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제조기업 마녀공장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엘앤파트너스에 매각된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지 1년10개월 만이다. 최근 해외 유통망을 기반으로 실적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PEF 체제에서 기업가치 제고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엘앤의 특수목적법인(SPC)인 케이뷰티홀딩스는 이달 20일 엘앤피코스메틱으로부터 마녀공장 경영권 지분 849만4598주(51.9%)를 인수하기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가격은 주당 2만2367원으로 총 1900억원이다. 최근 1개월 평균 종가와 단순 비교해 17%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케이엘앤은 보유한 블라인드펀드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로 일부 투자하고 나머지 금액은 신규 프로젝트펀드로 충당할 예정이다. 블라인드펀드는 2023년 결성한 ‘KDB-KL중소중견밸류업제2호사모투자 합자회사(KDB-KL 2호 PEF)’다. 이 PEF는 1600억원 규모이며 KDB산업은행이 앵커출자자(LP)다. 기존 최대주주인 엘앤피코스메틱 또한 후순위 출자로 일부 리스크를 부담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케이엘앤의 코스메틱 투자는 눈여겨볼 만하다. 화장품 업종은 최근 몇 년간 소비재 산업에서 고성장 산업으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일부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하며 PEF 운용사들 사이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올랐다. 앞서 버거·치킨 브랜드 맘스터치 운영사 '해마로푸드서비스'를 인수, 운영해 해외 유통망을 두루 갖춘 마녀공장 역시 소비재 포트폴리오에 부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녀공장은 미국과 유럽, 러시아, 중국, 일본 등 65개국 이상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코스트코, 얼타에 들어오며 미국 내 오프라인 채널을 확장했고, 최근에는 미국 대형마트인 타깃에도 입점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279억원, 영업이익은 18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1.8%, 17% 증가했다.
마녀공장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의 오프라인 채널에서 매출성장세가 두드러지는 만큼 현지 소비동향에 맞춰 주요 리테일체인과 매장에 추가 입점해 점유율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새 주인인 케이엘앤이 어떤 방식으로 실적성장세를 유지하고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모색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마녀공장 주가는 실적성장세가 무색하게 지지부진하다. 국내 1세대 ‘클린뷰티’ 브랜드라는 타이틀로 증시에 입성한 마녀공장은 상장 당시 ‘따상(시초가 2배 형성 후 상한가)’을 기록하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후 뚜렷한 주가상승 모멘텀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달 20일 종가는 1만8830원으로 상장 첫날보다 54.7% 낮다.
다만 이 같은 PEF 운용사의 경영방식이 브랜드 성장전략과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PEF 운용사는 인수 5년 내 기업가치를 극대화한 뒤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는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에 단기 실적 성장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비용절감 등 운영효율성 강화 정책이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일정 기간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 단기 수익성 강화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브랜드 운영 방향이 일부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