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Monthly] 우리가 야구를 즐기는 방법

희한하다. 분명 같은 경기를 보고 있는데도 우리의 모습은 참으로 가지각색이다. 말하는 것도, 바라보는 기준도, 심지어 하는 행동까지 너무 다르다. 아니지.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취향도, 가치관도 저마다 가지각색인데 야구를 보는 방식이 모두가 같을 리가! 같은 팬이라도 그 취향을 같이하기란 은근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어느새 개막 4달째를 맞은 지금, 야구를 보는 우리 내 여러 가지 모습을 염탐해 보려고 한다. 읽다가 나와 같은 취향을 발견하면 이렇게 외치게 되리라. 야, 너두? 야, 나두!

에디터 김나현 사진 두산 베어스, @2base_, @yoonddora, @left__child

2023시즌 KBO리그는 개막전부터 전 구장 매진으로 화려하게 막을 열었다. 총 약 10만 명의 관중이 들어섰고 저마다의 개성으로 야구장이 가득 찼다. 모든 야구팬이 간절하게 기다려 온 개막이었겠지만, 기다린 이유도 아마 다양했을 것. 신나게 응원가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기대, 시원한 맥주를 들이켜며 관람할 기대 등 말이다.

그리고 그 다양함이 야구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이자 장점이 아닐까 싶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손쉽게 접할 수도, 본인 취향껏 즐길 수 있는 분위기 덕분에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도 있는 것이다. 심지어 잔디석에서 관람하다 지치면 야구를 보지 않고 뒹굴뒹굴해도 누구 하나 뭐라 하는 사람이 없는, 그야말로 자유로움이 가득한 문화다.

그리하여 이번 ‘더그아웃 먼슬리’에서는8명의 에디터가 각자 본인이 즐기는 야구 관람 스타일을 모아보았다. 8명이 모였는데도 이렇게 다르다니! 아마 여기에 하나쯤 당신의 취향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공감되는 것도 있고, 나와는 달라 색다른 이야기도 있을 테니 재밌게 즐겨주길 바란다.

#김연수 에디터 – 내 인생 최고의 수능 금지곡들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이 문장을 읽자마자 ‘으쌰라으쌰’를 외친 당신! 열혈 응원파가 아닐까 의심해 봐야 한다. 만약 아직 야구장에서 한 번도 응원가를 불러보지 않았다면, 아래의 글을 읽고 다음 직관 때는 응원석을 예매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응원가를 단순한 노래라고 생각하면 아쉬울 따름이다. 팀 응원가는 구단의 정체성을 나타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예로 연고지가 부산인 롯데 자이언츠의 ‘부산 갈매기’, 대전을 연고지로 두는 한화 이글스의 ‘내 고향 충청도’ 등 제목만 봐도 각 팀의 색이 확실히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모든 팬이 하나 돼 팀 응원가를 열창하다 보면 팀에 대한 충성심을 넘어 팀을 사랑하는 마음이 자연스레 피어난다.

이외에도 선수마다 정해져 있는 등장곡과 응원곡 또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실제로 인터뷰하다 보면 많은 선수가 ‘야구를 하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응원가를 부르는 팬들의 모습을 꼽는다. 이 밖에도 본인의 결혼식에서 응원가나 등장곡을 신랑 입장 시 활용하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응원가. 수만 명이 한 사람을 위해 목이 터져라 외치는 의미 있는 순간을 한 번쯤 함께 해보길 추천한다.

만약 3시간이 넘는 경기 내내 열띤 응원을 하기가 힘에 부친다면, 응원석 바로 뒷자리를 가도 좋다. 응원석의 열기는 함께 느끼되, 힘들 때는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함과 저렴한 티켓값까지 일석이조. 그렇게 열심히 응원하고 나면 경기가 끝나고 집 가는 길에 무의식적으로 응원가를 흥얼거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지금도 에디터는 원고를 작성하는 김에 응원가 메들리를 듣고 있는데, 확실히 경기장이 아니다 보니 신나지는 않은 듯하…다 같이~ 외쳐라~ LG의 승리를 위하여~♬

#전윤정 에디터 – 6시 반입니다 야구팬들은 고개를 들어주세요

자고로 덕질이란 동지와 함께할 때 더 즐거운 법.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하니 말이다. 물론 야구를 보면 대체로 기쁨보단 분노가 앞서는 게 문제지만. 그래도 괜찮다. 야구팬들에게는 ‘너도 고작 이런 공놀이를 여태껏 못 놓는구나!’ 하는 동질감이 가장 큰 위로이자 기쁨이니까. 비록 나와 다른 유니폼을 입고 다른 응원가를 부르는 이들이 태반일지라도, 이들은 야구팬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로의 고통에 깊이 공감해 줄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무릇 야구팬이라면 익숙할 거다. 야구만 시작하면 어김없이 단체 채팅방이 달궈지기 시작한다. 어처구니없는 실책으로 경기를 터뜨리기라도 하는 날엔 우리네 야구인들만의 맛깔난 디스전이 밤새 펼쳐진다. 내 불타는 감정을 다른 팬들에게도 알려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다. 하루에 고작 다섯 경기뿐이지만, 같이 야구를 즐기는 팬들에게서는 매일 수백 수천 마디 다채로운 이야기가 쏟아지니 이것만으로도 즐길 거리는 차고도 넘친다. 경기 이야기뿐일까. 각 지역 야구장의 맛집과 좌석 정보, 선수들을 만나 사인을 받는 노하우 등도 공유한다. 새로 나온 응원가나 유니폼 디자인에 대해 평가를 나누고, 이런저런 사건 사고까지도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다. 누군가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은 소위 ‘움짤’로 박제돼 수일을 오르내리기도 한다.

야구를 좋아하다 보면 언젠가 깨닫는다. 우린 이 굴레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는걸. 기왕 이렇게 된 거, 야구를 소통의 창구로 제대로 활용해 보자. 친해지고 싶던 사람의 취미가 야구 관람이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알 사람은 안다. 혹은 이런 해로운 즐거움을 죄 없는 사람들에게도 슬쩍 전파해 보는 건 어떨까. 아무것도 모르는 가족, 친구, 연인을 야구장에 데려가 뉴비로 만드는 것도 야구팬의 또 다른 묘미니까!

#김일우 에디터 - 답답하면 내가 직접 뛴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야구를 한다는 건 야구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모든 야구팬이 144경기 전승을 바라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 안일한 플레이로 지기도 하고 무기력하게 긴 연패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진짜 못한다. 내가 하면 더 잘하겠다’라는 말이 입안 가득 들어찬다. 실제로 본 에디터는 답답한 경기력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직접 공을 던지고 잡고 치면서 푼다. 하지만 실제로 경기를 뛰어보면 야구가 단순히 던지고 잡고 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생각할 게 너무나 많은 스포츠라는 걸 깨닫게 된다. 답답해서 직접 야구를 시작하게 됐지만, 도리어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이렇게 또 야구를 한 번 더 사랑하게 된다.

야구를 제대로 하려면 야구용품이 필요한 법. 우리가 죽고 못 사는 이 스포츠는 하필 다른 종목에 비해 장비가 많이 필요하다. 가장 필수적인 글러브를 포함해 스파이크, 배트, 장갑, 헬멧, 보호장비, 유니폼을 포함해 7가지 이상의 장비가 필요하다. 나만의 아이템을 한두 개씩 장만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방 안에 가득 찬 야구 장비와 그에 반비례해서 얇아지는 지갑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는 김에 최고 사양의 용품으로… 이렇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단순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생활 체육 야구를 시작했지만, 생활 체육 야구에 빠지게 되면서 용품까지 프로야구 선수들이 쓰는, 아니 그보다 더 좋고 비싼 것들을 고집하는 나를 보게 될 것이다.

#김나현 에디터 – 보러 가는 게 아니라 먹으러 갑니다만?

혹자는 경기를 보다 보면 떨리거나 긴장돼서 아무것도 입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건 아직 뭘 모르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야구 관람에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 본 에디터의 주장이다. 자고로 이기고 있는 경기는 음식과 함께해야 더 재밌고, 지고 있는 경기는 맛있는 걸 먹어줘야 위로가 되는 법이다. 여행을 가면 맛집을 찾듯이 전국 구장별 먹거리 파악은 기본, 야구장 근처 맛집까지 알고 있어야 비로소 야구를 보러 간다고 할 수 있겠다. 진정한 먹방을 위해선 테이블석이 가장 베스트지만 치열한 티켓팅에서 살아남지 못해도 괜찮다. 우리에겐 무릎이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직관 음식에 치킨과 맥주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야구장에서 먹을 수 없는 건 소주 말곤 없으니 말이다.

일단 음식을 입에 넣기 시작하면 쭉쭉 들어가는 건 시간문제다. 배가 크게 고프지 않아도 일단 야구장에서 파는 음식을 둘러보자. 게다가 구장마다 맛있는 먹거리가 즐비해 있으니, 직관을 간 이상 놓치는 건 너무나 아깝지 않은가. 수도권만 봐도 잠실야구장의 김치말이 국수와 삼겹살 정식, 고척 스카이돔의 떠오르는 샛별 크림 새우, SSG 랜더스필드의 스타벅스 슬래머, 수원KT위즈파크의 보영만두와 쫄면, 진미통닭 등 나열할 것이 끝이 없다. 그 밖에 지방 구단의 오징어 후라이드, 자몽 맥주, 알통떡강정 등 먹을거리도 넘쳐나니 꼭 찾아보길 바란다.

이미 유명한 먹거리는 경기 시작 전부터 줄이 기므로 경기를 놓치고 싶다면 시작 시각보다 일찍 야구장에 가는 걸 추천한다. 하지만 경기보다 음식이 우선되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 시합이 중반쯤 이르고 모두가 집중하고 있을 때 홀로 슬쩍 나와보면 한산한 가게들을 볼 수 있다. 또한 야구장에서 배부름은 모순이다. 힘들다 싶을 때 일어서서 신나게 응원하다 보면 다시 배가 꺼질 테니 1회부터 9회까지 꽉 찬 맛을 즐기길 바란다.

#김서현 에디터 - 멀어질수록 가까워지는 우리 사이

‘야구팬과 아이돌 팬의 차이’라는 글로 유명해진 어느 유머 글에는 이런 말이 있다. 아이돌은 가까워질수록 잘 보이고, 야구선수는 멀어질수록 잘 보인다고. 야구를 가장 가까이서 보는 방법, 바로 집관(집에서 관람)이다. 집관이라 표현했지만, 사실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해외에 나가서도 한국 시간 6시 30분이 되면 자연스레 중계방송을 트는 나 자신을 알기 때문이다.

플레이볼! 경기가 시작되면 선발투수의 투구를 보며 대강 오늘의 경기 흐름을 예언한다. ‘오, 공 좋은데?’ 싶기도 하고, ‘그냥 이대로 TV 끄고 다른 거나 할까?’ 싶기도 하다. 투수가 흔들리며 볼넷을 허용하면 감독에 빙의돼 화가 나다가도 연이어 중계화면에 비친 감독의 굳은 표정이 보이면 순간 마운드 위 투수에게 이입해 괜히 겁먹기도 한다. 직관 중이라면 이닝 사이사이 이벤트도 있고 맛있는 음식과 마음 맞는 친구도 있어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가겠지만, 집관러들은 세 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야구만 보지는 않고 TV 앞에서 딴짓을 하나씩 곁들인다. 청소하거나 설거지하는 등, 마치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처럼 야구를 백색소음으로 켜 두는 것이다.

집관의 장점은, 지는 경기는 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거나 도저히 이기지 못할 것 같으면, TV를 끄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책상에 앉아 책을 펴 놓고 문자 중계 보기, 산책하며 1분 사이로 문자 중계 확인하기 같은 일 말이다. 그러다 KBO 앱으로 설정해 놓은 팀 득점 알림이 울리면, 시청을 포기했던 이유와 점수 차는 까맣게 잊고 자연스레 다시 TV 앞에 앉아 두 손 붙잡고 응원한다. 역전에 성공하면 기분 좋게 하이라이트 프로그램과 인터뷰까지 몇 번을 돌려보기도 하고, 채널을 요리조리 돌리며 라이벌팀을 견제할 수도 있다. 홈런이 나오면 아름다운 스윙과 포물선을 몇 번이고도 볼 수 있고, 호수비를 한 이후 선수들의 기분 좋아하는 얼굴, 뜨거운 더그아웃의 분위기까지 함께 느낄 수 있는 것도 집관만의 매력이겠다.

#이정희 에디터 – 한낱 팬인 내가 방구석에서는 야잘알 감독?!

‘아니, 무사 1, 2루인데 번트를 대체 왜 안 대!?’ 세상에서 혈압을 가장 높이는 스포츠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단연 야구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많은 유형의 야구팬 중에서도 매일 저녁 6시 30분만 되면 목덜미를 잡고 심호흡하며 이너피스를 외치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방구석 감독형인 본 에디터 되시겠다. 야구에 만약은 없다지만 쓰라린 결과엔 늘 아쉬움이 남는 법. 그 찬스에서 대타를 썼다면, 오늘 유격수가 처음부터 이 선수였다면… 이길 수도 있었을 텐데! 공은 둥글고 그라운드 위에선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상황이 펼쳐진다. 그 안에 서 있는 감독에겐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다. 항상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패한 작전의 결과도 오롯이 감독의 책임. 하지만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감독이 있으니 바로 우리 같은 방구석 감독들이다.

‘저쪽 클린업이 죄다 우타잔데 왜 굳이 좌투수를 올리는 거야?’, ‘득점권 피안타율이 5할인데 안 바꾼다고? 000는 안 쓰냐?’, ‘아직 80구인데 선발을 왜 벌써 내려? 관리야구하다가 망하는 거라고!’, ‘연장 가면 어떡하려고 벌써 대주자를 쓰는 거야?’, ‘제발 타순 좀 그만 바꿨으면…’, ‘제발 타순 좀 바꿔봤으면!!!’, ‘유인구 던질 때쯤 되지 않았냐? 맨날 거기서 높은 공을 주니까 안타를 맞지!’, ‘당연히 전진수비를 했어야지, 타구 소리 딱 들으면 모르나?’, ‘안타 치라고 던져주는 공에도 안 휘두르면 대체 뭘 칠래?’, ‘너는 슬라이더 연습해서 구사율 좀 높이면 성공한다. 내가 장담한다!’ 처한 상황도, 하고 싶은 말도 너무나 다양하다.

말만 들으면 144경기 전승 우승도 가능할 기세다. 열과 성을 다해 열변을 토하며 직관러들은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고 있고, 집관러들은 소파를 팡팡 치고 있을 거라는 걸 안다. 야구팬을 친구로 둔 비(非)야구팬들은 늘 말한다. ‘아니, 야구 보는 사람들은 왜 맨날 화가 나 있나요?’ 야구팬으로서 해명하자면, 야구를 보는 장장 3시간여 동안 불평만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좋은 결과로 이어졌을 땐 ‘그렇지!’를 외치며 누구보다 뿌듯해하곤 한다. ‘내가 말했잖아, 야구는 순리대로 가야 한다고! 아주 잘하고 있네!’라면서 말이다. 태세 전환도 빠르고 일희일비도 쉽게 하는 방구석 감독들이지만 어차피 우리의 소리는 현장에 들리지 않을 테니 맘껏 의견을 표출해도 괜찮을 테지. 하지만 너무 격렬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열심히 화를 내고 훈수를 둬도 극적인 승리 한 번에 어느새 우리 팀 감독은 명장이, 선수들은 신이 돼 있을 테니 말이다.

#김진석 에디터 – 잠실 사는 롯데 팬입니다

잠실야구장까지 걸어서 20분, 고척 스카이돔까지 지하철로 1시간, 수원KT위즈파크까지 버스로 1시간 거리. 시간을 조금 더 투자한다면, SSG 랜더스필드까지 1시간 거리에 닿을 수 있는 잠실은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에겐 직관에 최적화된 곳이다. 마음만 먹으면 4팀의 모든 홈경기에 방문할 수 있기에 입맛에 따라 응원하는 팀을 고르기도 쉽다. LG 트윈스, KT 위즈, 키움 히어로즈 등 매력 넘치는 팀들이 대기 중이다. 하지만 애석한 것은 잠실이 본가인 에디터가 응원하는 팀이 차로 5시간 거리에 있는 부산의 롯데 자이언츠라는 사실이다.

거리가 거리인지라 롯데의 홈경기에 방문하려면 1박 2일 일정이 필수. 왕복 교통비에 숙박비까지 감당하려면 지갑이 얇아지는 건 순식간이다. 혹여나 일정에 평일이라도 끼어 있다면, 월차까지 소비해야 하는 극한 일정이 눈앞에 다가온다. 학부생 때는 통장이, 직장인 때는 시간에 시달렸던 에디터가 고안한 방법은 부산 당일치기. 아침 첫차를 타고 부산에 내려가 야구를 관람한 후 오후 11시 기차를 타고 새벽 2시에 귀가하는 극한 일정을 만들었다. 매번 사서 고생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현생에 맞추기 위해 1년에 몇 번씩 반복하는 당일치기 직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침은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점심은 서면역, 저녁은 다시 잠실에서 먹는 에디터의 일정. 솔직히 얘기해서 홍길동은 이제 에디터에게 이름을 헌납할 때가 됐다고 본다.

지방 구단을 사랑하는 서울 사람에게 어쩔 수 없는 숙제이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제치고는 항상 쉽지 않은 홈경기 관람기다. 응원하는 팀과 거주하는 곳이 매우 먼, 에디터와 같이 사서 고생하는 홍길동들! 특히 서울에서 가장 먼 부산의 롯데 자이언츠 팬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김민규 에디터 - 숫자의, 숫자에 의한, 숫자를 위한

학창 시절 수학을 공부할 때는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던 숫자들이, 이럴 때는 그렇게 친숙할 수가 없다. 숫자놀음 없이 야구를 본다는 건 상상할 수 없으며, 평범해 보이는 상황일지라도 경기가 펼쳐지는 모든 상황에 오가는 각종 기록을 통해 야구가 완성된다는 게 에디터의 생각이다. 간단하게는 타자의 타율, OPS(On base Plus Slugging, 출루율+장타율), wRC+(Weighted Runs Created, 조정 득점 창출력)부터 투수와의 상대 전적과 같은 세부 데이터까지 찾아보는 게 일상이다. 따라서 야구가 진행되는 동안은 잠시도 집중력을 잃을 틈이 없다.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가 숫자에 그대로 반영이 되니 말이다. 게다가 역사적인 대기록이 걸려있는 상황이라면 그 집중력은 배가 된다. 흡사 개인 통산 2,000안타, 구단 최연소 40세이브가 걸려있는 순간엔 밥 먹던 것도 멈추고 경기에 몰입한다. 당장 내 입에 들어가는 치킨과 맥주보다 역사가 만들어지는 순간을 직접 보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직관과 집관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편이다. 기록의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는 직관도 좋지만, 각종 데이터를 자막으로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집관도 좋다. 특히 TV 중계는 현장에서 차마 짚고 넘어가지 못한 순간을 해설진의 설명과 함께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지 않던가. 거기다 좋아하는 팀의 경기 중계진에 데이터 분석에 정평이 난 해설위원이 배치되기라도 한다면, 오히려 직관보다 더 만족스럽게 야구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다고 해서 야구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기록이 집계되고 난 후 그날의 데이터를 모아 정리하고, 블로그 등에 그 기록을 업로드하는 일이 남아있다. 그때 타자의 OPS가 9할을 넘어간다거나, 투수의 평균자책점이 1~2점대를 기록 중이라면, 그걸 기록하는 나 자신이 괜히 흐뭇한 기분이 든다. 거기에 시즌이 진행될수록 쌓여가는 홈런, 다승, 세이브 등의 항목에 적힌 숫자가 늘어가는 걸 보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때로는 들인 노력에 비해 저조한 조회 수가 속을 쓰리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들의 기록은 팬이 다시 기록함으로써 완성이 되는 셈이니.


                   ▲ 더그아웃 매거진 147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3년 147호 (7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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