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촌치킨이 순살치킨의 중량 축소 및 원재료 변경 사실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은 점을 뒤늦게 인정하면서 외식 업계의 ‘숨은 가격인상’을 둘러싼 제도적 허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회사의 전략은 외부 비용 압박에 따른 대응으로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치킨이 중량표시 의무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사태가 식품표시기준 개선 등 제도 보완 논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송종화 교촌에프앤비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중량 조정과 원재료 혼합에 대한 고지가 부족했던 점을 인정한다”며 “홈페이지에는 공지했지만 소비자에게 충분히 알리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배달앱이나 오프라인 매장 등 소비자 접점 전반에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는 국회의 지적에 대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논란은 교촌이 대표메뉴인 순살치킨의 조리 전 중량을 기존 700g에서 500g으로 줄이고 원재료를 기존 ‘닭다리살 100%’에서 닭가슴살을 혼합한 방식으로 변경한 사실이 알려지며 불거졌다. 가격은 유지됐지만 양과 품질 저하로 사실상 가격인상 효과를 냈고 소비자에 대한 고지가 충분하지 않아 알 권리를 침해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같은 방식은 제품 가격을 유지한 채 내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의 전형적인 사례다.
교촌에프앤비가 중량을 줄이고 원재료를 변경한 것은 수익성 방어를 노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든 데다 인건비·원재료비·물류비 등 고정비 부담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수익성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목우촌이 운영하는 치킨 브랜드 ‘또래오래’도 8월 원재료비 인상을 이유로 닭고기 규격을 11호에서 10호로 조정해 일부 메뉴의 중량을 약 100g 줄인 바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그간 비용효율화, 가맹점 수익구조 개선, 해외 진출 등으로 수익성 개선에 힘써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7.98%로 전년동기(0.92%) 대비 7.06%p 상승했다.
이러한 꼼수가 가능했던 것은 치킨이 중량표시 의무 대상에서 제외되는 '제도적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행 식품표시광고법상 치킨은 즉석조리식품으로 분류돼 중량 또는 용량표시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교촌 본사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육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는 가공식품으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업자가 제품 중량을 줄이고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아도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치킨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단속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공정위는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를 통해 가공식품이나 생활용품의 용량을 5% 이상 줄이면서 이를 고지하지 않을 경우 부당행위로 간주하고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이 규정 역시 햄·소시지류, 우유·가공유, 김치, 과자·초콜릿류, 빙과류 등 주요 공산품에만 적용된다. 더욱이 올해부터 식품표시·광고 관련 규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이관되면서 공정위가 치킨 관련 표시 문제를 제재할 수 있는 근거도 약해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외식업 전반에도 중량표시 및 고지 의무를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다수 산업이 원재료비, 인건비, 물류비 등 원가 상승 압박에 직면한 가운데 외식 업계만 의무에서 제외되는 구조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재료비 상승 등 외부 요인에 따른 부담이 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기만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일정 수준의 표시 의무가 외식업에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공식품과 달리 즉석조리식품의 경우 조리방식이나 메뉴 구성이 다양해 일괄적인 법 적용이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는 있다”면서도 “닭 부위 변경처럼 소비자가 외관상 쉽게 인지하기 어려운 요소에 대해서는 반드시 고지하도록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리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