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울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선수가 시즌을 마무리한 뒤 쉼표를 찍는 11월. 하지만 휴식을 뒤로 한 채 바다 건너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투수가 있으니, 바로 거인 군단의 좌완 유망주 정현수다. ‘최강야구’를 통해 야구팬들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 정현수는 2024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3번으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첫 등판, 첫 삼진, 첫 승… 모든 게 처음으로 가득했던 한 해를 보낸 그는 비장한 마음으로 다가올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그리고 이 순간에도 그는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그리기 위해 끊임없이 꿈을 향해 달리는 중이다.
에디터 양은빈 사진 롯데 자이언츠

#유학파(?) 투수
dugout_mz 반갑습니다! <더그아웃 매거진>에서 처음 만나게 됐는데, 팬들에게 인사 한마디 부탁해요. (11월 11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롯데 자이언츠 투수 정현수라고 합니다. <더그아웃 매거진>에서는 처음으로 인사드리네요!
0205mora 지바 롯데 마린스의 마무리 캠프에 참여했는데, 직접 경험한 일본의 훈련은 한국의 훈련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나요?
한국에서 했던 훈련과 비교했을 때, 일본의 훈련은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훈련을 통해 선수 스스로가 어떤 것을 느꼈는지 끊임없이 질문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훈련을 통해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를 스스로 인지하고, 그 깨달음을 자신의 야구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에 대한 길을 찾는 방법도 끊임없이 제시해 주셨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운동 강도가 엄청나서, 끝나고 나면 온몸의 힘이 다 빠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sestnavie 지바 롯데의 훈련에 일지를 적는 미션이 있다고 했는데, 매일 잘 적고 있는지 궁금해요! 꾸준히 기록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은가요?
쉬는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훈련한 내용을 적고 있어요. 기록하는 것 자체가 어렵지는 않고, 일지를 적으면서 하루 동안 한 훈련의 내용과 배운 점을 한 번 더 되새길 수 있어서 만족하고 있어요. 이 습관을 꾸준히 가지다 보면 일지 작성 자체가 저만의 좋은 루틴으로 자리 잡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일지를 통해 훈련 내용을 복기하면서 운동할 때는 잘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제대로 깨닫고 넘어간 경험도 있어서 ‘기록의 중요성’을 느끼기도 했어요.
sestnavie 일본 훈련에 참여하게 되면서 팬 페스티벌에는 참여하지 못했는데, 동료들의 SNS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재밌을 것 같다는 예상은 했는데, 영상을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로 진행이 됐더라고요? 특히 팬분들이 행사를 즐기시는 모습을 보면서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해 아쉬움이 생겼어요. 일본에 있어서 팬 페스티벌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제가 무대에 설 수 있었다면 동료들만큼 잘 준비했을 겁니다!
hs0822_ ‘언어는 자신감이다’라는 말을 했는데, 일본에 가서 배운 일본어가 있나요?
가장 익숙하게 쓰고 있는 말은 ‘쿠로-스루(苦労する)’인데요. ‘힘들다’, ‘고생한다’라는 뜻인데, 일본에 온 뒤로 제일 많이 사용한 말입니다… (머쓱)
zlzlmzlzlb 일본 가서 구매한 물건 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물건은 없는데, 일본에 갈 일이 생긴다면 ‘나이키’ 매장에 꼭 가보시는 걸 권해요. 제 느낌인지는 모르겠는데, 한국 나이키에서는 볼 수 없던 제품들도 있어서 쇼핑 의욕이 샘솟더라고요.

#성장 드라마
_s.yxon00 8월 18일에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삼진 7개를 잡으며 호투를 펼쳤는데, 등판을 마치고 나서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사실 시즌 초부터 팬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기억이 없어서, 제 투구에 대해 고민도 자주 하고 자책하는 마음마저 들던 시기를 보냈어요. 그 경기에서 나아진 모습을 보이면서 제 안에 있던 부담감을 조금은 덜 수 있었기에 후련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호투하고 내려오는 순간 ‘내 야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이 순간을 잊지 않고 야구 인생이 끝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시합에 임하자’라는 다짐을 했습니다.
shin.__.02 커브 각도가 좋던데, 그 각도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해요!
사실 커브는 초등학생 때부터 던질 수 있던 구종인데, 점차 마운드 거리가 멀어지면서 다루기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학창 시절에 훈련이 끝나고 나서 따로 남아서 커브 던지는 연습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던지고 싶은 곳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나서, 궤적을 상상하면서 던지는 훈련을 반복하다 보니 지금처럼 각이 날카로운 커브를 구사할 수 있게 됐어요.
onxx._.i 프로에서 타자들과 승부를 할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상대는 누구였나요? 그 상대와 맞붙었던 타석 중 어떤 타석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도 알고 싶어요.
키움 히어로즈의 원성준 선수와 맞대결한 게 가장 인상 깊은데요. 제가 삼진 7개를 잡았던 날, 시합 전에 성준이 형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뒤에 등판했거든요. 성준이 형이 저한테 직구로 승부를 보자고 하더라고요? 정작 시합에 들어가서는 변화구로 멋지게 삼진을 잡아내서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부산의 로컬 보이
hxwo._ 롯데 자이언츠에 지명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지명된 사실이 꿈만 같았고, 한동안은 믿기지도 않았어요. 한편으로는 고등학교 시절에 지명되지 않았던 순간이 떠오르면서 울컥하기도 했고요. 야구선수라는 꿈을 향해 달려오면서 가장 이루고 싶었던 목표가 프로 선수로 데뷔하는 거였는데, 고향 팀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입성하게 돼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dalnara_woojuin 올해 가장 고마움을 느낀 동료를 꼽으라면 누구를 선택하고 싶나요?
모든 동료에게 고맙지만, 가장 고마운 동료는 안환수 불펜 포수입니다. 저와 환수는 초등학생 때 친구가 됐는데요. 제가 2군에 있을 때도, 1군에서 첫 승을 이뤄냈을 때도 항상 옆에서 든든하게 힘이 돼준 친구거든요. 야구가 잘될 때도, 잘되지 않을 때도 제게 현실적인 조언을 자주 해줘서 큰 도움을 받았어요. 고마움을 말로 전하기에는 제 마음을 다 담지 못할 정도입니다.
motelotte 롯데 유니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유니폼은 뭔가요?
밀리터리 유니폼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디자인이 깔끔하기도 하고, 밀리터리 유니폼을 입으면 이미지가 더 강해 보여서 전투력이 상승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특히 어깨에 있는 견장이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fx_h0129 롯데 팬들의 사랑을 어떨 때 가장 크게 느끼나요?
프로라면 당연히 많은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분명 지는 날도 있잖아요. 시합이 잘 풀리지 않는 날에는 선수들도 어려움을 겪는데, 지고 있어도 관중석에서 열정을 다해 응원해 주시는 모습을 볼 때 팬들의 사랑이 엄청나다는 걸 느껴요. 응원하는 팬분들을 볼 때면 ‘절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야겠다’, ‘만족해하실 만한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라는 다짐을 하면서 경기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seohxx51__ 정현수에게 롯데란 어떤 의미인가요?
롯데는 제게 ‘꿈의 구단’이에요. 어린 시절부터 입단하고 싶었던 구단이고, 제 고향 팀이자 오랫동안 응원하던 구단입니다. 꿈의 구단에서 뛰게 되었기 때문에,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어요. 제게 롯데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몬스터즈, 자이언츠
jilllli_ 최강야구 시절과 비교했을 때, 프로 입단 이후에 바뀌었다고 느끼는 마음가짐이 있나요?
최강야구에 출연할 당시에는 아마추어였다 보니 야구에 대해 깊게 고찰할 기회가 적었어요. 하지만 프로에 입단한 뒤로는 이전보다 간절함과 책임감이 더욱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몬스터즈 시절에도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해 임했지만, 프로가 된 뒤에는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지금이 내 야구 인생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하며 마운드에 서고 있습니다.
baseball_yun 최강야구를 통해 야구팬들에게 처음 얼굴을 알리게 됐는데, 최강야구 선수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으로 다가올 때는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고, 오히려 팬분들의 엄청난 응원에 감사한 마음이 컸습니다. 팬분들께서 주시는 사랑에 보답할 수 있도록 프로 무대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다짐했어요.
v._.mina15 최강야구 선배들이 해준 조언 중, 프로에 와서 가장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말이 있나요? 그 말을 해준 선배는 누구인가요?
박용택 선배님이 해주신 조언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시즌 초반에 제가 어려움을 겪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때 연락을 드렸었는데, 용택 선배님이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말고 스스로에게만 집중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 말을 들으면서 야구에 대한 저만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 정현수
giants_hs_57 프로 입단 후에 받은 첫 월급으로 무엇을 했나요?
부모님께 용돈을 드렸어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서 아낌없이 투자해 주신 덕분에 프로 데뷔를 할 수 있었다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월급을 받자마자 감사의 마음을 담아 용돈을 드렸습니다.
yaguhada 사람들이 보는 정현수의 모습과 스스로가 알고 있는 본인의 모습 중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저를 내성적이고 조용한 사람으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사실 생각보다 외향적이거든요. (웃음) 흥도 많은 편이고, 친해지면 수다쟁이입니다. 근데 이런 모습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조용하다는 이미지가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___winter_j 경기 전 본인만의 루틴이 있는지 궁금해요!
시합이 있는 날은 평소보다 식사량을 줄이고요. 마운드에 나가기 전에 폼롤러로 스트레칭을 충분히 합니다. 그리고 드라이브 라인 볼을 던지면서 확실하게 몸을 풀고 나서 투구에 들어가는 루틴을 가지고 있어요.
geumi7979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평소에 건담이랑 레고 만드는 걸 즐기는 편이에요. 조립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잡생각도 지울 수 있고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을 받아서 스트레스가 자연스럽게 풀리더라고요. 그래서 머릿속이 복잡해지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건담이랑 레고를 가지고 놀곤 해요.
zsu._.524 만약 야구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직업을 하고 싶었는지 궁금해요!
운동을 좋아하니까 야구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체육 교사를 하고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임용고시에 붙는 건 장담 못 하겠습니다. (웃음)
dhskfdms_skftlrk_whgdktj ‘버거울 땐 버겁니다’ 같은 아재 개그는 어디서 영감을 받아오나요?
사실 대본이긴 했는데… 해보니 재밌어서 한 번 더 했습니다. 근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분이 그 밈을 즐겁게 봐주셔서 감사했어요.
z1nhe 버거울 때 무슨 버거를 가장 추천하나요?
롯데리아의 불고기 버거를 추천해 드립니다. 지금은 ‘리아 불고기’로 이름이 바뀌었을 텐데, 근본 있는 햄버거라고 생각해요. 역시 버거는 롯데리아죠!

#차근차근 성장 중
toddle.57 프로 무대를 밟기까지 힘든 시기도 있었을 것 같은데,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나요?
친동생들이 제 원동력이에요. 동생들로부터 엄청난 힘을 얻곤 하거든요. 물론 부모님께도 감사한 점이 많지만, 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형, 오빠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제가 지쳐서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면 동생들도 자신들의 꿈을 포기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힘든 게 있어도 동생들을 떠올리며 꾹 참고 프로 무대를 밟고 싶다는 꿈을 향해 달려왔습니다.
sann1220 본인만의 버킷리스트가 있나요? 있다면 지금 이룬 것들은 무엇이고 앞으로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는 무엇인가요?
가장 큰 버킷리스트는 프로 무대에서 뛰는 것이었는데, 이 목표를 이뤄서 행복하고요.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아직 가본 적이 없는데, 기회가 된다면 가족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dukjil_ilji 2024시즌에 등판한 경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경기가 왜 기억에 남는지 궁금합니다.
고척돔에서 첫 승을 했던 날(8월 30일 고척 키움전)이요. 첫 선발승이기도 했고, 그 승리를 따내기 위해 2군에서 열심히 준비하던 것도 생각나더라고요. 그리고 마침 그날 등판에서 마지막으로 상대한 타자가 성준이 형이라 더 기억에 남아요.
cheiganglotte 2025년을 준비하는 지금의 시점에서 어떤 목표와 다짐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요!
가장 큰 목표는 부상 없이 내년 시즌을 온전히 소화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팀의 승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어떤 상황이든 잘 막아내는 투수로 성장하고 싶어요. 올해는 첫 시즌이었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있었는데, 내년에는 올 한 해를 보내면서 느낀 것들과 경험한 것들을 통해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dugout_mz 마지막으로 항상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에게 한마디 전하면서 인터뷰 마칠게요!
첫 시즌인데도 엄청난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팬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어요. 한편으로는 ‘내가 이 정도로 많은 응원을 받아도 될까?’라는 생각도 들었던 한 해였는데, 팬분들의 응원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투구를 이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마운드에서 포기하지 않는 모습, 끈기 있는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 야구장에서 자주 만나요.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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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데뷔 후 첫 시즌. 어려움도 많았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정현수는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하며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팬들의 응원 소리를 들으며 포기하지 않는 힘, 끝까지 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는 그는 인터뷰 내내 롯데 팬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버거울 땐 버겁니다’라는 장난스러운 말을 남기면서도 야구 앞에서는 진지해지는 소년, 모든 게 처음이지만 어려움을 하나씩 이겨내며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하고 있는 소년.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인 정현수의 앞길이 ‘탄탄대로’처럼 뻗어 나가기를 응원해 본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4년 164호 (1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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