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BC 조별예선에서 대만이 한국을 4-5로 꺾으며 충격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연장 10회까지 가는 혈투 끝에 승부가 갈린 순간, 그 중심에는 골절된 손가락을 안고도 경기에 나선 천제셴이 있었다.

천제셴은 호주전에서 투수의 공에 맞아 왼손 검지가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일반적이라면 시즌 아웃을 고려해야 할 정도의 부상이었지만, 그는 벤치에서라도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일본전과 체코전에서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동료들을 응원하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연장 10회, 운명을 가른 3루 도루

한국전 연장 10회초, 승부치기 상황에서 천제셴이 2루 주자로 투입됐다. 다음 타자의 희생번트 상황에서 그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골절된 손가락도 아랑곳하지 않고 3루로 파고드는 슬라이딩을 감행한 것이다.
이 장면을 본 대만 선수단과 팬들은 이미 승리를 확신하는 듯한 환호를 터뜨렸다. 무사 1, 3루 상황을 만든 천제셴의 투혼 덕분에 대만은 결승점을 뽑아낼 수 있었다. 스퀴즈번트로 홈을 밟은 주자가 천제셴이었다는 사실이 이 승리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었다.
눈물로 얼룩진 승리의 순간

경기가 끝난 후 대만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굵은 눈물을 흘렸다. 선발 투수 구린루이양을 비롯해 거의 모든 선수가 오열하듯 감정을 쏟아냈다. 천제셴 역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눈물을 참지 못했다.

천제셴은 부상 때문에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오늘만큼은 꼭 이기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동료들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주길 계속 바라고 있었다는 그의 말에서 간절함이 묻어났다. 도쿄돔이 마치 홈구장처럼 느껴질 정도로 열렬한 응원을 보낸 대만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작은 나라의 큰 꿈

대만은 개막전 호주에게 영봉패를 당하고 일본에게 콜드게임으로 무너지며 벼랑 끝에 몰렸었다. 하지만 체코전 승리로 기사회생한 뒤 한국과의 혈투에서 신승을 거두며 8강 진출 희망을 되살렸다.

쩡하오쥐 감독은 강한 팀인 한국을 상대로 선수들의 집중력이 승리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평가했다. 대만계 미국 선수 스튜어트 페어차일드도 천제셴이 계속 힘을 불어넣어 줬다며 주장의 리더십을 높이 샀다.
한국은 이제 호주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2실점 이하, 5점 차 이상 승리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 한다. 대만의 간절함 앞에서 한 수 접었던 한국이 과연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