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생활건강 주가가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밀리며 시가총액 4조원이 무너졌다.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호황을 맞았음에도 LG생건만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지난해 말 취임한 이선주 대표의 해외시장 다변화와 조직재편 전략이 반등의 실마리가 될지 주목된다.
실적악화에 국민연금도 지분 축소…주가 반등 동력 약화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1월 LG생건 주식 15만9164주를 장내 매도해 현재 153만245주(지분율 5.96%)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34만4828주를 처분해 지분율은 2024년의 9%대에서 5%대로 낮아졌다.
국민연금의 연이은 지분 축소는 주가하락세가 장기화하는 데다 실적부진까지 겹치며 단기적인 주가 반등의 모멘텀이 약하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LG생건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6.7% 감소한 6조3555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62.8% 급감한 1707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손실 858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실적악화의 중심에는 핵심 사업인 화장품 부문이 있다. 지난해 화장품 매출은 16.5% 줄어든 2조3500억원에 머물렀고, 97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6일 종가 기준 LG생건 주가는 23만9500원으로 최고가였던 2021년의 178만4000원보다 86% 이상 하락했으며 한때 20조원을 넘었던 시총은 3조60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K뷰티 업황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LG생건이 부진한 배경으로는 시장 주도권 변화가 꼽힌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를 생산기반으로 둔 인디 브랜드들이 가성비와 트렌드를 앞세워 글로벌 수요를 흡수하는 동안 LG생건의 주력 럭셔리 브랜드 ‘더후’는 중국 소비 둔화와 럭셔리 수요 약세의 직격탄을 맞았다. 한때 실적을 견인했던 중국 중심 프리미엄 전략이 더는 통하지 않는 구조가 된 셈이다.
중국 의존도 낮추고 북미·일본 공략…‘마케팅 전문가’의 승부수
이 같은 위기에서 지난해 말 취임한 이 대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일본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데 승부를 걸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4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해외 지역별 집중전략을 통해 각 나라의 대표 커머스채널을 공략하고 디지털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고성장 채널과 지역을 중심으로 10대 브랜드를 집중 육성해 2026년을 성장전환의 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LG생건의 해외매출은 2조1377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중국이 부진했음에도 북미 매출이 5745억원으로 9.6%, 일본 매출이 4340억원으로 12% 증가하며 빈자리를 일부 메웠다. 업계에서는 중국 비중을 줄이고 북미·일본 등 선진시장에서 성과를 키우는 것을 이선주 체제의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
이 대표의 전략은 그의 이력과도 맞닿아 있다. 글로벌 뷰티기업 로레알 출신으로 30여년간 화장품 업계에 몸담아온 그는 키엘, 입생로랑 등 글로벌 브랜드와 메디힐, AHC 등 국내 브랜드의 마케팅을 맡았다. 업계에서는 그를 브랜드 포지셔닝과 해외채널 확장에 강점을 가진 ‘마케팅 전문가’로 평가한다.
취임 직후 단행한 조직개편도 같은 맥락이다. LG생건은 기존 뷰티와 생활용품(HDB) 중심의 단순조직 체계를 럭셔리·더마·크로스카테고리·네오·HDB 등 5개 세부조직으로 재편했다. 더후를 내세운 럭셔리 전략에 머물지 않고 성장성이 높은 더마와 신흥 브랜드군까지 별도 축으로 키우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탄은 충분하지만…반등까지는 시간 필요
다만 시장에서는 이 대표의 해법이 성과로 이어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본다. 마케팅과 글로벌 사업에 강점을 가진 최고경영자(CEO)인 만큼 향후 브랜드 투자와 해외 마케팅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지만 살적 반등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격적인 집행은 수익성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인 점은 LG생건의 재무체력이 여전히 탄탄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23%에 불과하고 자본유보율은 6363%에 달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충분한 재무여력을 바탕으로 단기 실적부진을 감내하면서도 구조전환을 밀어붙일 수 있는 체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뷰티사업부의 영업적자가 지난 4분기에 이어 지속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등에서 LG생건 제품의 브랜드력이 단기간에 올라오기는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4분기에나 뷰티사업부가 영업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생건 관계자는 “업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R&D) 역량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과학적 연구 기반의 뷰티·건강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해외 지역별 대표 커머스채널 공략과 디지털 비중 확대, 10대 브랜드 집중 육성 등으로 실적개선을 이끌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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