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그룹 3세 정준선, HDC랩스서 ‘경영수업’ 시작할까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준선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조교수가 올해 HDC랩스 지분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HDC랩스는 건설 정보기술(IT) 전문기업으로 부동산종합관리와 홈서비스, 기전(설비공사) 등에서 매출을 올린다. 정 조교수의 전공이 HDC랩스 사업과 연관이 깊은 인공지능(AI)인 만큼 이곳에서 경영수업이 시작될 가능성이 커진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C랩스의 지난해 말 기준 주주현황은 HDC 1013만6051주(지분율 39.05%), 정 회장 475만5400주(18.32%), 엠엔큐투자파트너스(정 회장의 개인회사) 100만7524주(3.88%) 등이다.
정 조교수는 올해 들어 HDC랩스 지분을 매집하며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개인예금 약 13억7629만원을 투입해 보통주 13만주를 사들였다. 주식 매입 타임라인을 보면 △1월29일~2월5일 4만주(3억616만원) △2월18~21일 2만5000주(2억12만원) △2월28일~3월4일 2만주(1억6127만원) △5월30일~6월3일 4만5000주(4억874만원) 등이다. 정 조교수의 지난 9월 말 기준 HDC랩스 지분율은 0.5%다.
그룹 지주사인 HDC도 최근 들어 HDC랩스 지분 매입을 시작했다. HDC랩스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에 변동이 생긴 것은 HDC아이콘트롤스가 HDC아이서비스를 흡수합병해 HDC랩스가 탄생한 2021년 이후 처음이다. △11월 25~27일 3만4866주(2억7892만원) △11월 28일~12월2일 1만7871주(1억4752만원) △12월3~5일 1만4157주(1억1829만원) 등으로 1013만6051주에서 1020만2945주까지 주식을 늘렸다.
HDC랩스는 총수 2세가 주주로 등장하고 지주사가 잇따라 지분을 매입하며 경영수업 또는 승계 활용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HDC그룹의 35개 계열사 가운데 상장된 곳은 4곳이며 HDC랩스도 포함된다. HDC랩스는 2022년부터 연간 6000억원대의 매출과 1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알짜회사다. 올해는 3분기 누적 매출 4453억원, 영업이익 2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HDC아이파크몰, HDC리조트 등 계열사에서 내부거래 일감이 꾸준히 들어오며 매출이 안정적이라 2세 경영수업에 활용하기에는 적격으로 보인다. 연간 특수관계자 매출은 △2020년 1690억원 △2021년 1410억원 △2022년 2610억원 △2023년 2234억원 등이며 올 3분기 누적 1788억원을 올렸다. HDC현산의 매출 비중이 크며 아이파크에서 ‘아이파크홈 앱’ 등 스마트홈 서비스와 유지보수 공사 등을 수주한 영향으로 보인다.
HDC랩스가 최근 AI 혁신에 힘을 쏟는 점도 정 조교수의 경영수업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HDC랩스는 그룹의 디지털 전환을 견인하기 위해 AX(AI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월 AI 전문가인 총괄리더를 외부에서 영입한 뒤 6월에는 내부에 AI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대규모 인력을 채용했다. 이는 AI 전문가인 정 조교수가 지분 매입을 확대한 시점과 맞물린다.
HDC랩스의 홈서비스, 건설솔루션, 리얼티(부동산종합관리) 등이 모두 AI를 적용할 수 있는 산업 분야다. 정 조교수가 AI 전문성을 발휘해 HDC랩스 실적을 제고한다면 향후 그룹 승계 때 잡음을 줄일 수도 있다.
정 조교수는 정 회장의 3남 중 장남이다. 1992년생으로 초등학생 때 영국에서 유학해 이튼스쿨을 다녔고 옥스퍼드대 대학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네이버의 검색·AI 개발조직 ‘서치앤클로바’에서 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으로 일했다.
이후 2021년 카이스트 조교수로 임용됐다. 현재 소속은 카이스트 멀티모달인공지능연구실이며 전기 및 전자공학부 조교수를 맡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AI와 머신러닝(AI의 한 분야로 데이터·경험을 기반으로 학습해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음성신호처리 등이다.
나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