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거버넌스 시험대]⑱ 차기 CEO 고를 이사회, '통신·AI 경영 경험' 비었다

KT가 다시 최고경영자(CEO) 선임 국면을 맞은 가운데 거버넌스의 향방을 추적합니다.

서울 광화문 KT 사옥 /사진=KT

KT가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앞두고 이사회의 전문성 구성이 주목받고 있다. 사외이사들이 후보를 평가하지만 통신·인공지능(AI) 분야 실무 경영 경험자가 적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현 사외이사진은 환경, 회계, 법률, 재무 등 형식적 다양성은 갖췄지만 정작 KT의 '인공지능·통신(AICT)' 전략과 경영 전반을 이해하고 조언할 수 있는 전문가가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같은 소유분산기업인 포스코홀딩스나 경쟁사인 SK텔레콤(SKT)·LG유플러스가 경영 실무 전문가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과 대조적이다.

28일 KT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이사회는 김영섭 대표와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을 비롯한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는 대학 총장·교수 등 학계 출신 3명, 전직 차관·헌법재판소 고위직 등 관료 출신 2명, 회계·투자 등 민간 금융·기업 전문가 3명으로 구성됐다.

차기 CEO를 선발할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8명 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방송통신 정책·규제 분야 전문가인 김성철 이사(고려대 교수)가 맡고 있다. 최양희 이사(한림대 총장)는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정보통신기술(ICT)·과학기술 정책 전반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곽우영 이사는 현대차 차량정보기술(IT)개발센터장을 지낸 엔지니어 출신으로 자동차·모빌리티 분야의 기술·사업 경험을 겸비했다.

이와 함께 서울대 경영대학의 조승아 이사는 경영전략을 전공하고 여러 대기업 이사회에서 활동해 온 거버넌스 전문가다. 윤종수 이사는 환경부 차관과 국제기구 활동을 거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책 전문가, 안영균 이사는 삼일회계법인 대표를 지낸 회계·감사 전문가, 이승훈 이사는 SK그룹과 JP모건에서 활동한 재무·투자·인수합병(M&A) 전문가다. 법률·지배구조 분야에서는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지낸 김용헌 변호사가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KT 이사회는 정책·규제·환경·회계·법률 등 기능별 전문성을 폭넓게 갖추고 있다. 특히 조 이사, 이 이사처럼 경영 전략·투자 경험을 갖춘 인사와, 현대차 차량 IT를 이끈 곽 사외이사 같은 기술 전문가도 포진해 있다. 다만 이들의 경력은 통신·AI 사업총괄보다는 전략·투자·연구개발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경쟁사는 핵심사업 경영 전문가 영입

/표=이진솔 기자

경쟁사들은 사외이사 진영에 자사 핵심 사업과 직접 맞닿은 경영·실무 경험자를 일부 섞어놓은 것이 특징이다. SKT는 딥러닝 기반 컴퓨터 비전과 데이터 전환 사업에 밝은 김준모 이사(카이스트 교수), 오혜연 이사(카이스트 교수) 등 AI 기술·윤리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두고, HSBC 홍콩에서 아태지역 리스크를 총괄한 노미경 이사가 이사회 차원의 리스크 관리와 기업가치 제고를 뒷받침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컨설팅·조직 운영 경험을 겸비한 실무형 사외이사를 배치했다. 엄윤미 이사는 맥킨지 컨설팅에서 기업 전략·경영 개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이곤젠더 서울사무소 부사장과 카카오임팩트재단 이사를 거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조직 운영 전반의 실무 경험을 쌓았다. 데이터·지능정보시스템 전문가인 김종우 이사는 한양대 교수이면서 동시에 한양비즈랩 대표이사를 지낸 경영 경험이 있어 통신·플랫폼 사업의 데이터 전략을 현장 감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포스코홀딩스는 핵심 사업인 철강·소재와 직접 맞닿은 제조업 경영자를 사외이사로 앉혔다. SK하이닉스 부회장을 역임한 박성욱 이사는 반도체 제조업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경영·이사회 운영 측면에서 산업 현장에 기반한 조언을 제공한다.

과거엔 경영인 있었지만 2023년 개편 후 사라져

KT도 과거에는 기업 경영 경험을 갖춘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포함했다. 2023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전 롯데렌탈 대표인 표현명 이사, 보험업계에서 전문 경영인을 지낸 벤저민 홍 이사 등이 활동했다. 다만 이들은 구현모 전 대표의 연임 포기와 이사회 대규모 개편 과정에서 이사회를 떠났다.

KT 이사회에 대한 경영 전문성 논란은 최근 이사회의 역할이 커지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KT 이사회는 최근 거버넌스 강화의 일환으로 부사장급 이상 임원 인사와 주요 조직 개편을 이사회 승인 사항으로 바꾸며 이사회 권한을 대폭 늘렸다. 주요 외부 임원 영입도 모두 이사회 승인을 거치면서 이사회가 단순 보고를 받는 수준을 넘어 인사·조직 등 실질적인 경영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있다.

이사회 권한이 커진 만큼, 현 이사회 구성이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얼마나 정교하게 검증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다양성도 중요하지만, 회사 핵심 사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영 경험이 더 중요하다"며 "CEO를 선발하고 경영 전략을 검토하려면 통신과 AI 비즈니스를 몸으로 겪어본 시선이 필요한데 KT 이사회에는 그런 유형의 인사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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