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 경제 비관론 속 중국 혁신의 진격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2024. 10. 1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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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중국사회과학원 경제학 박사, 현 덴톤스리 법률사무소 고문, 전 중국삼성 경제연구원장, 전 산업은행 산은경제연구소장

요즘 중국 경제에 대한 견해 차이가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쪽에서는 중국 경제 붕괴론에 가까운 비관적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한다는 낙관적 시각이 지배하고 있다. 전자는 최근 중국 경제에서 나타나고 있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높은 청년 실업률 등에 따른 전반적인 소비 부족 등을 근거로 하며, 후자는 전 세계에서 3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기초로 한다.

중국 경제 비관론

최근 중국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대부분 문제는 정부 정책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내수 부족으로 경제적 난관을 제대로 헤쳐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부동산 경기에 좌지우지되는 경제구조를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러나 성장 우선 정책에 따라 경제구조 전환에 대부분 실패했다. 이에 따라 2021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방주불초(房住不炒·집은 사는 곳이지 투기하는 곳이 아니다)’라는 구호 아래 부동산 투기를 부추겨온 헝다, 비구이위안 등 대형 부동산 업체에 대한 대출을 극도로 제한하는 부동산 대출 규제 정책을 시행했다. 종전과 달리 이번에는 부동산 규제 정책을 강하고 지속적으로 밀어붙임에 따라, 과거 30%에 달했던 부동산 투자 증가율은 2년 이상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다.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투자 수요 감소와 부의 감소 효과로 인한 소비 수요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 조치가 필요하다고 더욱 강력히 주장하고 있으며, 중국 경제 붕괴론까지 거론하고 있는 형국이다.

신질 생산력과 혁신

그러나 중국 정부는 국내외 전문가의 거듭된 주장 내지 정책 권고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을 통한 경기 부양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는 중국 정부의 의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연초 리창(李强) 총리의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중국은 장기적으로 위험한 단기 성장을 추구하지 않겠다며 “2023년에 5.2%의 양호한 성장률을 달성했는데 이는 부동산 시장 부양 없이 달성한 것이다”라고 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전기차 생산량은 30%, 태양광 패널은 54% 증가했다. 앞으로 신경제 부문 성장이 구경제 부문의 하락을 보완할 것이다” 라고 언급했다. 중국 정부의 경제 및 산업 시스템 전환에 대한 정책 방향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최근 190조원 규모에 달하는 경기 부양책을 발표한 후 기존 부동산 대출금리도 10월 말까지 일괄 인하하도록 지시한 것은 부동산에 기댄 과거의 성장 방식으로 회귀하는 게 아니라 중국 경제의 붕괴를 막으려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신경제로의 정책 전환에 대한 화두는 시 주석이 ‘신질(新質) 생산력’이라고 하는 다소 생소한 용어를 사용하면서 쏘아 올렸다. 시 주석은 2023년 9월 헤이룽장성 방문 시 처음으로 신질 생산력을 언급했으며, 이후 1월 31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제11차 집단학습시 재차 강조했다. 중국 현지에서는 신질 생산력을 “선진 생산력의 구체적 형식으로 마르크스주의 생산력 이론의 근본적 성과”라고 설명한다. 이는 최근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회귀하는 듯한 중국에서 마르크스주의를 강조하면서 나온 설명이다. 자유주의 경제 이론의 시각에서 보면 혁신을 통해 현대적 성장 방식으로 전환하고 첨단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바꾸겠다는 산업 발전 전략이다.

TFP 증가 통한 성장률 제고

과거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중국 제조 2025’와 함께 ‘공급 측 개혁’을 주창하면서 TFP(Total Factor Productivity·총요소 생산성)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중국에 수요가 없는 것이 아니라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고품질의 생산능력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TFP 제고를 통한 기술 발전을 강조했다. TFP를 강조하는 논거는 중국 경제에서 TFP 증가율이 하락하면서 중국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에 기인한다. 중국 경제에서 TFP 증가율이 2%로 떨어지면 잠재성장률이 3~4% 하락한다는 것이며, 최근의 성장률 하락은 TFP 증가율 하락으로 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성장률이 10%에 달했던 2000~2009년에는 TFP 증가율이 4.4%에 달했으나, 2010~2019년에는 TFP 증가율이 1.9%로 둔화해 성장률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의 정책 중심은 TFP 증가율 제고를 통한 혁신 성장이다.

지난 10년간에 걸쳐 강조돼 온 TFP 중시는 기술 발전으로 이어져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성공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오랜 기간 비판받아 온 짝퉁의 나라, 모방 천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혁신 국가로 변신 중이다. 삼성과 애플이 지배하던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업체가 저가 제품으로 진입한 후 점차 실력을 키워 삼성과 애플을 몰아내는 것이나, 배터리 시장에서 하위 기술이라고 생각했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생산해 온 CATL이 부단한 연구개발(R&D)을 통해 성능이 획기적으로 향상되면서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부상한 것 등이 그 좋은 예라고 하겠다.

문제는 중국의 국가 주도 혁신이 기존 시장을 넘어 미래 시장에 집중되고 있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국가별 기술 수준 평가에 따르면, 미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양자 기술, 우주항공 등의 분야에서 중국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기술로 신시장을 창출해 낸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는 파괴적 혁신을 넘어 ‘급진적 혁신(radical innovation)’으로 도약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혁신의 성공 요인

중국 기업의 혁신이 가능했던 요인을 들면, 먼저 생존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R&D에 집중하는 기업의 기술개발 및 기술 자립 노력을 들 수 있다. CATL 회장은 직접 R&D 부문을 대상으로 ‘분투 100일’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주 6일제보다 근무 강도가 높은 ‘896 근무제’를 요구했으며, 2만 명이 넘는 R&D 인력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약 2.5배에 달하는 25억9000만달러(약 3조395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을 R&D에 투입하고 있다. 한국 기업보다 더 절실하게 기술개발에 매진한다.

다음으로는 외자 기업 규제나 보조금 지급 등 같은 중국 정부의 산업 정책이 중국 기업의 성장 공간을 넓혀줘 혁신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은 급속한 변화에 대한 소비자의 적응 능력이다. 구걸하는 거지조차 QR 코드를 장착하는 소비자의 세계 최고 적응 능력이 중국 모바일 결제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또한 전기차에 대한 거부감 없이 전기차 보급이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심각하게 겪고 있는 전기차 캐즘(chasm⋅혁신적인 제품이 대중화하기 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는 것) 현상을 아직 찾아볼 수 없다. 요컨대 민간 기업의 밤낮을 가리지 않는 R&D를 통한 ‘기업 주도 혁신’, 산업 정책을 통해 자국 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 ‘국가 주도 혁신’, 소비자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빠른 적응을 통한 ‘소비자 주도 혁신’ 등이 중요한 성공 요인이라고 하겠다.

우리는 혁신 중인 중국과 필연적으로 만나고 부딪힐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혁신 국가와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우리가 더 혁신 국가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의 기업, 정부, 소비자가 한마음으로 혁신에 대한 중요성과 실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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