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생보사가 카드결제 안 받는 이유 "보험료 인상 요인된다"

(사진=픽사베이)

신용카드를 통한 보험료 납부가 지지부진하다. 소비자 결제 편의를 외면하는 처사라는 지적에 생명보험업계는 보험료 인상이라는 역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반론한다.

30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18개 생명보험사의 총 수입보험료는 16조2344억원으로 집계됐다. 보장성 보험과 저축성보험, 변액보험료를 모두 합친 금액이며 이 중 카드결제는 8223억원으로 전체의 5.1%에 그친다.

금융당국은 신용카드를 통한 보험료 납부를 독려하기 위해 지난 2018년 보험사별로 카드납 지수 공시를 의무화했다. 소비자 편의성을 끌어올리겠다는 당국 취지와 달리 보험료 카드결제 비율은 2018년 4.3%를 찍은 뒤 이듬해 4.7%, 2020년 4.5%로 대동소이한 모습을 보였다. 2021년 들어 5.0%로 0.5%포인트(p) 오르면서 최고점을 찍었으나 지난해에는 3.9%로 내려앉았다.

보험료 카드결제는 보험사와 회사별 판매 상품, 판매 경로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하는 대신 목돈이 나가는 자동차 보험에서 카드결제가 주로 나타나며, 텔레마케터(TM) 중심 영업 구조를 갖춘 보험사 상품에서도 카드결제가 활발히 활용된다.

TM 중심 영업으로 카드결제가 빈번한 대표적인 보험사는 라이나생명이다. 생명보험협회가 공시한 연도별 보험료 신용카드납 지수를 보면 라이나생명은 △2018년 36.1% △2019년 37.0% △2020년 36.3% △2021년 35.9% △2022년 33.9% △2023년(1분기) 35.1%의 신용카드 결제율을 나타냈다. 해마다 전체 생명보험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보험료 카드결제 비율이었다.

이와 달리 장기보장성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보험사들은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받지 않기도 한다. 국내 빅3 생명보험사로 꼽히는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이 대표적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를 통해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게 하는 등 보험료 납부 프로세스를 개선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카드결제가 추후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두 곳을 제외하고 카드사 가맹점 등록을 마친 보험사만 봐도 보험료 카드결제 비율이 10%를 넘긴 곳은 올해 1분기 기준 3곳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보험료 카드납 비율이 5% 미만인 보험사는 12곳이나 된다.

보험료 카드결제가 가능해진 지 햇수로 5년이 지났는데도 답보 상태에 놓인 결정적인 이유는 수수료율이다.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납부하면 카드사는 통상 2%의 수수료를 매긴다. 보험업계에선 적어도 수수료율이 1%까지 낮아져야 보험료 카드결제가 현실적이라는 반응을 내놓는다.

업계 추산치에 따르면 매달 20만원씩 내는 20년 장기납 상품을 카드로 결제할 경우 보험료 총액 4800만원 중 신용카드 수수료 2%로만 100만원이 발생한다.

보험업계 관계자 A씨는 "보험사 입장에서 보면 전체 금액의 2%가 수수료 명목으로 카드사에 빠져나가 비용처리를 해야하는데, 장기 유지 고객에게 환급과 같은 혜택을 주는 게 낫다"며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하면 결국 소비자에게 돌려줄 수 있는 비용이 카드사 수수료로 빠지는 셈"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보험료 카드납 문제는 단순히 보험사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문제로 봐선 안 된다"며 운을 뗐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장기간 보험료 납부에 따라 매달 카드납을 허용할 경우 카드사에 가맹점 수수료를 납부해야 하고, 필연적으로 사업비가 추가 발생하는데 해당 부분의 사업비는 보험료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카드납은 수수료만큼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되며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보험사들이 카드결제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미납에 따른 보험 계약 해지 가능성이다. 여기에 보험료 카드결제가 활성화하더라도 소비자 편의성이 실재하느냐는 질문마저 뒤따른다.

보험업계 관계자 C씨는 "보험료를 카드로 납부하면 고객의 카드대금 미납 시 계약 해지 등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한다 치면 보험계약 후 1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보험료가 빠져나가고 자연스럽게 보험 계약기간이 끝났는데도 한 달 뒤 또 결제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와 달리 현금으로 납부하면 계약기간에 맞춰 보험료 납부도 종료된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카드결제 편의성은 최초납 정도"라며 "고객이 받을 수 있는 편의성과 혜택, 카드납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보험료 인상 등을 모두 감안하면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