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현장메모] 잔디만 보고 결정했나...용인미르, A매치 개최하기엔 부족한 부분 한가득
[인터풋볼=신동훈 기자(용인)]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A매치, 정말 괜찮을까?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의 현장실사를 통해 잔디상태를 확인한 결과 현재 상태로는 잔디 보식 등 여러 방안을 최대한 동원해도 다음달 15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 경기일까지 경기장 잔디상태를 현격히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라크전 홈경기 장소를 당초 예정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용인미르스타디움으로 변경하고자, 세부사항이 확인 되는대로 홈경기 장소 변경을 요청하는 공문과 관련자료를 AFC에 제출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수원 삼성이 홈 구장으로 쓰는데 이어 A매치 개최 가능성까지 언급되면서 용인미르스타디움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여름 역대급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반복적인 폭우가 이어지면서 전국 구장 잔디 상태는 엉망이 됐다. 콘서트 개최까지 하는 서울월드컵경기장 상태는 더 심각했고 9월 A매치가 열렸을 때 주장 손흥민을 비롯해 대한민국 선수들이 앞장 서 한 소리를 했다.
손흥민의 잔디 문제 발언 이후 큰 화두가 됐고 대부분 구장들이 참담한 수준의 잔디 상태를 보여 더 논란이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문제가 10월에도 해결되지 않을 거라고 봐 용인미르스타디움으로 개최지 이동을 신청했다.
일단 용인미르스타디움 잔디는 다른 곳과 비교하면 괜찮다. 해당 경기장도 폭염, 폭우 영향을 받아 곳곳에 빈 곳이 있고 전체적으로 보면 매끄럽지는 않으나 다른 구장과 비교하면 훌륭한 수준이다. 수원월드컵경기장 공사 여파로 후반기만 용인미르스타디움을 홈으로 쓰는 수원의 변성환 감독은 "잔디는 타구장에 비해 낫다. 선수들도 조금 딱딱하다는 느낌 외에는 크게 불편함을 못 느낀다고 한다. 잔디가 파여 있거나 경기를 플레이를 하는데 지장이 크게 없다"고 말했다.
강현묵도 "잔디가 안 좋으면 불편하고 부상 위험이 있다. 용인미르스타디움은 잔디가 좋다. 다른 구장과 비교했을 때 이 곳은 잔디가 좋다"고 말했다. 잔디 문제는 서울월드컵경기장과 비교하면 좋다는 게 확인되고 있으나 문제는 인프라다. 냉정히 말해 용인미르스타디움은 A매치를 열기 매우 부적합한 곳이다.
용인미르스타디움은 2017년에 준공을 해 전체적인 시설은 좋으나 주변 인프라가 좋지 못하다. 근처에 삼가역이 있으나 경기장과 거리가 떨어졌고 일반 열차가 아닌 자기부상열차로 운영되는 에버라인이라 수용인원도 매우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광역버스가 많은 것도 아니며 경기장 앞 도로는 사시사철 막히는 곳이다.
이라크전은 10월 15일 화요일에 열린다. 평일 저녁 4시만 돼도 도로는 정체가 되고 에버라인 열차, 버스도 만원이 된다. 경기장에 대중교통을 타고 와도 매우 빨리 출발해야 제 시간에 여유롭게 도착할 수 있다.
주차도 문제다. 수용 인원이 37,000석 규모인데 주차 공간이 1,000석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있던 주차공간에 보조구장을 지어 주차 가능 공간이 더 줄었다. 게다가 평일엔 경기장 부속 시설을 이용하는 주민들과 경기장에 사무실을 둔 직원들이 주차를 하고 있어 이 마저도 현저히 부족할 것이다. 경기장 주변엔 그 어떤 주차시설도 없고 삼가역을 지난 시청 쪽에 차를 세우고 온다고 하면 도보로 긴 시간을 걸어야 한다.
주차를 할 때도 진입로가 다양하지 않아 순간 정체 시간이 엄청나다. 한 수원 관계자는 "부산 아이파크전 4,000명 정도 왔을 때가 그나마 혼잡하지 않았다. FC안양전을 비롯해 10,000명 가까이 왔을 때는 킥오프 한 시간 전에도 관중 분들이 차를 주차하지 못하거나 긴 시간 대기해 불편함을 겪으셨다. 열차를 증차하고 셔틀버스를 늘리고 용인시와 협조해 관리를 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명보 사태로 인해 A매치 인기가 떨어졌다고 해도 이라크전에 최소 30,000명 이상 관중이 올 텐데 제대로 수용이 될지 의문이다. 용인미르스타디움 개최지 변경 소식이 알려졌을 때 수원 관계자, 또 이 경기장을 방문했던 이들은 잔디 문제에 더해 주변 인프라나 다른 부분들을 고려하고 정한 건지 의문을 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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