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러시아 지원 북한군, 우크라 국경서 집단 탈영... 러군이 추적 중”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4. 10. 16.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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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군 고위 관계자 “18명 아직 안잡혀”
현지 매체들 “북한 1만명 러시아 파병
국경 공수여단에 3000명 대대급 편성”
지난 2017년 4월15일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군 특수작전군 '폭풍부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 지원을 위해 파병됐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마주한 러시아 브랸스크주(州) 인근 국경 지대에서 북한군 병사들의 집단 탈영 사고가 발생했다고 15일 우크라이나군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이들은 러시아를 돕기 위해 북한이 최근 파견한 병력 중 일부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이 지난 6월 맺은 북·러 조약의 ‘상호 군사 원조’ 조항을 근거로 러시아에 무기에 이어 군인도 보낼 것이란 관측이 점점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 고위 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러시아 브랸스크주와 쿠르스크주 사이 우크라이나 국경 북서쪽 약 7㎞ 지점에서 북한군 병사 18명이 탈영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며 “러시아군이 이들을 뒤쫓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이들이 잡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현지의 러시아군이 이 사실을 상급 부대에는 숨기려 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들의 정확한 소속 및 탈영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포탄과 미사일에 이어 병력까지 지원받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앞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러시아와 맺은 조약을 근거로 (우크라이나 전선에) 정규군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13일 밤 화상 연설을 통해 “북·러간 동맹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며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 뿐만 아니라 인력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리가넷과 키이우포스트는 이날 “북한이 이미 러시아에 1만명에 달하는 병사와 인력을 보냈다”고도 보도했다. 이 매체들은 또 이중 약 3000여명이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서 재편성 중인 러시아 제11공수돌격여단에 배치되어 이 여단 소속 ‘부랴트’ 대대로 통합 훈련을 받고 있으며, 조만간 쿠르스크주에 배치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도 12일 “수천 명의 북한 보병이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우크라이나 전선 최전방에 배치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탈영한 북한군 병사들은 이 부대 소속일 가능성이 높다고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추정했다. 제11공수돌격여단은 러시아 부랴티아 공화국이 주둔지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당시 벨라루스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투입됐던 부대다.

지난 6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방문 때 맺은 양국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북·러 조약)’ 제4조는 “쌍방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되어 있다.

러시아는 지난 8월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주 진격을 ‘(러시아가)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라고 간주, 북한에 군사 지원을 공식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북·러 조약이 아직 양국에서 모두 비준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양국이 당장 조약을 근거로 한 무기 및 병력 지원에 대해 언급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도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보냈다는 보도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군이 이미 파병됐다는 정황은 이미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보국은 지난 4일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근처에서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으로 북한 장교 6명이 사망하고, 병사 최소 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시 러시아군의 훈련을 참관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가디언도 지난 10일 “북한이 북한산 탄도 미사일의 운용을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선에 자국 군 기술자 수십명을 보낸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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