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인플레 고착화’ 경고등 켜졌다

물가 상승이 경제 전반으로 파급
침체기에도 안 내려가 ‘큰 타격’
저소득층 실질 구매력 더 떨어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중동전쟁에 따른 석유류 폭등과 원·달러 환율 1550원대 돌파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 아니라 경제 전반으로 퍼지는 양상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져 취약계층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7일 OECD가 최근 공개한 ‘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6%로 0.1%포인트 낮추면서도,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오히려 기존 2.4%에서 2.5%로 높였다.
근원물가란, 식료품·에너지처럼 일시적으로 가격 변동이 큰 품목을 제외한 물가를 말한다. 근원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자주 쓰는 서비스·생활용품 등 경제 전반에 걸쳐 가격이 상승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유류세 인하 등 인위적인 가격 억제책으로 물가 급등세는 막았지만, 에너지발 비용 압력이 서비스 요금 등 기저 물가로 번지는 흐름까지 차단하지는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미 근원물가 지수 상승 압력은 커지고 있다. 지난달 OECD 기준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전년 대비 2.5% 상승하며 2024년 2월(2.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지난 5월 국가데이터처 통계에서 근원물가를 구성하는 공업제품은 전년 대비 4.2%, 개인서비스는 3.7% 급등했다. 특히 개인서비스 품목 중 해외단체여행비(26.3%), 국내항공료(25.9%), 승용차임대료(25.7%) 등이 큰 폭으로 뛰며 근원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올 들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원·달러 환율도 수입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을 끌어올리며 제조·유통 단계의 비용 부담을 가중해 근원물가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라면·간편식·유제품 등 주요 품목의 납품단가를 지원하고 유통 할인을 유도하는 등의 시장 개입으로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0.8%)이 2018년 3월(0.7%)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근원물가를 낮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근원물가 상승이 위험한 이유는 ‘하방 경직성’에 있다. 대외 충격에 민감한 유가나 농산물은 여건에 따라 급락하기도 하지만, 근원물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외식비, 학원비, 개인서비스 요금 및 전월세 등은 한번 오르면 경기 침체기에도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이 때문에 경제주체들의 ‘물가 상승 기대심리’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을 고착화하기 쉽고, 실질임금 하락으로 내수 소비를 옥죄는 2차 충격으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 저소득일수록 실질구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그동안 기업들이 부담해온 원자재 비용 상승분이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소비재 가격에 전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가처분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을 초래할 수 있어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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