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쇼크] GLP-1 비만약, 마약·알코올 중독도 치료… 학계 “추가 임상 연구 필요”
학계 “비만 치료제 식욕 감퇴 원리와 비슷”
당뇨병 치료제인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이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젬픽은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이다. 나중에 체중 감량 효과가 발견돼 비만 치료제 위고비로도 출시됐다.
미국 시카고의 로욜라대 연구진은 지난 16일(현지 시각) 오젬픽이 약물·알코올 중독을 절반 가까이 줄이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중독연구학회(SSA)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인 ‘중독(Addiction)’에 16일 실렸다.
이번 연구는오피오이드 사용 장애(OUD) 병력이 있는 50만3747명과 알코올 사용 장애(AUD) 병력이 있는 81만7309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관찰 연구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피오이드는 모르핀, 헤로인, 메타돈, 펜타닐, 옥시코돈 등이 포함된 마약성 약물이다. 주로 수술 후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사용된다. 일반 진통제보다 훨씬 효과가 강력하지만,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구매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오피오이드 사용 장애 환자 50만3747명 중 8103명이 오젬픽과 같은 GLP-1 계열 약을 처방받았다. GLP-1 처방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률이 4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진 알코올 사용 장애(AUD) 환자 대상 연구는 81만7309명 중 5621명이 GLP-1를 처방받았다. 이들 환자는 처방받지 않은 환자보다 중독률이 50% 낮게 나왔다.
오피오이드의 오∙남용과 중독 문제는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꼽힌다. 미국 보건복지부(HHS)가 매년 실시하는 ‘약물 사용 및 건강에 관한 전국 조사(NSDUH)’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오피오이드를 오∙남용한 12세 이상 미국인은 1010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미국의 오피오이드로 인한 사망자 수는 8만1000명을 넘어섰다.
현재 많은 연구자는 오젬픽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체중 감량, 당뇨병 외에도 니코틴·알코올 중독에도 효과가 있는지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위고비의 성분이기도 한 세마글루타이드는 뇌 관련 영역 활동을 약화해 음식에 대한 욕구를 떨어뜨리는 원리로 작용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세마글루타이드는 식욕뿐 아니라 니코틴·알코올 등에 대한 욕구까지 줄인다는 것이다.
다만, GLP-1의 효과에 대해 과학자들의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왔다. 이전에도 GLP-1 약물이 니코틴·알코올 중독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는데, 과학자들은 GLP-1의 치료 가능성을 기대하면서도, 추가 임상시험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리스찬 헨더샷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 중독과학연구소 교수는 미국 NPR 방송국에 “이 연구로 GLP-1 제제를 약물 사용 장애 치료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유망한 증거가 더해졌다”면서도 “다만 이는 관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인 만큼,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증명하려면 더 엄격하게 수행된 추가 연구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트 필드 영국 셰필드대 교수는 영국의 과학언론 지원기관인 사이언스 미디어 센터에 “이번 연구는 언젠가 이 약과 유사한 약물이 중독 환자를 돕기 위해 처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도 “오젬픽이 알코올이나 헤로인 과다 복용으로 인한 병원 입원은 막을 수 있어도, 환자들의 실제 약물 복용량 감소 또는 완전한 중단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앞서 진행한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세마글루타이드가 오피오이드에 중독된 사람을 치료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다만 3주간의 시험에서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부작용으로 중도 탈락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추가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로렌조 레지오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 임상책임자는 NPR에 “GLP-1이 우리 뇌에서 음식을 원하는 영역을 조절하는 메커니즘과 비슷하게 중독성 약물에 대한 욕구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는 여럿 나왔다”면서도 “오젬픽과 유사한 약물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해, 추가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Addiction(2024), DOI: https://doi.org/10.1111/add.16679
JAMA(2024), DOI: https://doi.org/10.1001/jamanetworkopen.2024.35247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4-03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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