼마켓 시장'이라는 명확한 타깃을 두고, 판로가 보장된 상태에서 역으로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산품으로 비유하자면, 판매 채널을 먼저 확보하고 공장을 지은 것과 비슷한 전략인 거죠. 많은 스타트업들이 보통 공장을 먼저 짓고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그런데 이미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현금 프로모션을 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대신에 미스터아빠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빠르게 매출을 확보했습니다. 생산자가 더 많은 수익을 얻고, 최종 소비자는 더 나은 구매 채널을 얻는 구조였죠. 처음에는 기존 방식을 바꾸려 한다는 이유로 비판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델을 정확히 이해한 사람들은 미스터아빠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후 이들이 입소문을 내주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미스터아빠는 자금력이나 규모의 경제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동화되어야 시장에 받아들여진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고 합니다. 앞으로 국내 유일의 농산물 전문 유통 기업으로 성장해 수도권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지, 그 미래가 정말 궁금해지네요.

※ 편집/윤문 | 기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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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소개 - 조혜리
채널톡 콘텐츠 마케터, 스타트업을 취재하는 일을 하다가 이제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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