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2년 후인 2003년 말에는 페이스리프트 모델 '뉴 렉스턴'이 출시됐습니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뉴 체어맨과 비슷한 벤츠 스타일로 수정, 대우차의 흔적을 말끔하게 없앴고 새로운 디자인의 휠, 크롬 파츠의 비중을 늘려 좀 더 럭셔리 SUV다운 생김새로 거듭난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또 단일 색상의 플라스틱 가니쉬를 적용했던 직전 모델과 달리 바디 컬러에 따라 각기 다른 색상의 가니쉬를 부착해 더욱 세련된 인상이었죠.
실내 역시 큰 변화는 없었는데 구성을 달리 한 계기판과 새로운 색상의 내장 등 틀린 그림 찾기 수준의 변화만 이루어졌지만, 외관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디자인이 워낙에 안정적이라 별다른 아쉬움도 없었습니다. 그나저나 요즘에는 선글라스 케이스가 아예 없는 차들도 많은데 이 차를 보고 좀 반성했으면 좋겠네요.
대신 파워트레인의 변화가 돋보였죠. 6기통 가솔린 엔진 외에도 주력인 디젤 엔진을 두 가지 사양으로 이원화했습니다. 기존 132마력 5기통 2.9L 엔진과 함께 새로운 5기통 2.7L XDI 엔진을 추가로 장착했습니다.
배기량은 낮지만 더 강력한 성능에 이번에는 벤츠 제 5단 자동 변속기를 매칭해 두툼한 토크가 2톤에 육박하는 거구를 경쾌하게 밀어붙이면서 직접 모델에서 꾸준히 지적받던 출발 시의 굼뜬 느낌을 말끔하게 해소했어요. 그 사이 전자장비 역시 개선되면서 주행 안정성이 더 좋아진 것은 덤이었습니다.
이후에는 매년 자잘한 업데이트로 편의 사양을 보강했는데요. 내비게이션을 뉴 체어맨의 6.5인치 DVD 내비게이션으로 업그레이드했고 KTF와 협업해 실시간 교통 정보와 핸드폰을 이용해 도어 잠금, 차량 위치 확인 등을 할 수 있는 텔레매틱스 시스템 '에버웨이'를 선보여 현대기아차의 '모젠'에 대응하기도 했어요.
'대한민국 1%'라는 도발적인 슬로건과 함께 출발한 렉스턴은 선대 무쏘가 그러했듯 기존 SUV들과 결을 달리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면서 국내 SUV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출시 초 판매 가격은 4륜구동 수동 변속기 기준 2,553만 원부터 시작, 이후 가격 접근성을 높인 다양한 트림을 추가로 선보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는데, 특히 3.2L 가솔린 모델은 현재 가치로 무려 7천만 원이 훌쩍 넘는 4천만 원대의 가격을 자랑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렉스턴의 인기는 상당했습니다. 본격적인 판매가 이루어진 2002년 한 해 국내 판매량만 4만 7천여 대, 당시는 지금처럼 SUV 역전 세계가 아니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상당한 성과죠.
현대차 역시 갤로퍼의 후속으로 준비한 정통 SUV 테라칸을 고급 SUV로 포장해 렉스턴을 정조준했지만 상대가 되지 못했고, 한동안 쌍용차 전체 판매량을 말 그대로 견인하면서 캐시카우 체어맨과 함께 쌍용차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습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뉴 렉스턴의 판매 역시 순조로웠고 그렇게 회사가 정상화되어 가자 2004년 드디어 새 주인이 찾아왔죠. 그리고 우리는 이미 결말을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혹독한 기후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이겠죠. 해외 시장에서도 은근한 인기를 끌었는데, 특히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 척박한 기후를 가진 국가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러시아에서는 2005년부터 반조립 형태의 현지 생산도 됐고, 최근까지도 이들 국가로 중고차 수출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요.
물론 기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출시 후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해 곤욕을 치렀는데요. 초반에는 차량 내 배터리 전압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주는 레귤레이터가 손상, 배터리가 과충전 되어 황산 용액이 새어 나오거나 심한 경우 폭발을 할 수 있다는 위험이 제기되어 리콜되기도 했고, 제동 시 차체가 심하게 떨리는 증상으로 많은 오너들이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고급 차량을 표방했던 만큼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죠. 지금은 대부분의 구형 디젤차들이 으레 그렇듯 모두 노후 경유차로 분류되어 조기 폐차되거나 서둘러 수출길에 오르면서 빠르게 자취를 감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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