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야구 대표팀이 일본에게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2026 WBC 1라운드 C조에서 벌어진 한일전에서 6-8로 패하며 한일전 11연패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번 패배에는 많은 팬들이 모르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경기는 한국이 3-0으로 앞서며 희망적으로 시작됐다. 이정후와 문보경의 연타가 터지면서 도쿄돔에 한국 응원가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일본의 화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해 스즈키 세이야, 요시다까지 홈런 릴레이를 펼치며 한국을 압박했다.
운명의 7회말, 김영규에게 무슨 일이?

5-5 동점 상황에서 맞은 7회말이 승부의 갈림길이었다. 박영현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위기를 자초했다. 오타니가 타석에 들어서자 한국 벤치는 당연히 고의4구를 선택했다. 2사 1, 3루 상황에서 만루를 만들더라도 오타니와의 승부는 피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이때 류지현 감독이 선택한 카드는 김영규였다. 체코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좌완투수였지만, 이날만큼은 제구가 엉망이었다. 곤도 겐스케를 상대로 볼 3개를 연달아 던지며 관중들을 애태웠다. 겨우 스트라이크 하나를 잡았지만 결국 볼넷으로 밀어내기 실점을 허용했다.

더 큰 문제는 다음 타자였다. 이날 홈런을 때린 스즈키가 타석에 들어섰고, 김영규는 또다시 볼 3개를 먼저 던지며 3볼 1스트라이크 상황을 만들었다. 결국 또 볼넷으로 추가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요시다를 상대로는 중전 적시타까지 허용하며 한 이닝에 3실점이라는 치명타를 맞았다.
WBC 규정이 만든 딜레마

많은 팬들이 "왜 김영규를 안 바꿨냐"며 분노했지만, 사실 벤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WBC는 한 투수가 최소 3명의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김영규가 곤도부터 투구를 시작했으니 요시다까지는 반드시 던져야 했던 것이다.

일본 매체 도쿄스포츠도 이 부분을 정확히 짚어냈다. 원포인트 투수 기용이 금지된 WBC에서는 연속 볼넷을 허용하더라도 계속 던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었다. 만약 오타니 타석부터 김영규를 올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류지현 감독도 경기 후 "체코전에서 김영규의 투구 내용이 굉장히 좋았다"며 "좌타자들의 흐름을 끊어줄 수 있는 투수라고 생각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끝나지 않은 일본의 벽

한국은 8회초 김주원의 적시타로 한 점을 뽑아내며 추격했지만 동점까지는 만들지 못했다. 9회초에는 일본 중견수의 슈퍼플레이까지 나오며 마지막 희망마저 꺾였다.

결국 한국의 일본전 연패는 11경기로 늘어났다.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 승리 이후 10년 넘게 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벽이다. 하지만 김영규 개인을 탓할 일은 아니다. 규정상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8일 대만전에서는 류현진이 선발 마운드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