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욱 칼럼] 노무현과 이명박의 위대한 유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지 100일이다. 트럼프 취임 이후 세계질서는 그야말로 카오스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발전해 온 자유무역질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자유무역에 기대어 수출로 먹고 살던 우리나라는 그 직격탄을 맞고 위기 상황에 몰리고 있다.
자동차, 화학, 철강, 반도체, 조선 등 주력 산업은 해가 저물고 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AI(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들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를 먹여살리던 한미FTA(자유무역협정)는 사실상 백지화되고 있다. 트럼프의 공격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미국 수출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시계를 2006년으로 돌려보자. 2006년 2월 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한미FTA 추진을 선언했다. 대한민국은 일순간 충격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역사 이래로 약소국으로 살았던 대한민국이 세계 최강의 미국을 상대로 FTA를 추진하겠다는 노 전 대통령의 선언은 충격 그 자체였다. 마치 원시인이 불이라는 문명을 처음 만난 순간처럼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개방한 나라가 성공도 하고 실패한 경우도 있었지만, 쇄국을 하면서 성공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왜 이 말을 했을까? 한국의 소위 '자칭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 들으라고 한 이야기였다. '자칭 진보'는 개방, 시장, 자유, 무역이라는 단어를 적대시한다. 미국은 제국주의로 통한다. 1980년대 대학가를 휩쓸었던 '양키 고 홈'은 개방적인 자유무역질서를 이끌던 미국이라는 '제국주의 타도'를 의미했다. '반미주의'는 1980년대 전대협과 1990년대 한총련 세대의 종교 교리였고, 지금도 이들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을 이루는 40대와 50대가 바로 그들이다.
국가의 문을 걸어잠그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있던 구한말의 위정척사파의 재림이었다. 이들이 꿈꾸는 세계를 실현한 나라가 바로 북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다. 이들은 '양복 입은 위정척사파'라고 부를 수 있다. 한미FTA는 미국의 식민지가 되는 길이라고 믿었고, 주장했던 사람들이다. 노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미국에 팔아먹은 매국노였다.
노 전 대통령의 전방위적인 FTA를 계승한 사람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서로가 서있는 자리는 달랐지만 두 대통령은 FTA 추진을 통해 대한민국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했다. 역사적 과업을 훌륭히 수행했다. 두 대통령의 역사 이어달리기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진작에 생존 위협을 받았을 것이다. 트럼프의 자유무역질서 흔들기는 노무현과 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국가 지도자로서의 안목을 증명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한미FTA를 추진할 당시 우리나라는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았던 나라다. 미국이라는 시장을 개척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유럽, 남미,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로 눈을 돌릴 이유도 없었다. 시야가 좁은 사람들은 그랬다. 더구나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FTA를 추진한다는 것은 열등감과 패배의식, 컴플렉스에 절어 중국을 사대하고, 유럽을 사대하고, 미국을 사대하던 이들에겐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혹자들은 윤석열 정부 때문에 중국 수출이 줄어든 것으로 매도한다. 사실이 아니다.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문재인 정부때부터였다. 중국은 추격자를 벗어나 선도자로 탈바꿈하고 있다. 싸구려 제품을 수출하는 그런 나라에서 벗어나고 있다. 더 이상 우리나라 제품이 우위에 있지도 않다.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미FTA가 없었다면 대한민국 경제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경제는 중국 수출 감소로 인한 타격을 입고 있다. 앞으로도 큰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이걸 상쇄해준 게 미국 수출 증가다. 이쯤되면 노무현과 이명박의 한미FTA 추진을 매국노 취급했던 '양복 입은 위정척사파', '자칭 진보'들은 반성문이라도 제출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권순욱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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