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은 죽으라는 건가…제발 내 집에서 살게 해주세요"
생숙 규제 완화에도 퇴로는 '막막'
내년 4월 준공 '힐스테이트 라군인테라스'
오피스텔 기준 충족 어려워 용도변경 난관
수분양자 "비현실적" 주장에 안산시 "특혜 불가"
정부가 생활형숙박시설(생숙)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지만, 일선 생활형숙박시설들은 여전히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분양자 동의율과 주차장 등 용도변경 기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안산시청 앞에서는 '힐스테이트 라군인테라스 1차' 수분양자들의 농성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 9월 23일부터 '내 집에서 제발 살게 해주세요', '생활형숙박시설 인허가는 내주고 서민은 죽으라는 안산시' 등의 현수막을 걸고 한 달째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힐스테이트 라군인테라스 1차는 안산시 단원구 성곡동에 들어서는 생활형숙박시설이다. 8개동, 전용면적 100~142㎡ 총 2554호실, 지하 2층~지상 최고 49층 규모로 내년 4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 단지는 이미 준공됐거나 공사가 진행 중인 안산시 단원구 성곡동 반달섬 일대 생활형숙박시설 7033호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곳이다.
오피스텔이 아파트의 대체재 지위를 누린 것처럼 생활형숙박시설도 아파트의 대체재 역할을 했다. 숙박시설이지만 취사와 세탁이 가능해 수분양자가 장기 투숙하는 방식으로 주거용도 활용이 이어졌고, 지자체도 이를 묵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2021년 정부가 생활형숙박시설의 주거 사용을 금지하고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하도록 하면서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진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최근 '생활숙박시설 합법사용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오피스텔은 복도 폭을 1.8m 이상으로, 생활형숙박시설은 1.5m 이상으로 규정되어 있다. 복도 폭이 오피스텔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피난시설과 설비를 보완하면 인정하고, 주차장 규모도 인근 부지에 외부 주차장을 설치해 오피스텔 기준을 채우면 용도 변경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수분양자들이 외부 주차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554호실 규모 힐스테이트 라군인테라스 1차의 경우 생활형숙박시설의 법정 기준은 2627면이지만, 130% 수준인 3402면을 갖추고 있다. 다만 대형 면적이 많은 탓에 오피스텔 기준을 채우려면 700면 넘게 추가 확보해야 한다.
수분양자협의회 관계자는 "오피스텔 기준을 충족하려면 주차장 754면을 확보해야 한다"며 "시에서는 인근 용지를 매입해 마련하라고 요구하지만, 이는 수분양자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항변했다. 이어 "준공 전인 생활형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전환하려면 수분양자 전원이 동의해야 하는 점도 난관"이라며 "현재 용도변경 동의율 87%를 확보했다. 100% 동의는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안산시는 오피스텔로 전환하려면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특혜를 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기준을 충족하면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이 가능하다"며 "용도 변경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은 해당 생활형숙박시설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분양자 전원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준공 후 용도변경을 신청하면 된다. 준공 후에는 동의율 80%면 용도변경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주차장 문제에 대해서도 "인근 용지를 매입해 기준을 충족하면 된다"며 "인근 주차장 설치가 힘들다면 비용 납부를 통한 주차장 설치 의무 면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주변 토지 이용상황으로 인하여 부설 주차장 설치가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인지 따져서(적용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주변 토지 이용상황으로 인하여 부설 주차장 설치가 곤란하다고 인정될 경우를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의 규제 완화에도 생활형숙박시설이 오피스텔로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분양을 끝낸 사업장은 수분양자들이 자체적으로 용도변경을 추진해야 하는데, 비용 등의 문제 탓에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진단했다.
또 "생활숙박시설 합법사용 지원방안 자체가 원칙을 훼손한 것이기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많다. 어렵다는 이유로 지자체들이 오피스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곳들까지 품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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