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만든 전기차 중 가장 고급스럽고 넓은 모델, 아이오닉9이 드디어 그 실체를 드러냈다. 단순히 전기 SUV 라인업 하나를 더하는 차원이 아니라, 내연기관 시대의 그랜저나 팰리세이드처럼 브랜드의 정체성을 이끄는 플래그십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그리고 직접 차량을 체험해본 결과, 그 기대는 결코 과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체감되는 부분은 운전석에 앉았을 때의 인테리어다. 아이보리 톤의 스티어링 휠은 제네시스 GV70을 연상케 하고, 깔끔하고 정돈된 대시보드는 공간의 여유와 감성 모두를 전달해준다. 스티어링은 스포츠 스타일의 D컷이 아닌 전통 원형을 채택해 오히려 부드러운 고급감을 더했다. 다만, 신형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인 ‘플레오스 커넥트’는 아직 탑재되지 않아 UI 측면의 신선도는 다소 아쉽다.
하지만 진짜 감동은 2열에서 시작된다. 아이오닉9의 2열은 명백히 상위 세그먼트를 겨냥하고 있다. 레그룸과 헤드룸은 SUV 기준으로도 매우 여유롭고, 여기에 통풍 시트까지 탑재되어 있어 단순한 ‘승객’이 아닌, ‘VIP’가 되는 느낌을 받는다. G80, G90에서 경험하던 뒷좌석 감성을 현대차 로고 아래에서 마주하게 될 줄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아이오닉9만의 결정타는 바로 ‘스위블 시트’다. 2열 좌석이 180도 회전해 3열과 마주 앉을 수 있는 이 기능은, 차박이나 캠핑 등 레저 중심 소비자에게는 혁명적인 변화로 다가온다. 더 이상 차박은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공간 경험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대차가 그동안 이야기해왔던 ‘모빌리티 라이프’가 현실이 된 셈이다.
여기에 후석 모니터가 하방 전개형으로 탑재된 점도 눈에 띈다. 이는 제네시스 상위 트림에서나 볼 수 있던 방식으로, 아이오닉9은 운전자 중심을 넘어서 탑승자 모두의 경험을 고려한 UX 설계를 보여준다. 고급 소재를 쓰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감성의 밀도 자체를 끌어올렸다는 느낌이다.

주행의 감성도 흥미롭다. 아이오닉9은 GV70 일렉트리파이드에 들어갔던 VGS(가상 기어 시프트)와 e-ASD(가상 주행 사운드)를 채택해, 전기차 특유의 정숙함 속에서도 운전의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 이 작은 ‘소리의 연출’은 생각보다 운전자에게 큰 차이를 만든다. 조용한데 심심하지 않다. 오히려 고급스럽고 세련됐다.
성능도 빠지지 않는다. SK온이 공급한 110.3kW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주행거리 532km를 확보했다. 단순 수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고속도로, 주말 여행, 출퇴근 모두를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의 ‘심리적 안정감’이 생긴 것이다. 가족 단위 사용자를 고려한 실용성 측면에서도 매우 설득력 있는 구성이다.

그러나 모든 면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아이오닉 라인업만의 독자적인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외관만 봐서는 아이오닉6나 GV70 EV, 또는 다른 SUV들과 차별화된 존재감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자적이고 선명한 디자인 언어가 추가된다면 플래그십으로서의 존재감은 더 확실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오닉9은 지금까지 출시된 현대차 전기차 중 가장 ‘완성도 높은 결과물’임에는 분명하다. 전기차지만 고급 세단의 감성을 지녔고, 대형 SUV지만 캠핑카처럼 쓸 수 있으며, 가족 중심 차량이지만 개인의 감성까지 세심하게 챙긴 구성이 인상적이다.
아이오닉9은 단순히 ‘현대의 전기 SUV’가 아니다. 그것은 현대차가 바라보는 미래의 정점이고, 브랜드가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모든 가치를 압축한 작품이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전기차 시대의 새로운 팰리세이드다. 이름은 다르지만, 그 역할은 누구보다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