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덧 바람이 싱그럽고 햇살이 부드러운 계절, 5월. 이맘때가 되면 꽃과 바다가 함께 어우러진 특별한 길이 조용히 주목받는다.
전라북도 부안의 변산마실길.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는 이 해안길은, 특히 샤스타데이지가 만개하는 시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
‘희망’과 ‘평화’를 꽃말로 가진 샤스타데이지가 길 위를 하얗게 수놓으며, 걷는 이의 걸음마다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5월의 변산마실길

2009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해, 2011년 전 구간이 개통된 변산마실길은 전북을 대표하는 자연생태길이다. 지금은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해안누리길이자, '대한민국 5대 명품길'로도 손꼽히며 그 매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5월, 이 길은 단순한 트레킹 코스를 넘어선다. 파란 바다와 하얀 샤스타데이지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산책길 곳곳을 수놓으며, 봄날의 감성을 극대화한다.
샤스타데이지는 국내에서 대규모로 자생하는 곳이 드물기 때문에, 변산마실길의 이 시기는 전국의 사진작가와 걷기 여행자들에게 있어 놓칠 수 없는 찰나다.
새롭게 조성된 꽃길

현재 1코스 일부 구간은 관광지 개발로 인해 우회로가 운영 중이지만, 부안군은 이에 발맞춰 국립 새만금 간척박물관에서 출발해 변산 해수찜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코스를 마련했다.
놀라운 점은, 우회 구간 역시 약 1만㎡ 규모로 샤스타데이지가 파종되었다는 것. 그 덕분에 올해부터는 대체 코스에서도 흐드러진 흰 꽃물결을 따라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걷기 초보자나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는 2코스 ‘노루목 상사화길’도 추천할 만하다.
9월에 절정을 이루는 붉노랑상사화의 장관도 유명하지만, 5월에는 푸른 해안선과 샤스타데이지의 조화가 감성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비교적 난이도가 낮아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꽃길 따라 이어지는 명소들

변산마실길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단순한 자연 풍경을 넘어 부안의 역사와 문화가 깃든 장소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꽃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되는 고사포해수욕장, 그리고 기암괴석이 인상적인 사망암은 이 지역의 대표적인 명소로, 아름다움 속에 이야기를 품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길 위에서는 계절마다 다른 바다 빛깔과 들꽃들의 얼굴이 바뀌며, 마치 부안의 시간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산책이라는 단순한 행위가 이곳에서는 마음을 비우고 채우는 과정이 된다. 조용히 걷다 보면 어느새 스며드는 봄의 감성, 그것이 변산마실길이 가진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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