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천도, 속은 백도라는 신비복숭아 경산 농부 손에서 탄생해 전국 품절 대란까지

6월 중순이 되면 마트 과일 코너 앞에서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신비복숭아 들어왔나요?" 매년 이맘때만 잠깐 등장했다가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자취를 감추는 이 복숭아는, 출하 기간이 길어야 2~3주에 불과하다. 지금 놓치면 꼬박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더 흥미로운 건 이 복숭아의 출생지다. 해외에서 수입된 품종일 거라는 짐작과 달리, 신비복숭아는 한국의 한 복숭아 농부 손에서 태어났다.
겉은 천도, 속은 백도… 이름처럼 '신비'한 과일

신비복숭아의 첫인상은 영락없는 천도복숭아다. 표면에 털이 없고 매끈하며 붉은빛이 돈다. 그런데 한 입 베어 물면 반전이 시작된다. 천도 특유의 시큼한 맛 대신, 백도처럼 하얀 과육에서 순한 단맛이 퍼진다.
과즙이 풍부하고 당도는 10브릭스 안팎으로, 일조량과 작황에 따라 이보다 높게 측정되기도 한다. 산지에서는 상온에서 1~2일 후숙한 뒤 말랑해진 것부터 먹는 방법을 권한다. 단단할 땐 아삭하게, 후숙하면 부드럽고 달게, 하나의 과일로 두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수입산 아닙니다… 경산 복숭아 농부가 만든 토종 품종

신비복숭아의 고향은 전국 천도복숭아 최대 주산지로 꼽히는 경북 경산이다. 이곳에서 복숭아를 재배하는 이윤도 경복육종농원 대표가 개발한 품종으로, 그는 농촌진흥청 과수과에 몸담았다가 1995년 복숭아 육종에 매진하기 위해 농민으로 전향해 '신비'를 비롯한 16종의 복숭아 품종을 만들어낸 인물이다. 새콤한 천도를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 입맛에 맞춰 신맛을 덜어낸 것이 적중했다.
다만 재배가 까다롭고 수확 가능 기간이 극히 짧아 오랫동안 아는 사람만 아는 과일에 머물렀다. 분위기를 바꾼 건 SNS였다. '겉은 천도인데 속은 백도'라는 반전 매력과 '1년에 2주'라는 희소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검색량이 치솟았고, 유통업계도 움직였다.
이마트의 경우 한 해 30톤이 팔리자 이듬해 물량을 3배 이상 늘린 100톤을 준비했을 정도로, 매년 매진 행렬이 반복되고 있다.
왜 하필 2주일까… 짧은 출하 기간의 비밀
신비복숭아의 출하 기간이 짧은 건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품종 특성이다. 복숭아 중에서도 가장 이른 시기에 익는 조생종이라 6월 중순부터 수확이 시작되는데, 곧이어 장마가 닥친다.
복숭아가 제 맛을 내려면 강수량이 적고 일조량이 많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물맛이 강해지고 당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장마 전에 수확을 서둘러 끝내야 한다. '6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라는 짧은 시즌은 이렇게 정해진 것이다.
같은 이유로 구매 시점도 중요하다. 시즌 초반 물량은 단단하고 아삭한 편이고, 후반으로 갈수록 당도가 오른 물량이 나온다. 식감을 즐기고 싶다면 초반에, 단맛을 원한다면 중후반에 사는 것이 유리하다.
신비복숭아, 이렇게 고르고 보관하세요
고를 때는 표면에 흠집이나 멍이 없고 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는 것이 좋다. 단단한 상태로 구매했다면 바로 냉장고에 넣지 말고 실온에서 후숙하는 것이 좋다. 냉장 보관 시 당도가 떨어질 수 있어 먹기 직전 1~2시간 정도만 차게 두는 편이 낫다.
털이 없어 껍질째 먹는 경우가 많은 만큼 세척에도 신경 써야 한다. 흐르는 물에 표면을 문질러 씻고, 베이킹소다나 식초를 푼 물에 잠시 담갔다 헹구면 더 깔끔하다. 다만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다면 껍질 접촉만으로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섭취 전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
신비복숭아의 인기는 단순한 유행이라기보다, 짧은 제철에만 허락되는 맛을 기다려 먹는 즐거움에 가깝다. 마트에서 신비복숭아를 발견했다면 그날이 살 수 있는 날이다. 다음 기회는 1년 뒤에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